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6.25전쟁 직후 비참한 참화 속에서 25년이란 단기간에 국내 경제부흥을 이끈 재벌기업을 손꼽으라면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을 얘기할 수 있다.
한때는 우리나라 최대기업으로 1, 2위를 다퉜던 두 재벌은 한국경제 성장역사에서 잊혀질 수 없는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다.
‘삼성’ 하면 고 이건희 회장, ‘대우’ 그러면 고 김우중 회장을 떠올릴 만큼 두 사람은 두 그룹의 최고리더이며 상징적인 대명사이다. 대우그룹은 1999년 외환위기의 파고 속에 그룹해체를 겪었지만 그 주요계열사는 대주주가 변경, 각자도생하며 아직 우리나라의 산업계에 중추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세계 최고의 선두기업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두 그룹의 총수가 각각 유명을 달리했다. 고 김우중 회장은 2019년 12월, 고 이건희 회장은 2020년 10월에 연이어 별세함으로써 필자에게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두 총수 간에 은밀하게 벌어졌지만 결국 결렬될 수밖에 없었던 2개의 빅딜이 새삼 아련히 추억 속에 떠오른다.
빅딜(Big Deal)이란 글자그대로 그룹의 사활, 또 이에 따른 산업구조의 획기적인 변환을 초래할 만큼의 중요한 거래라 두 총수간의 은밀한 협의와 거래로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성사가 됐을 경우는 대문짝만한 뉴스로 대서특필되며 온갖 주식시장, 금융시장 등에 파급효과를 끼치지만 결렬이 돼 실패됐을 경우는 그야말로 은밀한 재벌의 비사정도로 구전을 통해 회자될 뿐이다.
고인이 된 두 총수 간에 이루어진 2개의 결렬된 빅딜을 회고하므로써 경영에 경계와 교훈을 얻고자 함이다.
첫째 빅딜은 1993년 가을날의 일이다. 당시 대우그룹은 자동차를 그룹의 세계경영의 견인차로 집중했지만 미국GM과의 50대 50 합작구조는 효율적인 경영체제에 걸림돌이었다.
사사건건 파트너인 GM의 트집은 자동차의 제조기술과 해외마케팅에 한계를 초래해 김우중 회장의 불만을 극도로 초래했고 심중에는 합작형태의 경영방식에 회의를 느끼게 했다.
동시대에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그룹에 하나 딱 부족한 자동차산업의 진입을 평생의 꿈으로 여길 정도로 몰입돼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진입장벽이 너무 커 Entry cost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르기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기 어려웠다.
두 그룹 총수 간에 맞아떨어진 수요와 공급의 의지는 일사천리로 메시지가 오고갔다. 삼성이 대우자동차의 대우지분 50%를 인수하는 제안이었다. 실무자인 필자가 은밀히 검토했지만 결국 결렬되었다.
원인은 김우중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자동차산업은 재벌이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종합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별도로 자동차회사를 신규 진입했고 김우중 회장은 GM지분을 인수해 완전경영체제로 몰입했다.
두 번째 빅딜은 1999년 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대우그룹은 대우전자의 만성적인 시장점유율하락으로 동사에 대한 정상화가 일대 숙제였다. 반면 삼성그룹은 그룹의 총체적인 역량을 투입, 신규진입한 삼성자동차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웠다. 이 두 그룹간에 맞아떨어진 수요와 공급은 또 두 총수 간에 일사천리로 메시지가 오고 갔다.
대우그룹은 기존의 자동차역량으로 삼성자동차의 정상화를 기대했고 삼성그룹은 기존의 전자역량으로 대우전자의 정상화를 자신했다.
결국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김우중, 이건희의 양팔을 들고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을 선언, 국제적으로 일대파란을 일으켰다. 필자가 검토를 했지만 결국은 결렬되어 없던 일로 돼버렸다. 원인은 이것 또한 김우중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의 자존심과 외환위기속 국제적 신인도를 얻기 위한 청와대의 졸속적인 쇼맨십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2개의 빅딜실패 결과는 하나의 재벌기업을 붕괴시켰고 다른 하나의 재벌기업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 이 2개의 빅딜이 성공되었다면 그 사후의 양상이 어떠했을까하는 호기심이 가득할 뿐이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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