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제일 먼저 칼질하고자 겨냥하는 곳이 아마 검찰인 것 같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라 하면 검찰, 국세청, 국정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등을 열거할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강의 권력기관은 검찰 이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세금사항, 국정원은 이른바 정보 사항,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사항, 경찰은 생활사항 등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결국 징벌을 가하는 최종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검찰만이 가지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 주의이기 때문이다.
검사만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고, 공소의 제기에 관해 검사의 재량을 허락하고 불기소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객관적 및 통일적 기준에 따른 공소권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치권의 외부압력에 불복하거나 자기 입맛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단점을 더크게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과거 일본의 잔재를 따라 그대로 물려받아 온 검찰제도는 수사권, 기소권을 통틀어 독점하고 있는 세계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집단이다. 이로 인해 역대 많은 정부가 이를 개혁하고자 했지만 공고화된 내부반발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고 심지어는 역대 정권들이 거꾸로 이 권력을 정치화에 이용했던 점도 수없이 보아왔다.
양 같은 순한 얼굴 이면엔 광폭한 이리의 얼굴이 보이기 때문에 결국 양날의 칼로 작용되었던 것이 현 실정이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여러 국가의 서로 다 른 검찰조직을 살펴보면서 이 검찰조직에 대한 우리나라 선조들의 지혜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조선시대 오늘날의 검찰에 해당하는 기관이 사헌부(司憲 府)와 사간원(司諫院)이다. 사헌부는 백관에 대한 탄핵권과 수사권을 가지며 사간원은 백관에 대한 탄핵권을 가졌다. 사간원은 사헌부를 견제 하였다. 사헌부가 무리한 수사나 봐주기 수사를 하면 사간 원이 사헌부를 탄핵해 들고 일어났다.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 사간원의 수장인 대사간은 청렴결백하고 모든 백관 들이 우러러보는 상징의 인물이었다. 조정회의 때나 사생활 어디에서나 사헌부, 사간원 관료들은 다른 관료들과 따로 동석하지 않았다 한다.
청탁을 피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수장인 대사헌, 대사간이 새로 임명되어 올 때 조금이라도 과거 비리에 연루되어있는 의혹이 있으면 직접 자신들의 상사 임명을 철회해달라고 탄핵까지도 했다.
권력은 가난하다는 말대로 사헌부, 사간원은 운영 예산이 빡빡할 정도로 기관 중에 제일 맑고 깨끗했다. 일단 사헌부의 관료로 임명되면 남루한 옷과 해진 사모와 띠를 착용해 가난한 벼슬아치의 관례를 본받았다.
어찌 부자가 남의 비리를 수사하고 탄핵할 수 있느냐 하는 우선 자기정화의 원칙을 준수했던 것이다. 한 이들 권력기관을 독립시키기 위해 이들 사헌부, 사간 원에 대한 인사권만은 이조판서에 주지 않고 이조전랑(국장 급)에게 주었다. 나아가 이조전랑의 임명도 이조판서에 주지 않고 이조전랑이 여론을 참고하여 스스로 후임 이조전랑을 선임해 상급의 권력층으로부터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시켰다.
그러다보니 조선시대 당쟁사 중에 이조전랑의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은 유명했다. 같이 우리 선조들의 최고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개 념이 철저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권력을 국민에게로’라는 명제 아래 검찰의 개혁에 서서히 발동을 걸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 중차대한 개혁에는 두 가지 측면이 상호 공명해야 제대로의 효과를 낼수 있다고 본다.
첫째는 하드웨어 측면이다. 법률 및 제도 개혁이다. 공수처 신설, 수사권과 기소권의 제도를 백지화 상태에서 오로지 국민주권의 개념으로 검토해야한다.
둘째는 소프트웨어 측면이다. 권위주의, 극단적인 조직이기 주의, 기회적인 정치성향주의가 팽배해있는 의식구조를 자발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인격 함양의 분위기를 검찰내 스스로 만들어야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운영하는 사람이 잘못하면 좋던 제도도 유명무실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사람이 먼저다”라는 경구가 새삼 떠오른다.
[프로필]김 우 일
• 현)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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