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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파자측자(破字測字)로 들여다본 ‘비밀(秘密)’과 세상 이치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이 세상에는 비밀을 둘러싼 의혹이 많다. 비밀이 어머니라면 의혹은 그 자식이다. 비밀이 생기면 반드시 의혹이라는 자식이 따라붙게 된다. 그래서 1에 해당하는 비밀이 10에 해당하는 의혹으로 고무풍선처럼 확대 재생산되는 철칙을 밟는다. 한 번 생긴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으며 꼬리에 꼬리를 문다.

 

특히 권력과 돈과 여자가 삼위일체로 쌓아 놓은 언저리에는 반드시 비밀이 구축되고, 온갖 의혹이 난무하며 재생산된다. 비밀이라는 철근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그 철근에 의혹이라는 콘크리트가 발라지니 세월이 흘러도 그 비밀과 의혹은 인류의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비밀(秘密)의 한자를 파자측자해 그 세상 이치를 논해 보고자 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온 한자는 상형문자와 표의문자로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담아 전해져 왔다. 글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본 방식이 응축된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이 한자를 보고 미래의 길흉을 점치는 판단법이 유행했고, 오늘날에도 자미(字謎, 글자 수수께끼) 대회가 열리곤 한다.

 

옛날 명나라 시조 주원장이 죽고, 대를 이어 장남이 등극했지만 그도 일찍 죽어 어린 장손 혜제가 황위를 이어받았다. 이에 불만을 품은 주원장의 둘째 아들 연왕은 쿠데타를 모의하며 파자측자 선생에게 운명을 물었다.

 

선생은 비단을 들고 온 연왕을 보자마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선생은 “비단을 뜻하는 백(帛)을 파자해 보니, 황(皇)의 머리와 제(帝)의 꼬리가 합쳐진 글자이니 황제가 오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당시 권력의 향방을 읽은 정치적 언어이기도 했다. 이에 연왕은 정난지변을 일으켜 황제가 되었고, 명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비(秘)와 밀(密)이라는 한자에는 모두 필(必)이 들어 있다. 이는 비밀은 결국 반드시 세상에 드러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아무리 깊이 감추려 해도, 글자 자체가 이미 그 운명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후한의 양진은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다. 군수 시절 뇌물을 바치며 “아무도 모를 것”이라 하자 그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아는데 어찌 비밀이 있겠는가”라고 꾸짖었다. 이것이 사지론(四知論)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청렴했던 인물 역시 끝내 모함을 피하지는 못했다.

 

의혹(疑惑)이라는 한자도 파자해 보면 위험함을 내포한다. ‘의(疑)’는 비수와 화살을 가진 아이가 걷는 모습이고, ‘혹(惑)’은 흔들리는 마음을 뜻한다. 결국 비밀이 쌓이면 의혹이 커지고, 그 의혹은 사회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험한 국면으로 번져 간다. 그러나 세상은 늘 이치대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있다. 1963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은 단독범 결론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의혹을 남겼다. 총격 각도와 탄흔, 사건 이후의 정황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또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파리 실종 사건 역시 여러 설만 남긴 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비밀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세상 이치이지만, 세상은 언제나 이치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비밀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수수께끼처럼 남아 있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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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속세제 개편 논의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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