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세상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5G급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보면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기존의 산업은 사양의 길을 걷고 새로운 산업이 잉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해답을 인문학(人文學)에서 찾았다. 반도체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20여년 간 최첨단 기술을 접하고, 매일 피를 말리는 경쟁을 경험했다.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매일 새로운 일이 터지고, 대응책을 세워야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끊임없는 경쟁이 곧 과거의 피튀기던 전쟁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인류의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삼‘ 국지(三國志)’가 그랬다. 역사는 반복된다. 누군가는 균형을 깨고 천하를 통일하거나 또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수십 개에 달하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고작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줄었다. 심지어 DRAM 메모리 시장은 세 개의 큰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다.
마치 이들은 1,800년 전의 위(魏), 촉(蜀), 오(吳)처럼 메모리 시장에서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뉴스 미디어에서는 세 업체의 기술, 실적, 시장점유율, 투자 등의 동향을 연일 다룬다. 마치 누가 천하를 통일할지 궁금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반독점(反獨占) 이슈 때문에 한 업체가 전체 시장을 독점할 수는 없지만, ‘압도적인’ 회사가 되는 것은 모든 회사의 꿈과 희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과거 ‘삼국지’의 상황과 유사하다
삼국지의 상황을 한 번 짚어보자. 후한(後漢) 말기의 혼동 속에서 조조, 원소, 원술, 여포, 유표, 공손찬, 유비, 손권 등의 군벌은 최후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 온몸을 바쳤다. 분열된 중국을 다시 통일할 수 있는 1순위 후보는 원소였고, 그다음이 조조였다. 명문가 출신인 원소는 공손찬을 무찌르고, 하북(河北)의 광활한 영토를 손에 넣으면서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 그가 중국대륙을 통일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원소는 ‘관도대전(서기 200년)’에서 조조에게 뜻밖의 역전패를 당하면서 급격히 몰락했다. 누구보다 용병술이 뛰어난 조조의 능력 덕분이었다. 이 승리로 조조는 천하통일의 1순위 후보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덜미를 잡은 것은 바로 ‘적벽대전(서기 208년)’이다. 비록 적벽대전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았지만, 삼국통일의 바통을 후대에 물려줘야 했다.
9회말 투아웃, 승리를 위해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긴 상황에서 조조의 꿈을 무산시킨 이들이 바로 유비와 손권이다. 그리고 이들의 핵심참모는 제갈량과 노숙이었다. 유비의 세력은 손권에 비해서도 열등했고, 최약체였다. 손권은 부친 손견이 물려준 강동(江東) 지역의 풍족한 자원과 훌륭한 신하와 장수들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강(長江)이 이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반면 유비는 터전이 없었다. 떠돌이 신세였다. 조조가 원소, 원술, 여포 등을 물리치면서 한창 잘 나갈 때, 그는 형주 자사인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이미 마흔 중반을 넘어서, 오십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들이라면 경영진에 오를 나이에 아직도 중소기업을 불안정하게 꾸려가고 있었다.
그것도 조조가 남하(南下)하면 제일 먼저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신야라는 작은 고을에서 말이다. 그는 화살받이로 전락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그를 구해준 사람이 바로 제갈량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통해서다.
다시 현재로 넘어온다. 비단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역사 속에 수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어떤 회사는 성공하고, 어떤 회사는 패망한다. 왜 그런 것일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밖에 없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위대한 회사’는 아무나 될 수 없다. 하지만 1,800년 전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이 그랬던 것처럼 가장 중요한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비전(Vision)과 미션(Mission)을 세우고, 중장기 전략에 따라서 실행(Action)하면 된다. 마케팅의 3대구성요소인 회사(Compa ny)를 차별화하고, 경쟁사(Competitor)를 압도하고, 고객(Customer)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다소 허무한 결론이지만 제갈량은 이를 몸소 실천했다. 최약체였던 유비 세력을 이끌고, 대기업인 촉나라(Company)를 세웠다. 국가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그 나라의 구성원이면서 고객인 병사와 장수, 백성들(Customer)을 소중히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빠른 마켓센싱(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시장의 환경, 경쟁사, 고객의 변화를 감지하여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서 경쟁사(Competitor)의 움직임을 손바닥 위에서 바라봤다. 개인적으로는 자신과 가족들에게 엄격했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발휘했다. 그의 삶을 되짚어보면 아무것도 없던 유비의 세력이 촉나라를 세운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그의 비전과 미션, 중장기전략, 마케팅 전략을 다시 한 번 주목할 때다.
※연재순서
1. 왜 제갈량의 마케팅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가?
2. 창조적인 중장기 전략이 먼저다
3. 경쟁사를 파악하기 전에 선뜻 걸음을 나서지 말라
4. 나만의 포지셔닝 전략을 세워야 한다
5. 실행가와 전략가의 연락을 구분하다
6. 직원이 첫 번째 고객이다
7. 최상의 파트너와 한 배를 타라
8. 때(時)와 장소(場所)를 나의 편으로 만들다
9. 회사의 금전적 파이프라인을 만들자.
10. 기업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하기
11.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기 위한 제일 중요한 것 한 가지
12. 능력 없는 낙관주의보다는 능력 있는 비관주의가 낫다
※ 연재 순서 및 내용은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프로필] 나단 작가
•전 대기업 반도체 부서 마케팅 관리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저서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 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가장 위대한 메신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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