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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혁신 2020, 키워드는 ‘역외탈세·체납·세원관리’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녹록치 않은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국세청의 이슈별 진퇴와 속도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평이다. 올 한해 국세청의 핵심 이슈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의 2020년 혁신 이슈로는 역외탈세, 체납강화, 세원관리가 꼽힌다.

 

밖으로는 해외기업과 정상거래를 가장한 역외탈세, 탈세자금을 통한 부당한 상속증여가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으로는 체납자 재산은닉에 대한 경각심이 최대로 높아지면서 범부처 간 종합적인 징세인프라가 가동될 전망이다. 세원관리 측면에서는 그간 신도시 개발로 비대해진 세무서별 관할정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관건은 OECD 디지털 과세 협의

 

현 정부 들어서서 국세청은 역외탈세 차단을 위해 8차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대상도 고액자산가에서 중견자산가, 조사 유형은 조세회피처 도관회사 수법에서 정상사업가장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조사대상 유형의 변화다. 기존에는 조세회피처의 도관회사를 설립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이 도관회사의 소유구조를 다중으로 꾸며 소득을 은닉했다면, 최근에는 정상국가에서 회사를 꾸리고 이 회사를 통해 마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이뤄지는 것처럼 꾸민다.

 

그러나 국세청의 분석에 따르면, 실질적인 영업의 변화가 없는데도 형식적 사업·조직개편을 꾸며 특허권 대가나 라이센싱 비용, 컨설팅 용역비용을 챙기고 이를 본사에 보내는 식으로 돈을 벌어가는 국가의 정당한 과세권을 회피하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조세조약 상 수익적 소유자 개념과 결부되는 때도 있다. 국세청은 그간 도관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가 정상국가에 위치하고 종업원들이 일부 해당 회사에 근무하며, 사업형태상 업무 역할과 실질적 영업활동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수익을 취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 있는 본사라고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등 과세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과세활동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OECD 등 해외 국가에서도 서로 객관적이고 통일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분야이기도 하다.

 

투자나 대리운영의 방식으로 소유구조를 은폐하는 경우도 있는데 해외펀드, 해외신탁 등의 금융상품을 이용한 수법은 오래전부터 활용한 방법으로 최근에는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 증여를 위한 편법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러한 이슈에 대응해 역외탈세 관련 시스템 정교화와 국제조사관들에 대한 역량강화, 인사고과 부여 등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국세청 자체 역량으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국외라는 원천적 한계로 인해 대외협력에서의 공조 강화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특히 디지털 IT기업에 대한 과세에서 그간 국제논의를 이끌어왔던 EU국가들이 전면적 과세의무를 추진하려 하자 미국에서 선택적 과세의무를 들고 나온 것처럼 국제사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에 우리로서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한계점도 있다.

 

안창용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국장은 “여전히 조세회피처, 서류상 회사를 통한 역외탈세가 범람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수년간 국제조세에서 신종 역외탈세 유형이 빈발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가는데 따른 것이기에 앞으로 조약이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조세 문제가 국가, 나아가 국가 간 과세권 다툼으로 커지고 있고, 과세관청 한 곳의 권한과 역량만으로 모든 영역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이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관세청,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보분석원 등과 함께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국가 단위의 총력전’의 필요성을 반영하는 양상이기도 하다.

 

 

특히 2019년의 경우 김현준 국세청장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합조단 핵심멤버로 참여하고,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와 서울고검을 거친 예세민 검사(사시 38회)가 합조단 단장으로 합류하면서 공조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국세청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본청 조사국장으로 활동했고, 예 단장의 경우 옛 한보그룹 일가의 해외자산은닉 사건을 담당한 바 있어 두 인재의 시너지가 주목된다. 출범 2년차가 되는 동안 한 차례의 실적발표도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합조단 활동 내용은 거물급 특정 목표대상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극비리조사인 만큼 실적발표만으로도 조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국민적 박탈감을 안겨준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내은닉재산은 어느 정도 수사망에 잡혔지만, 국외는 거의 손을 못 대고 있다”며 “합조단의 과제는 사회지도층의 해외재산은닉·비자금 조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인데 출범 2년간 함구만 하는 것이 엄정한 법준수를 위한 일인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국내적으로 과세정보 인프라도 한층 강화된다. 각국 간 금융정보자동교환 협정에 따라 한국과 금융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의 수가 2019년 96개국에서 2020년 107개국으로 늘어난다.

 

OECD의 BEPS프로젝트(세원잠식과 소득이전)에 따른 다국적기업의 국가별 사업현황 보고서(이하 국가별 보고서)도 강력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국가별 보고서는 다국적기업 계열사 간의 거래가격 조작 등을 통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보고서로 직전연도 연결 재무제표 매출액이 1조원을 초과하는 다국적기업그룹은 국가별 소득·세금 등의 배분내역 및 주요 사업활동을 세무당국에 알려야 한다.

 

국외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에 대한 새로운 국제조세 기준 마련이다. 국세청 국제조세 전문요원이 기획재정부가 세제실 내 ‘디지털세 대응팀’에 합류해 조세재정연구원, 관련기업 포함 민관TF 등과 함께 디지털세 관련 OECD의 국가 간 과세권 배분 논의에 대응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의는 국가 간 ‘힘의 대립’이 뚜렷하고, EU를 중심으로 한 OECD 회원국과 비회원국이지만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는 중국, 인도, 러시아, 남미 경제권역, 아세안경제권역, 그리고 글로벌 IT 기업의 총본산인 미국 간 입장이 서로 달라 최종 조율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OECD와 EU에서 디지털세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는 국가별 매출 대비 과세권을 확보하는 디지털세를 추진하자, 미국은 프랑스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관세를 선언하며, 디지털세를 전면의무화하지 말고 선택적으로 과세할 것을 OECD에 제안하고 나선 상태다. 특히 미국은 IT기업에만 적용하지 말고 제조업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의 경우 어느 쪽의 선택도 쉽지 않은 상태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지난 11월 발간한 ‘디지털 경제에 따른 조세현안과 과제’에 따르면, OECD에서 제조업까지 디지털세 방식의 국제조세안이 합의될 경우 한국은 훨씬 불리해질 수 있다.

 

이러한 국제조세의 본질은 내 국가에서 벌어간 만큼 세금을 거둔다는 것인데, 한국은 수출 비중이 매우 높고 내수소비가 상대적으로 작아 확보할 수 있는 과세권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기업의 이익흐름 구조가 각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 지사에서 보전하는 것이 아닌 한국 본사로 보내는 본사 집중형 자금흐름을 가지고 있어 국내에서 확보할 과세권보다 해외에서 내야 할 세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규 공인회계사회 조세연구본부장은 “국가별 매출 비중에 따라 과세권을 나누게 되면, 미약한 내수, 본사 집중형 수출기업 구조인 한국으로서는 더 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전했다.

 

체납자 재산환수, 세무서도 소송전

 

고액체납을 하고도 호화생활을 누리는 사람에 대한 사회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체납관리 활동이 강화된다.

 

국세청은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신설해 2020년부터 전격가동한다. 그간 국세청 고액체납조직은 각 지방국세청내 체납추적팀을 주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요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가족이나 친인척, 특수관계인 명의로 은닉한 자금이 발견되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국고로 환수하는 작업을 맡았다.

 

세무서는 지방국세청의 지원이나 아니면 우편송달 등 단순 체납관리 업무만 맡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지방국세청 추적조사·은닉재산환수 기능을 세무서에서도 수행하게 된다.

 

지방국세청과 세무서간 체납금액 규모에 따른 역할 분담만 이뤄질 뿐 동선추적, 잠복, 자금흐름추적 등 밀착 조사가 이뤄지며, 차후 운영에 따라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 대상이 아니어도 체납 관련 추적조사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세청은 이미 각 부처 간 협의와 국회 입법 등을 통해 필요한 권한과 인프라는 대부분 확보한 상태다.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하고 재산해외 도피 우려가 상당한 체납자는 여권 미발급자도 출국금지가 가능하게 된다.

 

납부능력이 있으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고액의 국세를 상습적으로 체납할 경우 법원 결정을 받아 최대 30일 이내에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도 시행된다.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계좌 추적조사도 가능해진다.

 

구리·연수·광산 세무서 신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구가 급증한 지역의 세원관리 체제도 재정비한다.

 

국세청은 2020년 상반기 개청을 목표로 남양주세무서를 분리해 구리세무서를, 남인천세무서를 분할해 연수세무서를, 서광주세무서를 분리해 광산세무서를 각각 신설한다.

 

남양주세무서의 경우 별내·다산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과세관할이 비대해졌다. 2000년 34만명을 맴돌던 남양주 인구는 2019년 11월 말 기준 70만 1100명을 돌파했다.

 

남양주는 각 거주지역이 한 군데 집중된 것이 아닌 사방으로 나뉜 다핵형 신도시인데다가 이름만 남양주세무서일뿐 실제 위치하는 지역은 20만 인구가 거주하는 구리지역이라서 납세자들의 불편이 컸다.

 

남인천세무서는 인천 연수구(인구 34만명)와 남동구(인구 53만명)를 관리하고 있다. 연수구에 있는 송도국제도시 등으로 입주기업과 외국인 사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세무서 신설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서광주세무서가 관할하는 광산구의 경우 광주광역시 전체 면적의 45%가 넘는 대형 자치구인 데다 광주 신도심 개발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배후지역 조성의 중심지역이다.

 

서광주세무서는 광산구 탓에 전체 광주광역시의 전체 면적의 54%, 인구 49%를 두고 있는 등 세원밀집도가 극심해 2013년부터 광산세무서 설립 목소리가 높았지만, 2017년 4월에서야 광산지서가 생겼을 뿐 세원관리를 위한 제대로 된 인프라가 미흡했다.

 

각 세무서 신설은 행정안전부 협의를 통과해 신청사 확보 등의 과제만 남은 상태다. 부천세무서에서 남부천세무서를 분리신설하는 안은 세무서 신설작업이 완료된 후 행안부와 협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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