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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⑱] 무주택자 금융규제 완화에서 답을 찾자

 

(조세금융신문=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는 기준 LTV와 DTI를 조건 없이 ‘80%’로 일괄 상향하고, 장기 주택모기지의 경우에는 그 기준을 ‘90%’까지 올려야 한다. 무주택 가구의 금융진입장벽을 낮춰야 만성적인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으며, 임대시장의 수급 및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무주택자 LTV·DTI 규제완화는 실수요를 촉진시키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주거정책의 기본 방향과도 부합하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경기 활황 속 ‘주거 양극화’ 심화

무주택자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내집 마련’ 활로 넓혀야

 

무주택자가 900만 가구인 현실에서 계층간 ‘주거격차 해소’는 민·관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시대정신과도 같다. 그러나 공공이 주도하는 임대주택 공급만으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해 발생하는 주택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공임대가 충분하다 하여도 내집마련의 꿈을 탑재할 수 없다면 영원히 무주택자로 남거나 다주택자가 공급하는 임대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주택정책은 무주택자의 시장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이며, 그 중심에 LTV·DTI 등과 같은 부동산대출 규제가 있다.

 

주택시장의 핵심 규제인 LTV·DTI 대출규제는 무주택자의 잠재 주택수요를 가늠하는 척도다. 대출규제가 시장 진입장벽을 구축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무주택 실수요자는 매매시장에서 밀려나 전월세 시장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이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는 현행대출규제가 실수요는 규제를 완화하고 투기적 수요는 규제를 강화하는 부동산정책의 기본 방향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의 공공성과 시장성이 조화를 이루며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이 모두 작동해야만 가능하다. 다주택 시장은 투기적 수요를 유발하는 원천인 동시에 대부분의 임대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는 조달처이기도 하다. 889만 무주택 가구는 여전히 다주택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의 실거주 정책은 크게 다음과 같은 전제가 성립되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LTV·DTI 규제는 금융기관 직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촘촘해 정책의 지향점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다. 무주택자에 대한 LTV·DTI 규제는 크게 무주택자와 서민실수요자로 계층을 세분화한 후 차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서민실수요자는 ‘부부합산 연소득 8000만원·주택가격 5억원 이하’ 조건을 충족하는 무주택자를 의미한다. 굳이 실수요자를 둘로 쪼개서 규제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무주택자의 LTV·DTI 규제를 보면, 투기 및 투기과열지역에서는 서민실수요자 50%, 무주택자 40%를 적용하고, 조정대상 지역에서는 서민실수요자 60%, 무주택자 50% 기준을 적용한다. 수도권과 기타 지역의 경우 서민실수요자와 무주택자에게 동일한 기준인 LTV 70%가 적용되며, DTI는 수도권이 60%이고 기타 지역은 제한이 없다.

 

수도권은 사실상규제지정 지역이 아닌 곳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리하자면, 현행 LTV·DTI 규제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수도권을 벗어나 멀리 지방이나 시골로 내려가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의 대출규제로는 지방에서도 집을 장만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처럼 LTV·DTI 규제는 주택시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후된 정책일 뿐만 아니라, “계층간 주거격차”를 확대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유독 900만 무주택자에게 가혹한 대출규제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민생 현안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첫 번째 문제로는 금융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자본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실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만 부추기고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주택가구는 2015년 841만 가구에서 2019년 889만 가구로 증가한 반면, 2주택 이상 가구는 267만 가구에서 312만 가구로 15% 가까이 증가했다. LTV·DTI 규제로 인해 무주택자의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는 전세시장이 직면한 수급 및 가격 불균형 문제는 무주택자의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이동하지 못해 발생하는 측면이 강하다. 대출 제약으로 내집마련이 어려운 무주택자들이 대거 전월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세 수급이 꼬여버린 것이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세난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무주택자에 대한 LTV·DTI 규제가 주택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정책 수단이다.

 

세 번째 문제로는,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대출이 막힘에 따라 신용대출이나 제2금융권 등을 통해 주택구입 자금을 조달하는 풍선효과가 심각한 민생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장기간 방치하면, 가계부채의 질적 저하는 물론, 가계건전성 문제나 나아가 금융기관 부실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 국내은행의 신용대출을 보면, 2019년 505조원에서 2020년 3분기 566조원으로 60조원 이상 급증했다.

 

LTV·DTI 규제로 주택대출이 막히자 실수요자들이 신용대출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LTV·DTI 규제가 무주택자를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 채무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주택자에 대한 LTV·DTI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만 실수요자가 자생할 수 있는 주택시장으로 재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무주택자 LTV·DTI 규제 80%로 상향

장기모기지는 90%까지 상향

 

첫째, 무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는 기준 LTV와 DTI를 ‘80%’ 수준으로 일괄 상향하고, 장기 주택모기지의 경우에는 그 기준을 ‘90%’까지 올려야 한다. 대출을 받아 집 한채 사서 살면서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데, 굳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깐깐한 조건을 걸어 대출규제를 강화할 이유가 없다.

 

구체적으로, 무주택자의 일반 주택대출은 규제지정 지역 등의 조건과 무관하게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허용하고, 주택모기지는 장기대출을 조건으로 집값의 90%까지 허용해주면 된다. 이는 주택모기지 정책의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이유는 부동산투기나 과잉대출 등의 문제로 금융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논리도 철학도 빈곤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무주택자 LTV·DTI 규제를 완화하되, 이들의 ‘실거주 요건’만 보다 명확히 규정한다면, 부동산 투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둘째, 규제 지정지역이나 무주택자 계층 세분화 등에 따라 차별적 기준을 작용하는 LTV·DTI 규제를 일원화하고, 모든 무주택자에게 차별이나 조건 없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실수요자의 경우에도 규제 지정구역에 따라 LTV·DTI 규제를 차별 적용하는데, 실수요자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사실상 전국이 규제지역화 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무주택자는 시골이나 농촌으로 가서 집을 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책의 고유 목적이 실거주1주택을 늘리고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는 데 있다면, 투기적 수요자가 아닌 무주택자에게 규제지역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주택정책의 기본 방향은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혼재되어 있는 주택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있다. 현행 금융규제 역시 “실수요자 규제완화·다주택자 규제강화”의 틀 안에서 규제 이원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실수요자에 대한 LTV·DTI 규제완화를 정책전환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가계 대출행태 분석을 통한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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