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는 이는 좋아하는 이만 못하고, 좋아하는 이는 즐기는 이만 못하다”_옹야雍也 6.18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뛰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돈, 사랑, 명예, 여행, 승진, 명품, 음식, 취미 등 다양할 것입니다.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써봐야 합니다. 물론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러한 질문을 할 만한 심적인 여유도 없고, 해볼 필요성도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를 알 때, 비로소 삶의 목표를 갖게 되고, 거기에 맞춰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생 대부분 정해진 틀과 궤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잘 따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주어진 숙제를 충실히 합니다. 회사에 취직하거나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암묵적인 지시를 따릅니다.
우리의 부모 세대도 그랬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행복은 어느 정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가족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가슴을 진정으로 뛰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퇴직이 가까워지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나 녹녹치 않습니다. 나의 가치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젠가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 기약 없는 행복을 위해서 현재를 희생해야 하나요? 더군다나 가족을 위해서 나 자신이 몸과 마음을 희생을 하고 있다고 믿으면 더 큰 문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병들게 됩니다. 번아웃에 이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을 즐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노력 없이는 행복을 쟁취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은 ‘수동적인 노력’이 아닙니다. 보다 ‘적극적인 노력’입니다. 더 이상 인생에서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생계’가 중요하지만 이것이 단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서도 일하는 것입니다.
지지자, 호지자, 락지자의 의미
공자가 여기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아는 이는 좋아하는 이만 못하고, 좋아하는 이는 즐기는 이만 못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한자로 풀어서 단계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知之者(지지자) → 好之者(호지자) → 樂之者(락지자)”
지지자’는 아는 사람, ‘호지자’는 좋아하는 사람, ‘락지자’는 즐기는 사람입니다. 거꾸로 해석해보면 즐기기 위해서는 좋아해야 하고, 좋아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합니다.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는 지식이고 꾸준한 ‘공부’를 통해서 쌓을 수 있습니다.
<팔일 편〉에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누가 추 땅(공자의 고향)의 아들이 제사의 예를 안다고 말했나요? 태묘에 들어와서 매사 묻더군요.” 나중에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묻는 것이 바로 ‘예’다.”
공자의 ‘제사의 예’에 대한 지식이 생각보다 적다고 누군가 험담을 하자 공자는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바로 ‘예’라고 했습니다. 공자에게 공부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잘 모르는 것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질문을 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만약 자존심 때문에 질문을 꺼리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한다면 지식을 쌓아갈 수 없겠죠.
공자가 ‘예’에 능통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만약 자신의 지식이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학습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진정으로 즐기거나 좋아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공자는 제사를 지낼 때, 조상님이 마치 살아 계신 듯이 했고,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도 마치 신이 거기에 계신 듯이 모셨다.”라고 감탄을 한지도 모릅니다.
일을 배우고, 좋아하고, 즐기는 경지
공자의 자세를 우리 실제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회사 업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업무를 배우기 위해서 지식을 쌓습니다. 선배에게도 궁금한 점을 물어봐야겠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성과를 내고, 일로서 인정을 받고, 보람을 느낍니다. 사실 이 정도 경지에 이르러도 대단합니다.
적어도 나의 일이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어떤 성취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더 높은 단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락지자’입니다.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회사에 출근하거나 나의 사업이 즐겁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너무 기대됩니다.
오르기 힘든 경지이지만 이 단계에 오른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한 동기’가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심지어 고민하는 과정을 즐기고, ‘몰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락지자’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먼저 ‘지지자’와 ‘호지자’의 경지를 넘어야 합니다. 내가 일을 제대고 알고, 좋아해야 즐길 수 있습니다. 초기 투자비용, 즉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을 수동적으로 하기보다는 업무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그것을 나중에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퇴사를 하더라도 회사에서 배운 것을 활용한다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받은 만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취미나 N잡러로 일하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받는 보수가 충분하지 않고, 나와 적성이 맞지 않는 업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왕이면 업무에 몰입하고, 나의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하면 좋습니다. 하루에 투자하는 8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인생의 절반입니다.
공자는 〈공야장 편〉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열 가구 되는 작은 마을에서도 반드시 진실하고 성실해서 나와 같은 사람이 있겠지만, 나처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회사 업무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일하면 한계에 부딪힙니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면 금방 동기를 잃게 됩니다. 더 이상의 목표가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더 큰 그림과 비전을 가지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종국에는 어떤 일을 하든 ‘호지자’를 넘어서 ‘락지자’의 경지에 오를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인생을 즐기게 됩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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