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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CBAM, 무역과 환경의 교차로에서

-새로운 무역 장벽인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회인가?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이번 추석 연휴는 예년과 달리 무더위의 연속이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이례적인 ‘9월 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열대야 현상도 관측됐다. ‘추석(秋夕)’이 아닌 ‘하석(夏夕)’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최근 10년간 추석 기간의 평균 기온은 대체로 15도에서 23도 사이였고, 최고 기온은 22도에서 29도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추석 연휴 동안 체감온도는 33~35도에 다다랐다. 사상 최고급이다. 문제는 폭염의 추석이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이런 현상이 더 이상 개인적인 경험이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가 단지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

 

이에 따른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 극심한 기상 현상,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인간 활동, 특히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의한 ‘지구 온난화’에 의해 야기됐다고 경고한다.

 

올해 유난히 더웠던 추석은 이러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는 농작물 피해, 건강 문제 악화, 에너지 소비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제통상의 ‘게임 체인저’, CBAM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1),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CBAM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탄소 배출량에 비례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1) 발음이 좀 이상하지만 통상 ‘씨밤’이라고 읽는다.

 

즉,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는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해야 비로소 EU 시장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우리는 지금 글로벌 무역의 새로운 패러다임 shift를 목도(目睹)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도입한 CBAM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국제 무역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마치 과거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무역을 좌우했듯, 이제는 ‘탄소’가 새로운 무역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CBAM, 그것이 알고 싶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10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등의 품목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더 많은 품목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의 도입 배경에는 EU의 야심 찬 계획인 ‘그린딜’이 그 중심에 있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CBAM은 이를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다. EU는 이를 통해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호하면서도 글로벌 차원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고자 한다.

 

새로운 ‘환치기’의 탄생?

 

CBAM의 등장은 우리에게 ‘환치기’라는 용어를 떠올리게 한다. 외환 거래에서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던 환치기처럼, CBAM 시대에는 ‘탄소 치기’라는 새로운 형태의 불법 행위가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들은 실제 탄소 배출량을 속이거나, 저탄소 국가를 경유 해 제품을 수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CBAM을 회피하려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일부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저가로 상업 송장을 작성하고, 차액을 비밀리에 송금했던 것과 유사한 양상을 띨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결국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며, 적발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기업의 평판에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게 된다.

 

CBAM, 위기인가 기회인가?

 

CBAM은 분명 우리 수출 기업들에 큰 도전임이 틀림없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집약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함은 자명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CBAM은 우리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고 생산 공정을 혁신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저탄소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린다는 말과 같다.

 

예를 들어,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이나 탄소 포집 기술 등을 개발한 기업들은 CBAM 체제 하에서 오히려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CBAM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기회가 된다. 탄소 배출이 적은 국가나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또는 그린 에너지를 활용한 새로운 생산 거점 구축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나아가 판이 흔들리는 이 시점에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거점으로 재편될 수 있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

 

CBAM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1. 탄소 배출량 측정 및 관리 체계 구축: 정확한 탄소 배출량 측정은 CBAM 대응의 첫걸음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탄소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EU와의 기밀한 소통이 중요하다.

 

2. 저탄소 기술 투자 확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전언한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3. 국제 협력 강화: CBAM은 EU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유사한 제도 도입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 탄소 규제 체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기준(표준) 설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정부의 지원 정책 마련: 기업들의 CBAM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대한 R&D 지원, 탄소 배출권 거래제 개선, CBAM 대응을 위한 컨설팅 지원 등 다각도의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과 직결된 CBAM 대응에 정부 예산은 적기 투입돼야 한다.

 

CBAM, 새로운 도전의 시작

 

CBAM은 분명 우리 기업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 산업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그레이드업 할 기회이기도 하다. 환치기라는 불법적 행동이 외환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쳤듯이, CBAM 시대에도 이를 회피하려는 불법적 시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신 우리는 이를 새로운 초격차 성장 기회로 삼아, 더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CBAM은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니다. ‘환경’이라는 너무도 탄탄한 명분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우리는 더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뉴노멀의 개시를 알리는 CBAM, 우리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월드클래스플러스사업 선정평가 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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