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7일 개최된 본회의에서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회계감사’로 되돌리는 조례개정안을 직권상정해서 처리하였다.
이로 인해 회계사와 함께 세무사도 할 수 있게 되었던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가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회계사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세무사도 결산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되기 전의 당초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민간위탁조례”)’에서는 수탁기관이 작성한 결산서를 서울시장이 지정한 회계사나 회계법인 등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었는데, 서울시의회가 이 제도를 민간위탁사업비에 대한 집행 및 정산이 제대로 되었는지 검증하는 사업비 정산 검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수탁기관의 불편과 비용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회계감사’를 ‘결산서 검사’로 바꾸고 회계사뿐만 아니라 세무사도 결산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2021년 12월 22일자로 조례를 개정했었다.
이렇게 개정된 조례에 대해 금융위원회에서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공인회계사법상의 회계사 고유직무인 회계에 관한 ‘감사 및 증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서 개정 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를 지시했고, 이에 대해 서울시가 2022년 1월 10일 재의요구를 했으나 서울시의회가 2022년 4월 8일자로 개정 조례에 대해 원안대로 재의결하면서 그대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서울시의회의 재의결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서울시가 2022년 4월 25일자로 이 조례안 재의결의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소를 대법원에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2024년 10월 25일 대법원은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개정한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가 공인회계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 이후 서울시는 해당 조례에 따라 지난 2월 6일자로 세무법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2025년 서울특별시 민간위탁 통합사업비 결산서검사 및 운영지원 용역」 입찰공고를 했다. 이로써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결산서 검사에 있어서 세무사와 회계사가 서로 경쟁함으로써 시민의 입장에서는 비용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결산서 검사 품질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정된 조례를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더구나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에 대한 입찰공고까지 된 마당에, 서울시의회는 느닷없이 대법원의 결정조차 무시하면서 ‘결산서 검사’를 ‘회계감사’로 되돌리는 조례개정안을 직권상정해서 처리해버렸다.
세무사는 이미 건설산업기본법 등 여러 법령에 따른 기업진단업무와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상의 성실신고확인업무, 지방자치법에 따른 결산검사업무 등 회계와 세무전문가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무사가 민간위탁사업비에 대한 결산서 검사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오히려 검사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더욱 강화될 수 될 수 있다.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공인회계사법상 ‘회계에 관한 감사 및 증명’이 요구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서울시의회가 대법원의 판결까지 무시하면서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회계감사’로 되돌리는 것으로 조례를 개정한 것은 명분 없는 처사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시민의 편익을 위해서라도 민간위탁조례를 ‘결산서 검사’로 재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프로필] 이동기 세무사/ 미국회계사
• 현)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 전)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전)신안산대학교 세무회계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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