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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군자는 우선 실행하고, 그 말이 이후에 따르게 한다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而後從之.”

자공문군자, 자왈; 선행기언이후종지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실행하고, 그 말이 이후에 따르게 하라” - 위정爲政 2.13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당시 상황을 상상해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화려한 복장의 자공이 눈을 반짝이며 공자에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자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음. 네가 평소에 말솜씨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니….’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선 실행하고, 그 말이 이후에 따르게 하라.”

 

《논어》의 〈위정편〉에서 나오는 이 사례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잘 나타냅니다. 사실 자공은 똑똑하고, 언변에 능했습니다. 그러한 재주 덕분에 상업을 통해서 부를 축적했고, 뛰어난 외교술로 노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자는 평소 그가 말이 앞서는 것을 염려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 중 공자의 제자들에 대해서 묘사한 〈중니제자열전〉에서 자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자공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일을 좋아하여 때를 보며 돈을 잘 굴렸다. 그는 상대방의 장점을 칭찬했으나 잘못을 덮어주지는 못했다.”

 

앞부분에서는 자공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마지막 뒷부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즉, 자공이 남을 칭찬하는데 후했지만 상대방의 과오를 덮어줄 정도로 넓은 도량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그를 원망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많은 제자였습니다. 그는 스승 앞에서 겸손했고, 진심으로 존경했습니다. 돈도 많고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가 스승보다 낫다고 부추겼지만,(《논어》에서는 그가 스승보다 뛰어나다고 주변에서 칭찬하는 내용이 무려 세 번이나 나옵니다) 결코 자만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주변에서 “중니(공자의 자)가 어찌 당신보다 현명하겠습니까?”라고 대놓고 칭찬을 하자, 그는 “스승님과 견줄 수 없는 것은 마치 하늘을 사다리로 오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답했습니다(자장편 19.25). 공자가 임종에 이르렀을 때, 그는 애제자인 자공을 찾았고, 자공은 공자의 3년 상을 두 번이나 치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자공은 스승에 대한 충(忠)이 대단했으나, 다만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조금 인색했고, 비평을 하는 안 좋은 습관도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는 자공이 평생 실천할 화두로 “남이 원하지 않는 바를 강요하지 말라”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을 남겼는지도 모릅니다.

 

행동보다 말이 앞설 때 생기는 문제

 

현대 사회에서는 자공과 같은 사람이 인정을 받습니다. 화려한 언변은 자신에게 큰 무기입니다. 특히 누구나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세상에서 이러한 말솜씨가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브랜드화’가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를 알 수 없습니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하고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행동보다 말이 너무 앞서나갈 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서 말로는 도덕적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실천하지 않을 때입니다. “갑질을 하면 안 됩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반말을 한다든지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항의를 해야 하지만 목소리를 높이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예로부터 이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진정 어떠한 사람인지 알려면 ‘완장’을 채워주면 된다고 말입니다.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공자의 제자 증자는 자공과는 정반대의 성격이었습니다. 융통성이 없던 공자조차도 증자를 답답하게 여길 정도로 우직했습니다. 하지만 증자는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항상 되새기면서 ‘실천’했습니다. 그는 매일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지 반성을 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노나라에 남아서 공자의 학문을 계승했던 것은 다른 명석한 제자들이 아니라 꾸준히 그리고 조용히 노력했던 증자였습니다.

 

오늘 날에는 증자 같은 사람이 잘 인정받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실컷 부려먹고, 자신의 공적으로 포장합니다.

 

진정으로 말을 잘한다는 의미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룬 업적이나 성과물을 잘 보여주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잘 해야 합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화려한 언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빠른 말로 또는 과장된 언어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것은 한순간뿐입니다. 그 말에 현혹된 사람들은 나중에 실망하고 떠납니다.

 

제일 이상적인 경우는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고, 말이나 글로써 나를 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점차 신뢰도가 올라가고 인정을 받습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부담이 되고, 나를 더 예쁘게 포장하고 싶은 욕구가 들 것입니다. 중국어 회화 능력이 3급 정도(초급 수준)인데, 유창하다고 이야기한다든지, 평소 2000보 정도 걷는 사람이 매일 만 보를 걷고 운동한다고 거짓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있습니다. 목표를 높게 잡고 말로 선언하면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중국어를 잘한다고 했으니 더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고, 만 보를 걷는다고 했으니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만 보를 걷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실행력이 좋은 사람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계속 행동보다 말이 앞서게 됩니다.

 

자공은 뛰어난 언변을 자랑했지만 그만큼 실력도 좋았습니다. 말만 앞서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에게 꾸지람을 들어도 불만을 품지 않고, 스승을 진심으로 따르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습니다. 공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누구보다 더 애도했습니다. 자신의 단점을 알았기 때문에 늘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가요? 자공에 가까운 가요? 아니면 증자처럼 살고 있나요?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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