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중국 전국시대의 최강국인 진(秦)을 제외한 연(燕), 제(齊), 초(楚), 한(韓), 위(魏), 조(趙)의 6개국 사이의 외교 전술을 말한다. BC 4세기 말 소진(蘇秦, ? ~ 기원전 284년)은 다른 6개국에 “진나라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하여 6개국을 연합하고 진에 대항했다.
이를 합종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6개국이 뭉치니 진나라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물론 뒤에 장의(張儀, ? ~ 기원전 309년)라는 사람이 진을 섬겨야 한다고 6개국을 설득하여 합종을 깨고 진과 횡적 동맹을 맺게 했다. 결국, 6개국은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
이렇게 오늘의 파트너가 내일의 적이 되는 합종연횡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텔(Intel)과 마이크론(Micron)이 바로 그 관계다. 인텔은 CPU에서 시장 점유율이 75%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강자다. 물론 AMD와 Nvidia 등이 CPU와 GPU 등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지만 말이다.
비즈니스 업계에서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1968년에 설립된 인텔은 비메모리인 CPU의 강자이지만, 원래는 디램 메모리(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을 재빠르게 흡수한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대량으로 메모리를 찍어내면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결국 198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메모리 시장이 계속 성장하자 20년 뒤에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론과 협력하여 미국과 싱가포르에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인텔의 메모리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자 둘은 지분을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갔다.
하지만 인텔은 2020년에 다시금 메모리 사업의 대부분인 낸드 메모리(비휘발성 메모리)를 SK하이닉스에 매각했다. 아무래도 치열해지는 CPU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하이닉스는 인텔에게 10조원의 거금을 쥐어주고, 인텔은 그 돈으로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으니 둘 다 모두 Win-win할 수 있는 협력이었다.
유비와 손권의 세력이 이러한 반도체 업계의 이해관계와 같았다. 두 영웅은 적벽대전을 위해 서류상 합작 회사를 세운 후 제갈량과 노숙이 그 회사의 경영진이 되었다. 이를 통해 공동의 적인 조조를 상대했다. 하지만 이후 각자의 이익에 따라서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다. 만약 그들의 관계가 굳건했다면 삼국의 역사는 새롭게 쓰였을 것이다.
어쨌든 조조가 형주를 접수한 이후에 유비와 손권은 서로에게 다가갔다. 조조의 거대한 세력이 먹구름처럼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 원하는 것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권을 마지막으로 설득해서 적벽대전에 참전하도록 한 것이 제갈량이었다.
손권이 내부적으로 주전파(전쟁하기를 주장하는 파)와 주화파(전쟁을 피하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주장하는 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때, 차분하게 이해득실을 따진 것도 바로 그의 능력이었다. 그의 논리적인 설득에 결국 손권은 주화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조조와의 대결을 선택하고 다음과 같이 외쳤다.
“이제 다른 영웅들은 모두 죽고 오직 이 몸만 남았으되 맹세코 이 몸은 그 늙은 역적과 함께 살기를 바라지 않으리라!”
손권과 그의 오른팔인 주유와 노숙이 제갈량과 뜻을 같이 하는 순간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 계획은 마침내 가동되기 시작했다. 결국, 천하통일의 가능성이 ‘0%’였던 유비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준 것은 바로 공명의 담대한 외교술 덕분이었다. 마치 전국시대의 강대국인 진(秦)나라에 대응하기 위해 합종을 주장한 소진과 같았다.
최상의 파트너와 함께 한다면 회사의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최상의 파트너를 맺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보다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내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셋째, 상대방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넷째,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고 충실해야 한다.
유비와 손권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첫째, 손권은 유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에게는 강동의 넓고 비옥한 옥토와 훌륭한 신하들이 즐비했다. 물리적인 자신의 측면에서는 떠돌이 유비의 세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둘째, 손권은 유비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지만 뛰어난 학식과 리더십이 있었다. 적벽대전이 발발한 208년, 유비는 47세였고 손권은 26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손권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신중했고, 책을 항상 가까이했다. 무력만 믿고 있는 여몽에게 공부하라고 지시하자 여몽이 머리를 싸매고 책을 읽게 만든 것도 유명한 이야기다. ‘괄목상대(刮目相對, 눈을 비비고 상대편을 본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부쩍 늘어남을 이르는 말)’라는 고사성어도 손권과 여몽에 의해 생겨났다.
셋째 유비는 자신보다 무려 스무 살이나 어린 손권을 파트너로 인정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절대 받아들이기 힘든 자세다. 이것은 마치 회사에서 임원이나 부장급의 사람이 신입사원을 자신의 친구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넷째, 유비와 손권은 서로에게 진실하고 최선을 다했다. 물론 진실했다는 부분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비록 그들의 마음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지만 제갈량과 노숙은 두 세력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했다.
유비가 손권의 누이동생과 결혼하기 위해 강동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파란 눈빛과 자줏빛 수염의 손권을 만났을 때,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느꼈다. 그들이 정원을 거닐다가 커다란 돌을 발견하자, 유비는 호기로운 마음이 들었고, 돌을 칼로 내리치면서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
“만약 유비가 다시 형주로 돌아와 무사히 황패의 업을 이룩할 수 있다면 한 칼질에 이 돌이 둘로 갈라질 것이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돌은 갈라졌다. 마찬가지로 손권도 이에 질세라 다음과 외치며 칼을 휘둘렀다.
“만약 조조를 깨뜨리게 된다면 역시 내 한 칼에도 이 둘은 갈라질 것이다.” 과연 그가 내려친 돌도 쪼개졌다. 손권은 젊은 시절의 유비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영웅의 기질을 갖췄다.
최상의 파트너를 찾고 함께하려면 위의 4가지 조건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이것이야말로 약자에게 꼭 필요한 시너지 효과다. 최상의 파트너와 한 배를 타야 회사의 능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니 진정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 수 없다.
[프로필] 나단 작가
•전 대기업 반도체 부서 마케팅 관리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저서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 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가장 위대한 메신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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