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두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세대간·계층간 ‘주거격차 해소’가 포스트 코로나 경제를 견인할 민생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부동산시장 과열이 자리하고 있다. 주택가격은 이전 정부의 규제완화와 문재인정부의 규제강화의 벽을 타고 급등함에 따라, 규제가 추가 규제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규제를 강화할수록 주택가격은 더 오르고,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공급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형국이다. 주택경기 측면에서도 시장과열 이후 버블조정 국면에 진입하는 경착륙 위험이 한층 높아진 느낌이다.
단일 규제의 틀 안에서 실수요와 투기수요 희석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단일규제의 틀 안에서 기존의 정책을 확대·재생산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좋은 부동산정책은 단순하지만 깊은 철학이 깃들어야 하며, 정책 실패에는 과감하게, 국민에게는 안정감 있게 다가서야 한다.
지금의 부동산정책은 마치 풀기 어려운 3차 방정식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주거안정의 정책 사상은 희석되고 짜깁기 수준의 대책만 난무하는 형국이다. 그 마저도 너무 복잡해 일반 국민들은 정책 난독증에 걸릴 지경이다.
정책당국은 복잡할수록 ‘지대추구 근절·주거안정’의 원칙을 높게 세워 실수요와 투기적 수요로 얽힌 주택실타래를 풀어내야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지금처럼 한 판에서 작동하는 규제 틀은 실수요와 투기수요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적 모순에 노출되어 있다. 이 경우 주택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그 충격이 무주택 서민과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실수요자에게 파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주거 취약계층인 무주택서민 가구가 여전히 전체의 39%를 차지하지만 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투기적 수요를 잡는다 하는데 실거주자의 세금부담이 함께 늘어나고, 서민의 내집마련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실거주 기반의 ‘규제이원화’ 정책로드맵 마련해야
부동산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그 답은 ‘규제 판분리’에서 찾아야 한다. 주택시장을 ‘실거주 1주택’과 ‘다주택’시장으로 구분한 후 전자는 규제를 완화하고, 후자는 징벌적 과세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즉, 정책의 기본 방향은 한 채만 보유하는 시장질서를 확립하는데 맞춰져야 하며, 이러한 정책 목적은 규제 이원화 정책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부동산세율의 경우, 다주택 시장은 기존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욱 높은 수준의 징벌적 과세(세율구간 세분화)를 징수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실거주 1주택시장은 세율과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해 세대간·계층간 주거격차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취득세는 가격 구간별 세율을 축소하고 실거주 1주택의 종부세는 9억 이상의 경우에도 세율을 합리적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양도세는 기존의 ‘10년 보유 80% 면제’와 같은 단편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장기 보유에 적합한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일례로, 22년 장기 보유시 양도세율이 계단식으로 하락해 22년차에 0%까지 내려가는 프랑스모델을 참고할 만하다.
더욱 큰 문제는 한 판에서 움직이는 금융규제에 있다.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무주택·실거주 1주택에 대한 금융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반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금융은 진입장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자기자본투자 영역으로 축소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주택자나 실거주자에 대한 LTV/DTI 규제는 90% 이상으로 과감하게 확대해 ‘장기 모기지금융’이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주택자의 전세자금이나 내집마련 자금을 제한해 얻는 규제 편익은 거의 없다.
일례로, 10년 이상 장기 주택모기지 방식으로 집값의 100%까지 지원해도 추가적인 금융리스크는 크지 않다. 오히려 금융정책이 큰 돈 없어도 내집을 마련하고 평생 일하면서 갚아나가는 건전한 주택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거주 사각지대 해소한 후 가격정책에서 실거주정책으로 전환
실거주 기반의 규제이원화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수요의 사각지대에 놓인 투기적 요소들을 사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수백만 가구에 이르는 실거주 원칙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한 어떠한 부동산 안정정책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로는 조세 피난처로 변질된 등록임대사업은 아주 잘못된 정책인 만큼 과감하게 혁신하고, 이로 인한 주거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5월 기준 등록임대 주택은 거주주택을 포함해 200만 가구가 넘는다. 1인당 약 4채를 보유한 셈이다. 투기목적 임대주택은 세제혜택 전면 폐지시 시장 매물로 출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기회로 전환하는 정책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로는 실거주 원칙과 충돌하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매매, 신축, 상속, 증여 등)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완화가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실거주 1주택’ 원칙이 바로 서야만 가능하다. 좋은 정책은 단순하면서도 예외 조항이나 단서가 붙지 말아야 한다. 해당 가구 모두 ‘실거주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예외 없이 실거주 규제판에서 다주택자 규제판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견고해야만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시장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유사·중첩 임대상품(국민, 영구, 단기, 장기, 행복 등) 난립으로 공급의 규모화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운 구조다.
내집마련 기회가 수반되는 분양전환임대를 중심으로 공공임대정책을 재편하고, 근본적인 양적 팽창, 질적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대정책의 존재 이유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에 있다면, 임차인이 장기 임대거주후 공급원가 수준으로 분양전환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책무가 있다.
같은 규제의 틀 안에서 실수요를 보호하며 투기 수요를 잡는 일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보다 긴 호흡으로 모든 것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실거주 규제완화·투기수요 규제강화’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설계할 때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가계 대출행태 분석을 통한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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