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7 (토)

  • 흐림동두천 29.6℃
  • 흐림강릉 34.4℃
  • 구름많음서울 30.9℃
  • 소나기대전 26.5℃
  • 구름많음대구 33.1℃
  • 구름많음울산 32.2℃
  • 구름많음광주 30.1℃
  • 구름조금부산 31.0℃
  • 구름많음고창 29.3℃
  • 구름많음제주 33.5℃
  • 흐림강화 29.5℃
  • 흐림보은 25.4℃
  • 흐림금산 27.5℃
  • 구름많음강진군 33.1℃
  • 구름많음경주시 33.9℃
  • 구름많음거제 29.0℃
기상청 제공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원로 대배우와 황희정승의 머슴질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우리나라에서 원로 연기인 중에 최고의 인기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순재 씨가 최근 전 매니저의 폭로로 아주 곤경에 처해있고 이 소식을 들은 팬들은 그분만큼 경륜과 학덕을 겸비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분이 도대체 왜 그 같은 구설수에 휘말렸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전 매니저 김모씨는 이순재 씨 가족이 개인 집안일로 쓰레기 분리수거, 생수통 운반, 신발 수선 등 자신을 머슴 수준으로 부리며 노동 착취했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자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김모씨는 배우의 일정을 관리하고 이동을 돕는 매니저로 알고 취업했는데 배우 가족들의 허드렛일, 잡다한 가사 심부름을 도맡아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순재 씨 측은 개인매니저의 업무상 공사의 구분이 모호하고 관행상 업무뿐만 아니라 업무외의 일도 자연히 곁들일 수밖에 없는 일의 특수성을 얘기하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필자는 이 논쟁거리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현재는 사문화되다시피한 머슴이라는 용어이다.

머슴은 고용주의 집에서 주거하며 새경을 받고 농사뿐만 아니라 가사노동까지 담당하는 농촌 노동자로 옛날의 노비에서 1800년도에 진화되어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서의 머슴이라는 직업이 정착되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촌에서는 일손이 많이 필요해 25여 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1960~80년에는 식모라 불리는 여자 머슴이 가가호호마다 있었던 적도 있었다. 상머슴이라는 용어는 아직까지도 혹독한 아랫사람 부리기에 회자되기도 한다.

 

필자는 ‘허허정승’이라고 별명이 있고 조선시대 여러 임금을 70년 동안 모시며 최고의 청백리 정승이라고 일컬어지는 황희와 그가 데리고 있는 머슴과의 관계에 대한 일화를 되새겨 본다.

 

어느 날 황희의 집에 아주 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찾아와 두 사람은 회포를 풀며 술을 마셨다. 술상에는 빈대떡 등 안주들이 있었다.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어린애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어린애들은 어른들의 허락도 없이 순식간에 빈대떡을 집어먹어버렸다. 그런데도 황희는 빙긋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대작하고 있는 친구는 당황하여 황희에게 물었다.

 

“이 아이들이 자네 손자들인가?”

“아닐세, 저 애들은 머슴의 아이들이라네.”

 

깜짝 놀란 친구는 대번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감히 머슴들이 주인 앞의 음식을 훔쳐 먹다니 치도곤을 내야겠다”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나 황희는 “아닐세, 내 손자나 머슴의 아들이나 다 똑같이 하늘이 내려준 귀중한 생명이네.”

 

친구는 황희정승의 차별 없는 어진 성품에 감동했다. 이 세상에 상전, 머슴의 신분이 따로 어디에 구분되어 있겠는가. 신분이 구분되어 구별되어 있기보다는 맡고 있는 일의 종류가 상전, 머슴으로 구분되어 있음이 세상만사이다.

 

이 세상에 90% 이상의 일이 리더를 위한 일꾼으로써 임금을 받고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공사의 경계선이 희박해 그 선을 넘나들기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왜 이런 폭로가 터져 나오고 변명을 하고 사과를 하고 시빗거리에 휘말려들까 하는 의구심을 황희정승의 머슴에 대한 태도에 찾아보기로 한다. 황희의 머슴에 대한 태도에 가장 중요하게 보이는 것이 다름 아닌 머슴을 머슴 아닌 하나의 귀중한 인격체로 보았다는 것이다.

 

직업에 따라 맡은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수행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을 상전이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보았느냐 또는 안 보았느냐가 진실된 머슴인가 아닌가 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머슴 부리듯이 아니고 가족 대하듯이 했다면 과연 그 매니저가 격분하고 폭로전쟁을 치렀을까.

 

필자도 재벌의 주군을 모시면서 온갖 심부름 다했고 쌍욕도 먹었지만 한번도 기분 상한 일이 없었다. 그것은 바로 머슴 부리듯이 아니고 가족 대하듯 했기 때문이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의사의 꿈을 버리고 인류 최고의 지혜를 만든 사람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의료계의 극심한 반대 속에서도 정부 측의 강행으로 의대증원이 확실시 되어가며 바야흐로 의사 전성시대가 도래되었다. 현재 의대정원 3058명이 5058명으로 대폭 늘어나며 10년 후에는 5만명 이상의 의사가 늘어나게 된 것은 반드시 우리 사회에 포지티브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존재하듯이 이에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도래될 것임은 명확하다. 첫째는, 의사를 목표로 하는 광풍시대가 사회구조를 더욱 불균형으로 만들 것이다. 오로지 계급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본인을 비롯해 부모들이 더 미친듯이 나댈 것은 지금까지의 입시 흐름을 봐서도 틀림없다. 그래서 흔히 회자되는 의대입학을 위한 반수생, N수생의 폭증이 불 보듯 뻔하며 이 수요는 이공계의 우수한 인재를 거의 고갈시켜 국가과학기술발전에 큰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SKY대 등의 이공계 우수인재들이 의대입학을 하기 위해 자퇴를 하고 의대입시 전문학원에 몰려드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은 현재 바이오, AI, 우주, 반도체 등이 글로벌 산업의 중추로 국가간 초경쟁시대에 거꾸로 가는 현상이고 이는 국가미래에 매우 불안한 느낌을 준
[인터뷰] 창립 50주년 부자(父子) 합동 남서울관세사무소 홍영선 관세사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국내 최초의 부자(父子) 합동 관세사무소인 남서울관세사무소가 지난 5월 12일 하버파크호텔에서 창립 50주년 행사를 열고 혁신과 도약의 100년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특히 장시화·이용철·이영희·김용우·이상태·손종운 씨 등 남서울 창업 멤버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현재 남서울관세사무소를 이끄는 홍영선 대표관세사는 이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남서울관세사무소의 50주년은 관세사회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뜻깊은 기록이자 커다란 귀감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전·현직 남서울 식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믿음으로 다져온 남서울관세사무소의 50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 혁신과 도약의 100년을 다짐합니다”라고 전했다. 기념식에는 이승남 국가원로회의 정책위원 겸 KBS 前 국장도 참석해 “지금까지 믿음으로 50년을 지켜온 만큼 앞으로 100년도 믿음으로, 튼튼하게 성장해 나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덕담을 전했다. 남서울관세사무소(옛 남서울통관사)는 국내 첫 지하철(청량리역~서울역)인 1호선이 개통되고, ‘K-푸드’의 대표주자로 세계 60여 개 나라의 과자 시장을 휩쓰는 ‘초코파이’가 탄생하던 해인 1974년 5월 10일 고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