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路曰; “子行三軍, 則誰與.”
자로왈; “자행삼군, 즉수여.”
子曰; 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謨而成者也.”
자왈; 포호빙하 사이무회자, 오불여야. 필야임사이구, 호모이성자야.”
자로가 여쭈어보았다.
“스승님께서 삼군을 지휘하신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두드려 잡고 큰 강을 배 없이 건너면서 죽어도 후회가 없는 자라면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일에 임할 때 염려하고, 계책이 있어 성공적으로 이루는 사람이어야 한다.” _술이述而 7.10
자로가 스승님께 “삼군을 지휘하신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면서 아마 이런 대답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래, 너같이 용맹한 사람과 함께 해야겠지….”
그도 그럴 것이 자로는 오랫동안 스승 공자와 함께 하면서 주변에서 공자를 욕하거나 불온한 자들을 혼내면서 보디가드 역할을 잘 수행했습니다. 특히 공자가 50 중반의 나이에 노나라의 대사구(오늘날의 법무부 장관)라는 높은 벼슬자리를 때려치우고 장장 14년간 천하주유를 감행했을 때 그의 곁을 든든하게 잘 지켰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만약 스승이 전쟁터에 나간다면 그의 곁을 지킬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자는 “도(道)가 행해지지 않아서 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나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따라올 사람은 자로밖에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를 아끼고 총애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스승은 신중하고 계책이 있는 자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같이 자리에 있었던 안연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일 겁니다. 반면 생각보다는 일단 행동을 먼저 하는 자로였기 때문에 공자는 그가 스스로 깨닫기를 바란 마음이었습니다.
용맹함과 동시에 필요한 신중함
“돌격 앞으로…”라는 말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봤을 것입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지휘관의 신호로 병사들은 돌진합니다. 수많은 병사들이 총알에 맞아서 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집니다. 물론 전쟁터에서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할 때 작전, 즉 계획을 세우고 공격을 하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리더에게 용맹함은 필요합니다. 그것이 조직의 중요한 구심점이 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리더보다는 그렇지 않은 리더가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리더는 신중해야 합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사람의 목숨과 수많은 자원을 볼모로 하는 일종의 도박입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쪽박을 차게 됩니다.
《손자병법》을 저술한 병법가 손자(孫子, 기원전 545년~470년)는 전쟁을 일으킬 때는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다. 생사와 존망이 걸려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한 나라의 운명을 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10만 명의 군사를 동원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천금이 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사실 전쟁 한 번 잘못 일으키면 나라의 재정이 파탄이 납니다. 그래서 손자는 피 튀기는 전쟁보다는 되도록 전쟁 없이 외교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불세출의 병법가조차도 전쟁의 무모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굳이 전쟁을 해야 한다면 승리를 위해서 철저하게 계획해야 함도 강조했습니다.
회사 간의 경쟁도 전쟁이나 다름없습니다. 회사가 득을 보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회사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전자상거래 사업을 키우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편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없이 아마존 사이트에 접속해서 물품을 주문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망한 회사도 있고 이제는 아마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소 사업자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세상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계획을 짜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아마존과 같은 골리앗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윗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회사 내에서는 또 어떤가요? 만약 내가 리더라면 과연 어떤 관리자를 고용해서 퍼포먼스를 올려야 할까요? 물론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습니다. 일정한 수준의 아웃풋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넘어서 무모한 사람은 문제가 있습니다. 말이 안 되는 목표를 갖고 팀원들을 몰아붙이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치밀한 계획을 짜기보다는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봅니다. 결국 회사나 팀의 화합을 해치면서 오히려 조직 분위기를 망칩니다.
만용을 경계해야 한다
공자가 경계한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그가 말한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으려 하고, 배 없이 강을 건너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신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용맹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맨손으로 범과 싸우는 것은 ‘용기(勇氣)’가 아니라 ‘만용(蠻勇)’입니다. 배가 없는데도 맨몸으로 넓은 강을 건넌다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임진왜란을 복기해보면 신립 장군(1546~1592)과 이순신 장군(1545~1598)을 비교하게 됩니다. 신립 장군은 파죽지세로 공격하는 왜군을 맞아서 선조에게 받은 검을 차고 용감하게 출정했습니다. 이때 그의 부하는 문경새재의 험한 고개에 진을 치자고 했으나 이를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기마대의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서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결과는 모든 사람이 아는 그대로입니다. 신립 장군은 끝까지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물론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신중했습니다. 아군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한 반면 단점은 최소화했습니다. 확실한 승부처가 아니면 섣불리 나서지 않았습니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했고 아군이 갖고 있던 거북선, 판옥선과 대포의 효과를 최대한 이용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백전백승(百戰百勝)의 믿기지 않는 승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신중한 계획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선조는 무리한 출정 명령을 내렸고, 이순신 장군은 거부했습니다. 결국 장군은 파직 당했고, 그의 자리를 뒤이은 원균은 무리하게 출정해서 많은 병사를 잃고 자신도 전쟁터에서 숨졌습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역사지만 역사는 반복됩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그렇게 못할 때가 많습니다. 공자는 용맹스러운 자로에게 좀 더 신중하기를 주문했지만 안타깝게도 자로는 그 말을 새겨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중에 반란군에게 항의하기 위해서 홀로 용감하게 나섰지만, 사실 그것은 죽음이 예상된 만용에 불과했습니다. 어쩌면 그의 죽음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치밀한 리더의 한 수》,《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 출간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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