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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19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Puente de villarente 에서 레온(Leon)까지
다시 만나는 대도시... 레온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성숙하다는 것은 다가오는 모든 생생한 위기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 프리츠 쿤젤

  

레온(Leon)을 향해

Puente de villarente 에서 레온(Leon)으로 15km 정도만 걸으면 되는 여정이다. 전날 조금 더 걷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더니 레온에 일찍 들어가면서 여유가 생겼다. 대도시에 들어가면 큰 성당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아기자기한 중소도시보다 재미가 덜한 경우가 많지만, 오랫동안 작은 마을을 지나다 보면 큰 도시에 대한 향수가 생겨 설레는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간단하게 과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출발을 하니 무지개가 하늘에 길게 펼쳐져 있다. 무지개를 보고 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대신 날이 맑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10분도 지나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한다. 얼른 우비 꺼내 쓰고 가니 우비 덕분에 추위는 좀 덜한 느낌이다.

   

 

 간단하게 과일을 아침으로 챙겨 먹고 나서 알베르게 문을 나서기 전에 둘러본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Puente de villarente 에서 레온(Leon)까지>

Puente de villarente 에서 레온(Leon)까지 15km 구간이다. 앞선 짧은 구간을 지나고 나면 대부분의 길을 도시 내부의 번잡스런 공간과 만나게 된다. 대신 다시 만나는 대도시는 시골에 살다가 서울 구경하러 가는  묘한 설레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특히 환상적인 레온 대성당의 모습은 까미노에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선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도시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몰라도 순례길에 익숙해지면서는 오히려 아기자기한 소도시나 작은 마을들에서 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순례길을 출발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느낌이다.

 

 

 

 알베르게에서 나오마자 만난 무지개이다. 무지개와 파란 하늘이 보여서 맑아질 것 같다고 했더니 론이 무지개를 보면 비가 온다고 한다. 론의 말대로 조금 있으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조금씩 비가 계속 내린다. 도심을 벗어나니 흙길이 펼쳐져서 다행이라 여기며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Archahueja에 도착한다.

 

  

Archahueja

5km 정도 걸어서 도착한 마을이다. 마을 입구를 지나면서 얕은 언덕으로 올라가게 된다. 크지 않은 마을이라 그대로 지나가다 보면 Valdelafuente라는 지명을 지나게 되는데 따로 안내되어 있진 않지만 Archahueja에서  연결되다시피 하는 마을이다. 이 마을의 언덕에 올라 돌아보면 Puente de villarente까지 보이는 듯 하다.

 


 Valdelafuente라는 지명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다 보니 걸어온 길이 궁금해 졌다. 돌아보며 내려다 보니 오늘 떠나 온 곳이 멀리 보인다.

  

 앞에서 보기에는 모자지간으로 보이는 순례자 둘이 지나가는데 배낭을 보니 캐나다 사람들이다. 배낭에 자국 국기를 달고 가는 경우는 처음 봤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철제 육교를 통해 도로를 넘어가니 레온 시내 모습이 멀리로 펼쳐져 있는게 보인다.

 

 

레온(Leon)

팜플로냐, 부르고스에 이어 만나는 대 도시이다. Archahueja를 벗어나 레온으로 접근해 오는 동안에는 마을 명이 표시된 표지판이 보이긴 했지만 레온과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었다. 도시를 만나고 들어오는 동안 Bar에 들어가서 커피도 마시고 나서 다시 걸어가니 성당처럼 보이는 건물 안에서 누군가 부른다. 들어가서 보니 까미노와 로마 관련 역사 기록이 있는 작은 박물관이라고 한다. 도장도 찍어주고 티켓도 주면서 다 공짜라고 구경하고 가라고 한다. 사진도 찍어주고 열심히 설명해주는 성의가 참 열정적이다.

사진 찍고 글도 읽어보고 나와서 걸어가니 어느새 도시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지나가는 아주머니한테 알베르게를 물으니 따라오라고 한다. 그러고는 손으로 건물을 가르키며 저기라고 하면서 반대쪽 길을 돌아가면 자기 레스토랑이 있으니 나중에 오라고 한다.

베네딕트 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들어오니 그래도 이전 알베르게보다는 따뜻하다. 여긴 150명 이상 잘 수 있는 규모다. 아침은 식당에서 먹고 내고 싶은만큼 기부하고 가라고 안내한다. 침대에 짐 올리고 둘러 보니 이탈리아에서 온 까를로와 마르코, 체코 친구 마이클과 헝가리 친구 툰다까지 여기 있다. 어제 같은 도미트리에서 잔 미국에서 온 조와 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딴데로 갔거나 지나갔나 보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서는 여러 가지 지명도 만나게 되고 도시 입구에 있는 알베르게도 지나가게 된다. 길 가던 사람이 와서 뭐라고 열심히 말하기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미안하다고 하고 지나갔는데 론이 나중에 돈을 달라고 했던거란다. 다시 길을 가는 중에 작은 성당으로 보이는 곳에서 오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 들어 가보니 까미노와 옛 로마 관련 박물관이라고 한다. 열심히 설명도 해주고 도장도 찍어 준다. 무료로 운영되니깐 레온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을 들렸다 가도 괜찮을 듯 하다. 안내하는 분이 사진도 찍어 주는 등 열정적이라서 더욱 기분 좋게 기억 남은 곳이다.

  

 박물관을 지나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동안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고 길에서 알베르게로 보이는 곳에서 태극기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함께 반이나 달려와 줘서 행복합니다. 혼자였다면 힘들었을 이 길에 동행자가 되줘서 행복합니다. 욕심을 덜고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알려줘서 행복합니다. 순간순간 벅찬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 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네 모두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추억할 수 있기를… ” 라고 쓰여 있다.

 

 

 베네딕트 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로 가고자 찾아 들어왔더니 알베르게 표시가 없어져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으니 따라 오라면서 어딘지 알려준다. 그리고는 다른 쪽으로 돌아오면 자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저녁때 오라고 한다.

   

 베네딕트 수녀원은 2층으로 난 계단으로 올라 가게 되어 있다. 1층 입구와 벽에 그림이 붙어 있었다. 침대는 2층 철제 침대라 조금 삐걱 거리기는 하지만 내부는 따뜻하고 깨끗하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샤워까지 했는데 일찍 도착할 덕분에 도시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점심을 먹고자 론과 형식이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빵집에서 모처럼 이것저것 골라서 맛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레온 대성당의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으로 내 모습을 론이 찍어 주고 있는데 마르코가 자기 카메라로 장난스럽게 찍는 모습을 역으로 찍은 사진이다.

   

 레온 대성당 주위의 모습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있는데 귀여운 아이와 부모가 같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을 찍어도 좋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엄마가 미인이라 그런지 아이의 모습도 인형 같다.

  

 파란 하늘이 보여서 대성당 모습을 더욱 멋지게 담을 수 있었다.

  

 

 시청으로 보이는 건물 앞 광장에서 시장을 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페인에선 2~4시경이 되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시장도 그 시간에 맞춰 철수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2005년에 관공서는 시에스타는 폐지 했지만 아직도 일반 시민들 사이에는 전통이 남아 있는 듯 하다.

  

 

 레온 대성당을 구경하고 시장도 구경하고 큰 마트에 가서 몇가지 필요한 물품도 구매하고 났더니 저녁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알베르게에 사온 물품 등을 놔두고 다시 나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의 일기

끝이 없을 것 같은 이 길을 걷다보니 하나의 고통에 익숙해지면 또 다른 고통이 생기는 걸 느낀다. 지난 보름동안 괴롭혔던 다리 통증은 많이 사라지고, 완전하진 않지만 이제 신발끈을 제대로 묶고 절뚝거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손도 못댈 정도로 아픈 다리가 절뚝거리지 않을 정도가 되니 기적이라 느껴질 정도다. 대신 이젠 추웠다 풀렸다하는 온도차에 몸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커진다. 좀 더 지나면 아마도 또 다른 고통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어찌하겠는가 살아 있다는 중거이니 감사하고 남은 길 열심히 걸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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