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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역사적 토사구팽의 세 가지 유형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아마 역사를 통틀어 혐오스럽고 부정적인 이미지인데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자성어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인 것 같다.

 

어려운 한자성어인데도 남녀노소를 불문, 삼척동자도, 무지몽매한 사람도 다 그 뜻을 알고 이용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교활하고 오묘한 심정을 정확히 꿰뚫어 짚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를 삶긴다는 해석인데 필요할 때 써먹고는 필요가 없어지면 버린다는 뜻이다.

 

인간이 가장 하고 싶은 게 남의 재주를 빌려쓰고는 성공 후에는 버리는 것이고 인간이 가장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재주를 빌려주고는 버림을 받는 것이다. 한쪽에는 조건이고 다른 한쪽에는 교훈이 되는 셈이다.

 

각각의 위치에 따라 가장 극대적인 호불호를 나타내는 토사구팽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불멸의 사자성어로 남을 것임은 확실하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말 가운데 인간의 간사한 속내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 있다. 필자는 이 말에 ‘노벨속담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기막히다.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르다.” 14자로 인간의 심정을 이렇게 함축적으로 표현한 조상들의 지혜가 경이롭다. 필자는 고대, 근대, 현대에 걸쳐 대표될 수 있는 이 토사구팽의 3가지 사례를 살펴보며 그 동기를 파악해보고 유형화 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고대시대에 이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사례다. 중국의 진시황이 죽고 천하를 두고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쟁패했다. 한나라의 명장 한신은 그의 재능으로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데 일등공신이 되고 유방은 그를 초나라 왕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한신의 재능과 힘이 커지는데 불안을 느낀 유방은 잔치를 베푼다는 핑계로 한신을 불러 죽였다.

 

둘째는 근대시대에 해방 후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례다.

이때 처절한 좌우간의 동족싸움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정만을 사상의 근본으로 삼았던 철저한 민족주의자이고 독립운동가, 정치가인 몽양 여운형은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과 김일성의 성분을 고려할 때 남북간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날 것을 예측, 이를 미연에 방지코자 자신을 따르는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무관 15명을 불러 북한 김일성을 도와 창군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북한군대의 주춧돌이 되도록 주문했다.

 

이는 당시 빨치산 경력 밖에 없던 김일성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군사제도의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여운형은 북한군의 주춧돌이 된 이 멤버들이 나중에 김일성의 전쟁도발을 강력히 견제시키는 역할이 되도록 할 셈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도움으로 전문적인 군사체제가 확립되자 김일성은 즉시 이들을 탄광으로 유배, 철저하게 토사구팽했다.

 

셋째는 현대시대에 모재벌그룹에 일어난 사건이다.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 둘이서 그야말로 적수공권으로 큰 그룹을 일으켰다. 한 사람은 외부일, 한 사람은 내부일에 전념, 역사상 전대미문의 대기업을 창업했다. 외부일을 도맡던 창업자는 활발하고 과감한 반면 내부일을 도맡던 다른 창업자는 온화하며 신중한 성격이었다. 조직이 방대해지자 판이한 성격의 두 창업자를 두고 파벌싸움이 일어나고 결국 창업자 한 명은 토사구팽당했다.

 

토사구팽의 동기유형을 보면 첫째는 아랫사람이 출중하면 위협을 느끼는 동기다.

둘째는 재능을 다 이용하고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느끼는 동기다.

셋째는 경쟁자가 더 인기있으면 질투를 느끼는 동기다.

 

어떠한 동기이든 인간이면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르다는 우리 조상들의 기막힌 속담을 떠올린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불후의 속담, 명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연히 실소가 나온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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