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정부는 최근 경남의 남부내륙철도, 새만금국제공항 등 총사업비 24조 1000억원에 달하는 23개 국가시책사업에 대한 예타면제를 발표했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일자리창출 등을 예타면제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를 두고 시민단체, 야권에서는 나눠먹기식 재정 투입, 토건정책재현, 재정투입의 경제타당성의 미검증으로 인한 예산낭비 우려 등으로 반대가 극심하다.
'예타'란 예비타당성 조사의 줄임말로, 총사업비 500억원, 재정지원금 300억원 이상인 대규모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사전에 분석하는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이다.
본래 SOC 관련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동원되고 고정장비적합율이 높아 완공 후 그 경제실효성이 떨어질 경우, 예산낭비는 물론 원상회복도 어려워 거대한 흉물로 전락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느 고속도로는 수천 억원을 투자하고도 다람쥐만 다닌다고 해서 다람쥐도로라는 별명을 얻은 곳도 있다. 그래서 국가재정법에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예타를 거쳐 검증받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지역균형 및 시급성과 특정성에 불가피한 경우 예타면제조항을 두어 속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과거 경기침체기에 SOC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인한 재정낭비를 들추지 않더라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한 예타면제를 통한 밀어붙이기식의 사업은 지금도 그 폐해에 대해 논란이 자자하다.
필자는 이 예타조사와 관련해 승승장구하는 삼성과 지리멸렬했던 대우의 엇갈린 경영론을 다시 한 번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관리마인드로 수성에 치중한 반면, 대우의 창업주인 김우중 회장은 영업마인드로 공성에 치중해 단기간내 그룹의 성장을 도모했다.
물론 삼성은 오랜 기간 국내 내수를 중심으로 서서히 성장기반을 다졌기에 관리마인드가 더 중요시 됐지만 신생 대우를 창업한 김우중 회장은 경쟁이 많은 국내 내수보다는 해외수출로 승부수를 던져야 했기에 영업마인드가 최우선이었다.
즉, 삼성은 원가위주의 수익관리로, 대우는 빠른 성장을 위해 매출위주의 영업관리를 그룹의 모토로 삼았다.
실제 고 이병철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시 관상을 주로 봤다한다. 회사를 위험에 빠트리는 배신자상을 배제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성실한 인물상을 선호했다. 반면, 김우중 회장은 자신이 봉제수출기업인 한성실업의 영업사원 출신답게 신입사원 채용기준을 오대양 육대주를 무대로 수출영업할 인재를 더 선호했다.
삼성과 대우의 DNA는 신규사업 추진할 때도 접근방법을 달리했다. 삼성은 신규사업 추진시 철저히 예타조사를 근간으로 했지만 대우는 예타조사의 검증에 소홀했다.
반면 대우는 예타조사의 경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미리 예상해보는 페이퍼상의 숫자놀음과 상황분석이 절대적일 수 없고 무슨 사업계획이든 도전과 희생, 창조로 가성비를 좋게 유인해낼 수 있다고 본 것 이다. 그룹 볼륨을 먼저 확대해야하는 신생기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하면서도 가장 구미를 당기는 경영정책인 것이다.
대우그룹 붕괴의 결정적 방아쇠는 결국 예타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고 섣부른 육감과 시급성 및 불가피성으로 내질렀던 세계자동차 현지공장 계획이었다. 1997년 당시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가 되었던 경제 상황에 김우중 회장은 오직 세계 현지공장에서의 자동차 제조 수출로 이를 타개하려는 승부수를 띄웠다.
예타조사 없이 국가부도사태인 당시의 금융시장에 30조원(연이자율 30%)에 달하는 회사채를 조달하여 투자를 감행했고 결국은 생산제조된 자동차의 판매부진으로 그룹전체가 무너지게 되었다.
만일 그 당시 예타조사를 했다면 세계 경기의 침체경기상 부정적으로 나왔을 것임은 뻔하다.
이 과거의 경험에서 필자는 국가, 기업을 막론하고 어떤 경우든 반드시 예타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당장은 귀찮고 성가시지만 이 디테일의 결함이 후일 큰 부도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김 우 일
• 현)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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