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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황금알 낳는 거위’서 ‘애물단지’로…최대 위기 면세점 ‘활로’는?

사드보복·특허 남발에 입찰 비리까지 ‘총체적 난국’…전문가들 “시장에 맡겨야”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지난 14일 관세청 면세점 심사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특허권이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질 때 한 면세점 관계자의 발언이다.


면세점 업계는 지난 3월 15일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보복 일환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내면세점은 서울 기준으로 2014년 6개에서 지난해 12월 13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면세점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방문객은 줄고 공급자는 급증함에 따라 면세점은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감사원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심사점수 조작을 통해 롯데가 획득할 특허권을 2015년 7월(1차)과 11월(2차)에 각각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에 넘겼다.


롯데가 1~2차 면세점 선정의 최대 피해자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 사건 재판에서 당시 면세점 업무를 담당했던 김 모 관세청 과장이 “2015년 11월 시내면세점 특허 재심사에서 롯데와 SK가 탈락하자 이듬해 초 청와대에서 ‘면세점 특허를 추가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히면서 롯데 역시 ‘면세점 게이트’에 연루됐다.


13일 같은 재판에서 검찰은 이모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에게 “롯데와 SK가 탈락하자 청와대가 기재부에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이 과장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였던 롯데가 지난해 12월 3차 면세점 선정과정에서는 ‘수혜자’로 뒤바뀐 것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사드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면세점 특허 확대라는 악재를 맞이한 면세점 업계가 최근 감사원 발표와 여론 악화까지 겪으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드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예견돼…면세점 위기 박근혜 정부 ‘무능’ 탓”


지난해 7월 8일 정부는 경북 상주에 사드배치를 결정했다. 이후 “한국과 왕래하지 말고 보복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중국발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 경고가 나올 때마다 “기본적으로 한중관계는 고도화 돼있다”며 “사드보복은 없을 것이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중국이 ‘금한령’을 내리면서 면세점 업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2700억원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10조5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 연매출이 실제로 감소한다면 이는 14년 만에 처음이다. 사드보복에 따른 유커(중국인 관광 객) 감소 탓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면세점 업계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9일 신용평가사들은 주요 면세점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내렸다. 연말까지 실적·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용등급마저 강등될 위기다.


국책연구소 A연구원은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보복조치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를 4곳 더 선정한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면세품 통관을 담당하는 B관세사는 “사드가 배치될 경우 면세점 매출액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은 불 보듯 뻔한데 무슨 배짱으로 면세점을 되레 늘린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면세점 업계 위기는 정부의 무능이 불러온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보복이 예견된 상황에서 아무런 대비 없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발급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적 실패’와 ‘무능’이 면세점 업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입을 모은다.



‘홍종학법’ 통과로 면세점 전쟁의 시작…‘피해자’였던 롯데, ‘수혜자’로 돌변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면세점 시장은 롯데(50.7%)와 호텔신라(30.5%)가 양분하고 있었다.


이들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자는 취지에서 홍종학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면세점 특허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제한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2년 11월 법안이 통과됐다.


면세점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홍종학법에 따라 관세청이 5년마다 갱신되는 사업자 심사를 통해 면세점 업체들의 목줄을 쥐게 됐고 청와대가 면세점 비리를 저지르는 단초가 됐다”며 “이때부터 면세점 업체들이 5년마다 면세점 특허를 따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고 설명했다.


홍종학법 통과 이후 2015년 7월(1차) 관세청은 서울 3개(▲HDC신라 ▲한화갤러리아 ▲SM면 세점), 제주도 1개(제주관광공사)의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했다.


같은 해 11월 기존 면세점 3개(▲롯데면세점 소공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SK워커힐점)의 특허권이 만료됨에 따라 관세청은 2차 면세점 입찰을 진행했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SK워커힐점이 면세점 갱신에 실패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대신 신규로 ▲신세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이 서울 시내면세점으로 들어왔다.



지난달 11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5년 7월 1차 면세점 입찰에서 호텔롯데의 점수(-290점)는 줄이고 한화갤러리아의 점수(+240)는 늘리는 방식으로 계량항목 수치를 조작했다. 그 결과 정당하게 심사했다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을 호텔롯데가 탈락하고 말았다.


또 2015년 11월 2차 면세점 입찰에서는 본래 9420점이었던 호텔롯데의 심사점수는 관세청의 평가점수 조작으로 9229점을 받는 데 그쳐 두산(9333.5점)에 104.5점 차이로 밀렸다. 정당하게 심사가 진행됐다면 두타 면세점 대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선정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1~2차 면세점 심사 시 정당하게 평가했다면 선정 사업자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관세청은 또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3곳을 신규로 추가 선정하면서 특허 여부를 2년마다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관세청은 3차 면세점 입찰을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4개(▲현대백화점면세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신세계DF ▲탑시티면세점) 지역의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다.


2년마다 검토하겠다는 관세청의 발표가 1년도 안돼서 뒤집힌 것이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 등의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관세청장이 면세점 특허 1개를 추가할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자체 용역을 진행한 결과 3차 면세점 입찰 당시 추가로 발급 가능한 신규특허 수는 최대 1개인데도 기재부의 지시에 따라 4개로 늘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1~2차 면세점 심사과정에서 피해자였던 롯데는 3차 입찰의 수혜자로 돌변했다. 잠시잠깐 동정 여론에 휩싸였던 롯데로서는 한순간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감사원은 3차 면세점 선정과정과 관련해 “관광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려 면세점 사업자를 4개나 선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 롯데와 SK가 면세점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하자 청와대가 서둘러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할 것을 지시했고 관세청이 자료를 왜곡하면서 면세점이 4곳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지시 배경에는 2015년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와 SK의 로비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관측이다.


“시장논리에 맡겨야…‘특허 폐지’로 구조조정 유도”


‘총체적 난국’에 빠진 면세점을 살리려면 특허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를 도입해 시장경제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시장논리에 따라 면세점 시장이 운용되도록 기존 ‘특허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신고제 도입은 특허부여에 따른 독점적 시장구조를 해소하고 경쟁력 있는 면세점 업체만 살아남게 해 면세점 업계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국책연구소 B연구원은 “면세점 난립과 비슷한 사례로 과거 ‘011, 016, 017, 018, 019’ 등의 번호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사업자 경쟁이 있었다”며 “당시 정부는 시장경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수합병을 유도했고 결국 SKT, KT, LGT를 중심으로 이동통신시장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면세점도 시장에 맡겨 오히려 신규 면세점 사업자의 진입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서 인수합병을 통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맡기면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중소기업 면세점은 도산할 우려가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B연구원은 “특허라는 장벽을 없애면 ‘특권’이 사라지고 구조조정이 이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틈새시장’이 생긴다”며 “예를 들어 ‘화장품 전문 면세점’, ‘향수 전문 면세점’ 등의 특화된 전문면세점이 생길 수 있고 이곳은 중소기업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일본·동남아 등 다른 지역 관광객들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책연구소 A연구원은 “면세점 업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유커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동남아, 무슬림 등 다른 지역 관광객 유치에 노력하고 해외 진출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면세점 산업의 활성화는 관광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므로 템플스테이 등 한국 고유의 관광자원을 개발해 관광객 유치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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