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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실행하지 말라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孟武伯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맹무백문. “자로인호?”, 자왈; “부지야.”

 

맹무백이 물었다.

“자로는 인仁의 경지에 이르렀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잘 모르겠습니다.”_〈공야장 편〉

 

춘추시대(기원전 771년~476년)에는 관리를 어떻게 뽑았을까요? 당연히 국가고시가 없었기 때문에 주변의 추천을 받아서 인재를 등용했습니다. 오늘날 임용시험의 뿌리가 된 과거시험은 수나라 문제 이후에나 시행되었습니다. 무려 천년 후에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망이 있는 사람의 추천은 출세의 보증수표와 다름없었습니다. 《삼국지》의 주요 등장인물인 조조는 젊은 시절, 한나라 시대의 명사였던 교현에게서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는 것은 자네에게 달렸네”라고 인정받았고, 인물 평론가로 유명한 허소는 그를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평가 덕분에 조조는 전국구 스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평가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말입니다. 지금으로 본다면 이미 ‘셀럽’(유명인)이 된 것입니다.

 

사실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추천에만 의지할 수 없고, 능력이 있는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없던 춘추시대에 공자 학당에서 배출된 제자들은 당시 위정자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제자들은 육예(六藝)에 능했는데 육예는 예의, 음악, 활쏘기, 말 타기, 문서 만들기, 회계와 같은 여섯 가지 학문을 일컫습니다. 그냥 ‘공자 왈 맹자 왈’을 외치는 백면서생이 아니라 실용적인 학문도 배운 제자들이기 때문에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는 당시 위정자들에게 제자들의 자질에 대해서 종종 질문을 받았습니다. 은근하게 스카우트를 생각한 이들의 질문에 당연히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도리이나 공자는 자신이 느낀 바를 가감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고지식한 공자의 성품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어느 날 노나라의 대부 맹무백이 공자의 핵심 제자인 자로, 염유, 자화에 대해서 질문했습니다. 먼저 “제자들이 인仁의 경지에 이르렀습니까?”라고 성품을 묻자, 공자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의외의 답변을 했습니다. 염유와 자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제자의 ‘인’의 경지에 대해서 디스(disrespect)를 했지만 ‘실무 능력’은 인정했습니다. 우선 자로에 대해서는 제후국에서 세금을 관리할 만하고, 염유는 경대부(높은 대부) 집안에서 우두머리 직책을 수행할 수 있고, 자화는 빈객을 접대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제자들의 ‘성품’에 대해서는 다소 박하게 평가한 이유는 그만큼 ‘인仁’의 경지에 제대로 도달한다는 것이 아주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후계자라고 생각한 안연에 대해서도 무려 석 달 동안 인(仁)을 어기지 않았다고 칭찬(?)할 정도였습니다.

 

“안연은 그 마음이 석 달 동안 인(仁)을 거스르지 않았지만, 나머지 제자들은 하루나 한 달 정도 인仁의 경지에 이를 뿐이었다.”_〈옹야 편〉

 

그만큼 ‘인(仁)’한 마음을 꾸준히 갖고 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학문을 닦고, 공부에 깊이 더한다고 해도 안 좋은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기 때문에 실천이 어렵습니다. 바로 인간의 본성(本性)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힘든 것을 멀리하고, 편하고 쉬운 것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의 중요한 개념인 충서(忠恕)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하죠. 상대방에게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것은 충(忠)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서(恕)입니다.

 

그런데 남에게 최선을 다하고, 공감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지치고, 자꾸 본전 생각이 나고 더 이상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 마련입니다. ‘내가 왜 희생을 해야 하지? 저 사람은 나에게 해주는 것이 없는데?’라는 마음속 갈등이 생기는 반면 ‘그래도 인(仁)과 덕(德)을 실현하기 위해서 해야지’라고 마음속에서 반박하기도 합니다.

 

악마와 천사가 나의 어깨 위에서 속삭입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도 내 본능이 그것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을 정당화합니다. ‘그냥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왜 남한테까지 신경 써야 하지?’라고 말이죠.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인(仁)한 마음을 실행하고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번 정도 착한 일을 하는 것은 할 수 있으나, 세 번, 네 번, 열 번 등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선행(善行)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럴 때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왜 인(仁)을 행하려고 하는가?’, ‘나에게 인(仁)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라고 말이죠.

 

공자가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인(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같습니다. 한 번 이야기해서는 제자들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하게 ‘인(仁)’을 강조했습니다. 〈이인 편〉에는 유난히 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거주하는 곳(里)이 인(仁)한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인(仁)하지 못한 사람은 오랫동안 검소함과 즐거움에 머물지 못한다. 인(仁)에 뜻을 두고 있으면 악함이 없다. 군자가 인(仁)을 버리고 어찌 이름을 떨치겠는가?”

 

그가 인(仁)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인(仁)은 사람인(人)과 둘이(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 명의 사람, 즉 사람 간의 관계를 뜻합니다. 내가 인(仁)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무례하게 굴면,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대할 것입니다. 반면 내가 진심과 정성을 다해서 공손하게 대한다면 상대방도 화답할 것입니다. 적어도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인(仁)을 추구했는데, 바로 혜택을 못 받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덕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듯(덕불고 필유린), 나와 함께 할 선인(善人)들이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또한 인仁과 함께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늘 초조하고, 성급합니다. 남을 원망하고, 스스로 탐욕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하고, 질투심을 불태웁니다. 당연히 행복하기 힘듭니다.

 

인(仁)을 통해서 바른 인간관계를 추구하고, 나를 수행하면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증자는 매일 자신을 세 번 반성하면서 수양했습니다. 안연은 하루에 밥 한 그릇, 물 한 표주박 마시면서 끊임없이 ‘극기복례’의 정신으로 인(仁)의 경지에 오르고자 했습니다.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실행하지 말라”(안연 편)는 스승의 말을 고지식할 정도로 지켰습니다.

 

그만큼 인(仁)이라는 경지는 높기만 합니다. 꾸준하게 자신에게 상기하고 복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서 인(仁)을 추구해야 할까요?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仁)은 지극히 사소한 곳에서 나옵니다. 상대방을 정성과 진심으로 대하고(충), 한 번 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서)해 보면 됩니다. 

 

자, 이제 내가 행할 수 있는 ‘인(仁)’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시죠.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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