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차영재 과학칼럼니스트)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야속하게도, 이런 기억은 툭하면 다시 떠올라 우리를 불안에 떨게 만든다. 잊고 싶은 기억을 골라서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9년 3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트라우마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줄 수 있는 약물이 있다. 그 약물은 바로 한국에서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는 프로포폴이다. 비록 한국에서는 상습 투약 의혹을 일으키는 골칫덩이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프로포폴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마취유도제이다. 프로포폴은 다른 약물에 비해 진정 효과(sedative effect)와 회복(recovery)이 빠를 뿐만 아니라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2018년에는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는 라스커상(Lasker Award)이 프로포폴 개발자에게 수여되었는데, 이는 프로포폴이 전 세계 환자의 고통 경감에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프로포폴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로 지정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래 용법과 목적에 맞게 프로포폴을
(조세금융신문=최붕규 과학칼럼니스트) 스마트폰 전화번호부와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은 우리 뇌의 일부나 다름없다. 우리를 대신하여 소중한 친구와 가족, 중요한 거래처의 전화번호부를 대신 기억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편리함은 갑자기 불안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낯선 곳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거래처에 연락할 상황에서 명함 애플리케이션이 갑자기 먹통이 됐다면? 아마 당황해서 머리가 하얘질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따로 있다. 이렇게 스마트 기기에 내 기억을 맡기는 것이 실제로 우리의 기억과 인지 능력에 해를 줄지도 모른다. 디지털치매는 퇴행성 치매와는 다르다 심리학과 인지신경과학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과도하게 사용해 인지 능력이 쇠퇴해 가는 상태를 ‘디지털치매’라고 한다. 디지털치매는 나이가 들어 뇌의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퇴행성치매와 달리 자라면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할 뇌 기능이 그 수준을 밑도는 것을 뜻한다. 건강 관련 정책 연구 재단인 카이저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살밖에 안 되는 아이의 68%가 태블릿 pc를 가지고 놀고, 2~5살에 이르는 어린이의 25%가 스마트폰을
자동차를 타고서 운전은 신경 쓰지 않고 영화를 보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일이 이제 머지않았다. 현대기아자동차, GM, BMW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구글, 애플, 테슬라, 우버 같은 테크 기업에서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0년 내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이며, 2025~2030년에 자율주행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SF영화에서나 보던 완전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에는 뭐가 있을까? 그리고 어떤 기술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만들려면? 5G를 통한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안내하는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정보를 빠르게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상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초고속으로 주고받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돌발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율주행차에 달린 각종 센서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차량과 사물 간 연결시스템(V2X)이다. V2X는 차량 간 연결(V2V), 차량과
“음식을 작은 그릇에 담으면 적게 먹는다. 군것질 거리를 꺼내기 어려운 곳에 두면 덜 먹는다.” 건강한 식습관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이 팁들은 코넬 대학의 영양학자 브라이언 완싱크의 연구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왜 과식을 하는가’ 라는 (Mindless Eating, 2006) 제목으로 출판된 저서의 저자이기도 한 완싱크는 지난 20년 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영양학적 정보를 제공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해왔다. 올해 13편의 논문이 학술지에서 철회되고 교수직에서 퇴출 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영혼 없는 식사법’을 논한 영혼 없는 영양학자 완싱크는 개인이 통제하기 힘든 환경의 영향 때문에 잘못된 식습관이 형성된다며, 이러한 ‘영혼 없는 식사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환경을 조성하고 바꿔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이 무엇을 먹을지는 레스토랑의 어느 자리에 앉는가에 결정됩니다. 창가에 앉으면 샐러드를 주문할 확률이 80 퍼센트 더 높아지고, 구석에 앉으면 디저트를 먹을 확률이 80퍼센트 더 높죠.” 방송에 출연한 완싱크가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연구결과를 설명하자 앵커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62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가 개최됐다. 본 총회는 IAEA 130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원자력 분야 최대, 최고의 국제회의로 원자력 개발, 안전, 검증 등 국제원자력기구의 모든 활동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하 KINAC)은 김석철 원장, 이영욱 비확산정책분석실장, 박성윤 연구원으로 대표단을 구성하여,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대표단과 함께했다. 정부대표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산업부, 외교부,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관계자, 원자력 관련 기관 전문가로 구성됐다. 우리 정부대표단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해 IAEA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의지를 표명했으며, 여러 나라와 원자력 기술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한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도 소개했다. 특히 KINAC 대표단은 IAEA 이사회 및 총회에 참석해 핵비확산·핵안보 현안에 대한 기술지원을 수행했으며, 미국, 러시아, 사우디, 호주, 태국 등 주요국과의 양자회의를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였다. KINAC 대표단의 총회 지원 활동과 양자
장수의 비결에는 항상 식습관이 거론되곤 한다. 소식과 채식 위주의 식단 등이 장수마을의 공통점이라는 기사를 흔하게 봤을 것이다.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정말일까? 민간요법처럼 그냥 전해 내려오는 말 아닐까? 하지만 최근 이런 식습관이 수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영장류에서도 소식하면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 발표돼 그동안 선충이나 곤충, 쥐 등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음식을 적게 먹거나 칼로리를 제한하면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2009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국립영장류연구소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 76마리를 20년간 연구한 결과, 칼로리 섭취를 30% 줄인 원숭이가 그렇지 않은 원숭이들보다 노화로 사망할 확률이 약 36%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수명이 길었던 것뿐만이 아니라 암, 심장질환, 당뇨병 등에 걸릴 위험도도 낮았다. 반면,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2012년 붉은털원숭이 85마리에게 칼로리 섭취 제한 실험을 실시했지만 수명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는 반대의 결과를 냈다. 이들의 논쟁은 지난해 두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외부에서 공격을 해오면 도망을 가거나 맞서 싸운다. 반면에 식물은 그런 계책을 생각해내지 못할뿐더러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식물은 외부의 공격을 그저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물 역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감지하고 방어하는 기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 기제의 핵심은 세포 간 의사소통(신호 전달)에 있다. 식물은 외부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으면 위험 신호를 몸의 다른 부분에 전달하고 침략자를 쫓기 위한 방어 태세를 갖춘다. 위험 신호의 장거리 운반자, 칼슘 이온 칼슘 이온은 동물의 체내에서 전기적, 화학적 신호를 운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식물학자 시몬 길로이(Simon Gilroy)와 토요타 마사츠구(Masatsugu Toyota) 박사 연구진은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식물이 감지하는 위험 신호 역시 칼슘 이온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칼슘 이온의 양이 늘어난 곳에서 녹색 빛이 나도록 애기장대에 녹색 형광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 유전자를 투입하고, 애기장대의 이
‘주름 없는 피부’,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마다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 때문에 TV나 인터넷에 등장하는 수많은 화장품 광고는 젊고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파고든다. 화장품 회사들이 광고 모델로 전지현, 손예진, 장동건, 정해인 등 당대 톱스타를 기용하는 것도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말 화장품 광고 문구 그대로 화장품을 바르기만 하면 주름이 옅어지고 하얀 피부가 될까? 정확한 답은 '화장품 구성성분을 따져봐야 알 수 있다'다. 나노기술로 피부 깊숙이 스며드는 화장품을 만든다 피부는 겉면부터 각질층, 표피층, 진피층, 피하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표피층은 외부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천연 ‘보호막’이지만 화장품에게는 천연 ‘장벽’과도 같다. 주름개선이나 미백 등의 효과를 내는 생체활성물질이 효과를 보려면 화장품 성분이 진피층까지 충분히 흡수돼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품에 포함된 생체활성물질은 그 자체로 상태가 불안정한 데다 피부 투과율이 0.5~3.0% 이하여서 흡수율이 낮은 편이다. 주름 완화나 탄력 개선 효과가 있는 비타민이나 펩타이드 성분은 빠르게 산화되는 단점이 있어, 피부에 바르면 진피
동‧서양을 대표하는 의학자인 ‘허준’과 ‘다빈치’가 병원 수술실에서 함께 수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물론 실제 인물들이 수술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허준과 다빈치의 이름을 딴 수술 로봇들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수술 분야에도 어느덧 로봇이 참여하는 시대가 열렸다. 디지털 기술과 첨단 메카닉스(mechanics)의 융합으로 로봇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제 의료 분야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수술 로봇의 대중화를 연 다빈치 수술 로봇이 탄생한 시기는 1990년대이지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Da Vinci)’를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社가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 다빈치 로봇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개복 수술처럼 몸에 커다란 상처를 내지 않고도 정확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몸에 서너 개의 구멍을 뚫은 다음, 각종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환부를 치료하므로 회복도 기존 수술보다 훨씬 빨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빈치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부위를 최대 15배나 크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범죄나 사고를 예측하고 미리 방지하는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미래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나 사고가 발생하는 시간과 장소에는 특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범죄 예방 인공지능은 악의를 가진 사람이 보이는 미세한 움직임, 습관, 동작이나 표정을 감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등이 이상행동을 일으키기 전에 위험인물을 골라낸다. 세계 각국에서 범죄 예방 인공지능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카고시의 경찰이 범죄 예방 프로그램 ‘헌치랩(Hunchlab)’을 사용해 사우스사이드 지역의 흉악 범죄 발생률을 크게 낮췄다.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다 시카고시 경찰이 범죄 예방을 위해 사용한 헌치랩은 벤처 기업 ‘Azavea’ 사에서 개발한 범죄 예측 시스템이다. 헌치랩은 시간이나 계절과 같은 주기 정보, 날씨나 지역경제, 과거의 범죄 데이터를 종합하여 범죄 속에서 발견되는 일정한 규칙을 도출해낸다. 경찰 본부의 관리실에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디지털 화면 위로 다음에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표시하는 시스템이 설치돼있다. 화면 위에 떠 오른 지역에 집중적으로 경찰 인원을 배치하여 주변을 순찰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