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JV(합작투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이에 함께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재계·업계의 이목은 순식간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집중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일본 정부는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검토 중’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프로젝트 주 시행사인 글렌파른(Glenfarne), AGDC(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가 경제성 평가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실정이다. 이에 ‘조세금융신문’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보다 생생한 정보를 얻고자 알래스카를 직접 방문해 액화플랜트·파이프라인 예정부지 답사, 현지 건설업체 방문, 글로벌 LNG 포트폴리오사 및 EPC 업체와의 인터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고자 노력했다. [편집자 주]
앵커리지에서 차량으로 3시간 40분 가량(약 333㎞) 이동해 윌로우 지역에서 실제 마주한 TAPS(Trans-Alaska Pipeline System, 알래스카 횡단 파이프라인 시스템)는 규모면에서 웅장함을 자랑했다.
이번 TAPS 방문은 향후 진행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인 LNG 가스 파이프라인의 형태와 예상 경로 등을 비교·참고하기 위해 이뤄졌다.
TAPS는 알래스카 최상단 프루도호 만(Prudhoe Bay)에서 남부 발데즈 마린 터미널(Valdez Marine Terminal)까지 총 1287㎞에 걸쳐 지어진 원유 파이프라인으로 1975년 3월 27일 공사를 시작해 1977년 5월 31일 완공됐다. 공사 완료 후 TAPS를 통한 최초의 원유 운송은 1977년 6월 20일 시작됐다.
아울러 TAPS는 미국에서 후버 댐에 이은 인공건조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TAPS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80억달러(1977년 원달러 환율 484원기준, 총 3.9조원)가 투입된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도 일컬어진다.
TAPS의 원유 파이프라인(crude oil pipeline)은 지름 약 1.22m, 강철두께 약 1.27㎝로 각각 구성됐고 1287㎞ 길이의 파이프라인 경로를 가로지르는 44개의 지하 도로 횡단 시설이 차량 통행을 위해 설치됐다.
특히 알래스카 지하 영구 동토층이 있는 일부 지역에 설치된 원유 파이프라인은 내부 석유의 열이 지반을 녹여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단열 처리됐고 독특한 지지 시스템을 통해 지상으로 높이 설치됐다.
해당 지지 시스템에는 지반에 묻힌 지지관(Vertical Support Members, 수직 지지대)이 포함됐고 이 지지관 일부에 들어 있는 열관(heat pipes)은 열을 제거하고 지반을 얼어 있는 단단한 상태로 유지한다.
이와함께 TAPS 원유 파이프라인의 지상 구간은 온도 변화로 인한 파이프의 팽창·수축을 허용하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설치됐다. 이러한 지그재그 형태는 지진이 발생할 때 파이프라인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며 주요 단층선에서 발생하는 측면·수직 움직임에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
한편 현재 글렌파른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가스 파이프라인은 프루도호 만에서 동쪽 96.6㎞ 정도 떨어진 포인트 톰슨(Point Thomson)에서 시작해 프루도호 만을 거쳐 남부 니키스키 액화플랜트(건설 계획)까지 총 1287㎞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1단계 사업인 LNG 가스 파이프라인의 경우 프루도호 만에서 지역 중앙까지 경로는 TAPS와 유사하다. 단 알래스카 중앙 지역인 페어뱅크스 인근부터는 TAPS와 갈라지는 다른 경로를 거쳐 니키스키 액화플랜트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 앞으로 들어설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TAPS와 차이점은?
추후 세워질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은 기존 TAPS와 설치 방식, 기술적 요소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원유 파이프라인과 LNG 등 가스 파이프라인은 적용 기술코드부터 다르다. 원유 파이프라인은 ASME 31.4 규격을, 가스 파이프라인은 31.8 규격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각각 파이프라인에 적용하는 두께계산식(Wall Thickness)도 달라진다.
ASME는 미국기계기술자협회(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의 약자이면서 규격을 통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ASME의 주요 코드 사례로는 ▲발전용인 ASME B31.1 ▲공정 플랜트 배관을 위한 ASME B31.3 ▲액체 탄화수소 및 기타 액체를 위한 ASME B31.4 ▲가스 전송 및 분배 시스템을 위한 ASME B31.8 등이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원유 파이프라인과 가스 파이프라인은 운송대상·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원유 파이프라인은 점성이 높고 밀도가 큰 액체를 운송하므로 낮은 압력에서 운전하고 펌프를 이용해 압력전달을 한다. 반면 가스 파이프라인은 밀도가 낮고 압축성이 큰 기체를 고압으로 운송하며 운송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컴프레셔를 통해 압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스 파이프라인은 온도압력 변화에 조금 더 민감하기에 파이프라인 팽창·수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현재 EPC(설계·시공·조달) 업계가 보유한 기술 수준으로는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팽창·수축에 충분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토목 입장에서 보면 원유 파이프라인이 상대적으로 무겁고 지상 설치 방식이 많아 TAPS 주변에 설치된 지지대와 같은 기초구조 설계가 더 중요하다”며 “이에 반해 가스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지하매설이라 지반 침하, 동결 등으로 인해 토질조사·설계가 더욱 정밀하게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가스 파이프라인의 경우 ‘Location Class’라고 해서 인구밀도 등을 고려해 주변 등급을 산정해 적용하는데 아무래도 누출 위험과 감지 차원에서 가스 파이프라인이 원유 파이프라인 보다 좀 더 정밀한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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