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동기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작년 말 국회에서 개최된 정책토론회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증권거래세 폐지 논쟁이 최근 여당과 정부에서도 입장을 내놓으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의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다가 최종적으로는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증권거래세제 개편은 기정사실이 된 것처럼 보인다.
여당의 강공모드에 그동안 증권거래세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이던 정부도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완화’로 한발 물러서면서 어떤 식으로든 증권거래세 과세체계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현행 증권거래세의 과세구조는 주식거래를 통해 이익이 발생했는지 여부에도 불구하고 주권 등을 양도하면 그 양도가액에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세액을 계산하게 되어 있는데, 이렇게 소득도 없는데 과세를 하는 것은 과세 체계상 불합리하기 때문에 증권거래세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양도세는 사실상 이중과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증권거래세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여 주식거래에 대한 조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시중의 유동자금을 증권시장으로 유입시켜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도와주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정부를 비롯한 증권거래세의 존치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증권거래세는 과세대상이 거래대금인데 비해 양도세는 주식양도차익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것이고, 또한 증권거래세는 단기매매의 억제, 주식시장 안정 등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들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는 경우에도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어 자본시장이 활성화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과세 체계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듯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각각의 논리를 바탕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니 폐지와 존치에 대한 판단이 쉽게 서질 않는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세 폐지 여부는 결국 조세체계의 합리화와 과세의 공평성,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방향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주식양도에 대한 차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그 거래대금에 일정률의 세율을 적용하여 과세하고 있는 증권거래세는 과세 논리상 불합리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행 소득세법상 비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모두 양도세를 과세하고 있지만,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증권거래세와 양도세가 이중과세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의 주장처럼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한다고 해서 유동자금이 유입되어서 자본시장이 활성화될지에 대한 점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렇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 개정되어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소득세법 규정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시장의 경우 주식 보유 비율 기준으로 1%(코스닥시장은 2%) 또는 주식보유가액 기준으로 15억원 이상인 경우 대주주로 보아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과세하고 있는 것을, 2020년 4월부터는 그 기준을 1%(코스닥 시장은 2%) 또는 10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고, 2021년 4월부터는 1%(코스닥 시장은 2%) 또는 3억원 이상인 경우 대주주로 보아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증권거래세의 존폐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리해보면, 그동안 상장주식시장의 경우 양도세 과세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이 높았기 때문에 웬만한 규모의 소액주주들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증권거래세 부과에 대한 조세저항이 적었다.
하지만 앞으로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기준을 급격하게 강화해 소액주주들에게도 양도세가 과세되면서 증권거래세까지 그대로 과세된다면 이중과세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주식양도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 경우까지도 증권거래세를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함에 조세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증권거래세를 인하 내지 폐지함으로써 주식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을 통한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다소 불투명하다 하더라도,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로 인한 이중과세 논란을 불식시키고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조세제도가 불합리하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프로필] 이동기 세무사/ 미국회계사
• 전)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전)신안산대학교 세무회계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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