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이 저질러온 그동안의 적폐는 가히 온 국민이 경악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오로지 국가안보와 국민 안위만을 목표로 세워진 국정원이 국가, 국민보다는 5년의 통치권자 1인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충성하며 저질러온 작태는 대한민국 헌법과 주권자인 국민의 뒤통수를 친 배신행위와 다름없다.
음지에서 일하는 기관이라 아무도 몰랐던 비밀공작은 그토록 신뢰했던 국민의 가슴을 권총으로 쏜 배와 같다. 믿고 잠자는 국민의 가슴에 말이다.
왜냐하면 그 막대한 공작금이 다 권한을 부여한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피땀 어린 국민의 세금으로 당치도 않게 해괴망측한 일을 자행했기에 비난 받아 마땅하다. 최고의 국가권력기관이 뭐가 아쉬워 이토록 허망한 짓을 꾸몄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과거 수천 년 우리나라 역사의 권력기구에서 ‘국정원의 원조가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항상 원조는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최고를 자랑 하기에 그때의 원조와 지금의 국정원을 비교하고 싶어졌다.
과거 역사의 사기와 실록을 훑어보니 과연 원조라 일컫는 데 손색 없는 기관이 눈에 보였다. 바로 영화, 드라마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이른바 ‘암행어사’였다. 암행어사제도는 당시 통신 및 교통이 마땅치 않은 국경 및 지방의 온갖 정보가 궁금했던 국왕이 비밀리에 직접 지명, 파견해 지방행정의 정보를 캐고자 했던 제도이다.
백성들의 상황, 관리들의 시정 득실을 몰래 관찰하여 탐학한 부패정치를 하는 수령들을 징치하거나 왕에게 보고하였다.
동시에 토호 지방세력의 규찰, 국경지역의 위험사항도 아울러 정보 관리하였으므로 지금의 국정원 역할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왕은 신료 중에 신뢰있고 지방행정에 경험이 있는자 중에서 암행어사를 선발하고 친히 어전에서 봉서와 마패 등을 전달한다.
봉서는 업무지시사항을 적은 것이고 마패는 역참에서 말을 사용할 수 있는 허가증을 말한다.
봉서를 확인한 후 즉시 목적지로 직행하는데 한두 명의 하급관리를 대동했다. 관내에 들어가서는 신분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남루한 옷과 찢어진 삿갓을 쓰고 풍찬노숙하며 정보를 수집 정찰하였다.
관리들의 불법행정을 적발하면 마패를 보이며 ‘암행어사 출두야’라는 고함과 함께 관사를 들이닥쳐 심판한다. 물론 나중 국왕에게 보고서를 올려야 함은 필수다.
이처럼 국정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암행어사제도는 오늘날 국정원이 본받을 점이 많다.
첫째, 암행어사에게는 원칙적으로 자금예산이 없었다. 가끔 국왕이 약소한 경비만을 지급하였기에 거의 자급자족하며 오로지 국정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업무를 이행하였다. 그 고생이 대단했다.
둘째, 봉서에 지시된 업무영역에만 충실하였고 그 외의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즉 권한 남용을 경계 시 했다.
셋째, 다른 지역의 부패불법행위가 정탐되어도 관할 밖이라 그 지역의 암행어사에게 이첩하였다. 권력의 경계를 정확히 했다.
넷째, 관할지역에서의 직접 정보만을 대상으로 규찰하였다. 흔히 ‘찌라시’ 정보는 활용을 못하도록 하였다.
다섯째, 막강한 암행어사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암행어사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감시 및 처벌이 뒤따랐다. 철저한 견제기능을 유지했다. 조선 건국 이후 약 300여 년 간 400명 이상의 암행 어사를 멀리 떨어진 지방에 파견하여 국가보안과 국민 안위를 도모한 것은 봉건시대 국왕의 통치행위에 나름대로 큰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박문수, 실학자 정약용, 추사 김정희, 영의정 심환지 등 조선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이 모두 암행어사를 지내 국가행정에 이바지했다.
똑같이 왕으로부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암행어사와 국정원, 한쪽은 한 개인의 충성심으로 국정에 이바지, 다른 한쪽은 거대한 예산과 조직으로 국정에 적폐를 끼치고….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쪼록 옛날의 암행어사제도를 반면교사로 새롭게 태어나는 국정원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프로필]김 우 일
• 현)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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