들에 가시는 어머니 / 김영주 이 들녘 저 들녘 넘어온 칠순 고개 굽은 허리 옷고름에 묶고 논밭에 심어놓은 자식 쓰러질까 가야 한다네 씨감자 섞을까 자식 발등에 종기 날까 심란한 걱정 심고 콩밭 뒤지던 고랑에 흘린 어머니 치아 누런 옥수수 종자 씨 심으러 가야 한다네 나는 늙어 서러운데 저 하늘의 청춘은 화평 하나니 살아온 세월에 속앓이 뜬구름에 묻고 잔병치레하는 고추밭 돌보러 가야 한다네 원망할 시간 일궈놓고 당신 젊음 삼킨 비옥한 흙냄새 맛보러 늦바람 오기 전에 가야만 하는 굴레 오늘도 이랑에 잠드셨나요 다시마처럼 탄력 있던 미끈한 피부에 다랑논 굽이 돌고 검버섯 촘촘한 얼굴 새겨둔 지난 세월 찾아 잡초 덤이 헤집는 손끝에 까만 물들이려 저 들녘으로 가시는 심정 나는 몰랐네 얼마나 남았을까 주름진 손에 흙냄새 사라질 날 푸른 들녘은 어머니 손 잡고 두둥실 함께 했던 고행길에 토실토실한 자식 같은 열매 찾아가시는 어머니 애처롭소 [시인] 김영주 경기 하남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어머니의 삶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농촌의 고된 삶이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 만큼 직접 가꾸는 농
호수에 내 마음이 흐른다/ 김영주 호수의 숨결이 윤슬에 비치는 날 풀잎을 닮은 가녀린 모습으로 호수 가에 서면 수면 위 잔잔하게 퍼져가는 물결로 생명을 불어넣는 숲길에 싱그러운 바람이 인다 버거운 시간의 텃밭에서 한 동안 잊고 있다가도 햇살이 설레게 비단결처럼 좋은 날이면 가슴에 품고 살아온 네 모습이 못 견디게 보고픈 모습 되어 호수에 아롱 그린다 잔잔한 호수는 쓸쓸한 인생의 마음과 같아 생각과 기쁨과 사랑은 삶의 물과 같아 흘러가는 세월 맑은 소중한 물을 채워야지 맑게 채워지지 않으면 생명을 잃은 호수가 되잖아 파아란 하늘 아래 나는 철새 때가 어디론가 흘려가는 흰 구름 따라 이야기 나누며 네가 그리울 때 눈시울 적시며 바라보는 푸른 산 아래 맑은 호수 위 하늘을 맴돌며 날고 있다. [시인] 김영주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부산지회 기획국장 [시감상] 박영애 잔잔하게 흘러가는 호수를 바라보면서 바쁜 삶 속에 잠시 쉼 하기도 하며,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때로는 그 호수를 보는 자체만으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 참 좋다. 그러나 가끔 부유물이 고여 있는 호수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지고 마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