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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베트남-EU FTA를 활용한 섬유산업 파이 키우기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자유무역협정, 즉 FTA는 양자가 개별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그 어떤 다른 협정도 이 협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즉 양국 또는 지역 간 협상의 결과물로서 그 합의 내용은 양 당사자만을 구속하고 이외의 국가와는 무관하다. 특혜도 규제도 모두 그들 사이에서만 유효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직접 당사자가 아닌 나라간의 협정은 우리 기업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1) 그런데 지난 8월 1일 발효된 유럽연합(EU)과 베트남 간 자유무역협정(이하 EV FTA)은 얘기가 좀 다르다. EU와 베트남, 둘 사이에서 맺은 협정이지만 우리 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1970년대 정점을 이루었으나 현재는 개발도상국 등에 밀려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섬유산업이 그렇다.

 

이렇게 된 이유는 생뚱맞게 두 나라 협정에 우리나라가 언급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EV FTA 제2장(Title II) 제3조(Article 3) 제7항에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우리 기업이 EV FTA를 눈여겨 봐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 조항에 따라 EV FTA 기준을 충족한 한국산 직물(Fabrics)을 사용하여 베트남에서 최종 의류 제품(61류, 62류)을 생산하는 경우, 베트남에서 방적3) 또는 직조4)등을 수행한 것으로 보아 베트남산 의류로 인정될 수 있다. 한국산 직물로 만든 편물제 의류(제61류), 비편물제 의류(제62류)는 베트남 산으로 인정되어 EU로 수출될 때 FTA를 적용할 수 있게끔 설계해 놓은 것이다.

 

1) 물론 세계화(Globalization)되어 있는 현재의 경제생태계 하에서는 타국간의 협정도 외부효과로 인해 우리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그것은 그것대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2) 제6조 불충분한 작업 및 가공 운송, 보관 시 제품상태가 양호하도록 유지하는 보존공정ㆍ포장의 해체 및 조립ㆍ세탁, 세척, 먼지ㆍ녹ㆍ기름 등의 제거ㆍ섬유제품의 다림질, 압착ㆍ단순 페인팅 및 광택 작업ㆍ곡물 및 쌀의 탈각, 부분 또는 전체 표백ㆍ당류 착색, 각설탕 공정, 결정당의 부분 혹은 전체 제분ㆍ과일, 견과류, 채소류에 대한 탈피, 탈각, 씨 제거ㆍ연마, 단순 분쇄, 단순 절단ㆍ등급화, 선별, 분류, 매칭ㆍ병, 캔, 플라스크(flasks), 가방, 케이스, 박스 등에 단순히 넣기 등 단순 포장 공정ㆍ제품의 단순한 혼합(mixing), 재료와 설탕의 혼합ㆍ제품 또는 제품 포장에 로고, 라벨 등의 부착 혹은 인쇄ㆍ제품의 희석, 변성, 건조ㆍ완전 물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단순 조립 또는 부품으로의 단순 분해ㆍ전술된 공정 중 2개 이상 공정의 조합ㆍ동물 도살
3) 방적(紡績) : 동식물의 섬유를 가공하여 실을 만드는 일.
4) 직조(織造) : 기계나 베틀 따위로 피륙을 짜는 일.

 

한국산 직물과 교차누적

 

그렇다면 제3조 7항에서 말하고 있는 한국산 직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생각 가능한 협정은 문제의 발단인 EV FTA를 비롯해서 한-EU FTA, 한-베트남FTA의 3가지가 존재한다. 7조에서 우리나라 원산지인 직물을 베트남으로 가져와 의류를 만들어 EU에 수출하면 FTA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한 바와 같다. 그러면 어느 협정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같은 조 8항에서 한-EU FTA가 그 기준임을 명쾌히 하고 있다. 즉 한-베트남 FTA나 EV FTA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이론적으로 누적조항의 한 종류인 ‘교차누적’(Cross cumulation)이라고 한다. 본래 누적규정은 상대국에서 수입한 재료를 자국에서 생산된 재료로 보고 원산지 충족을 쉽게하는 보충적 특례규정이다. 생산이 글로벌하게 분화되면서 FTA 체결국간 기존 역내 생산 공급망을 효율화하고 촉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다. 그런데 누적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FTA 체결 당사국 간의 재료 등에 대해서 유의미한 것이 원칙이나, 교차누적은 FTA 당사국간 무역(intra-FTA)에서의 원산지 재료 누적 뿐 아니라 다른 FTA 당사국간 무역(inter-FTA)에서의 누적도 허용하고 있다.

 

‘유사누적’(Diagonal cumulation)과도 큰 틀에서 동일하나 협정별 원산지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EU에서 시작된 PAN-EURO 누적시스템은 국토가 작고 부존자원이 충분하지 못한 EC 회원국들이 EC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주변국들로부터 의미 있는 원재료와 부품을 조달하여 생산하는 글로벌 소싱 및 생산구조를 갖추려는 요구에서 시작되었다.5) 이런 시스템을 EV FTA에도 적용하였다.

 

5) 참조 : 고태진, 중소기업이 꼭 알고 있어야 할 만한 FTA 특례기준, <FTA 무역리포트> 관세청, 2018. 6

 

 

 

직물의 한-EU FTA 원산지기준 분석

 

그렇다면 한-EU FTA에서는 우리나라 원산지가 되기 위한 직물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여기에 부합해야 EV FTA에서 우리가 공급한 직물이 베트남산으로 인정받기에 기업들은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관세율표상 FABRICS의 대상은 직물(Woven Fabrics)에 해당하는 HS제50류∼제55류와 편물(Knit Fabrics)이 분류되는 제60류이다.

 

먼저 직물(woven fabrics)은 ‘고무사’를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기타의 것으로 기준을 구분하고 있다. 고무사를 넣은 직물의 경우에는 (비)원산지 단사를 사용하여 직물을 만들면 베트남산으로 인정이 된다.

 

 

문제는 고무사를 넣지 않은 기타의 경우인데, 그 기준이 두가지로 구분되어 있고 내용이 복잡하다. 그 첫 번째의 경우는 원사기준(Yarn-forward)으로서 코이어사, 천연섬유, 인조스테이플섬유, 화학재료 또는 방직용 펄프, 종이 등을 원재료로 사용하여 한국 내에서 제조·가공공정을 거쳐 해당물품을 만든 경우 원산지물품으로 인정된다. 즉 한국에서 ‘섬유원료’를 이용해 ‘실’과 ‘직물’을 모두 만들어야 베트남산으로 인정된다.

 

 

기타기준으로 두 번째 케이스는 첫 번째 경우와 같이 한국에서 실을 만들거나 직물을 만드는 공정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 다만, (비)원산지 직물을 날염6)하는 공정과 2이상의 준비 및 마무리공정7)이 한국 내에서 수행되고, 투입된 직물이 비원산지라면 그 가격이 제품 공장도가격의 47.5%를 넘지 않아야 원산지물품으로 인정된다. 직물을 베트남에 수출하는 섬유생산업자는 위 규정 중 자사에 적합한 것을 취사선택하면 된다.

 

6) 날염(捺染) : 피륙에 무늬를 염색하는 방법으로 실이나 직물, 특히 직물을 부분적으로 착색하여 필요한 무늬가 나타나도록 하는 기술이다.
7) 정련, 표백, 머어서라이징, 열처리, 기모, 캘린더링, 방축가공, 영구마감처리, 데커타이징, 침투, 보수 및 벌링과 같은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관세율표 제60류에 분류되는 편물(Knit fabrics)제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검토해보자. 편물이 원산지물품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Yarn)을 제조하는 공정부터 한국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즉 원산기준(Yarn-forward)을 적용한다. ① 천연섬유 ② 카드, 코움 또는 기타의 방적준비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인조스테이플섬유 ③ 화학재료 또는 방직용 펄프의 재료를 사용해 한국에서 편물제 직물로의 제조·가공을 거쳐야만 원산지물품으로 인정된다. 결론적으로 한국 내에서 방적 또는 방사 후 편직(knit to fabric)되어야 베트남산으로 인정이 된다.

 

한국 수출 직물 베트남산으로 인정받기 시나리오

 

한국(베트남)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한국, 베트남 합작 의류제조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도식화 해 보았다.

 

 

원산지기준에 부합하는 제조 프로세스를 구축하였다면, 이를 실무에 활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베트남 의류 수출자가 원산지증명서(원산지신고서)를 발급해야 할 때 주의할 부분이다. EV FTA는 한-EU FTA와 동일하게 ‘인증수출자제도’를 도입하여 6000유로 초과 물품에 대해 인증자만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으므로 사전적으로 동 인증을 유관기관으로부터 획득해 두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3조 11항에서 교차누적 적용을 통하여 한국산 직물을 사용했을 때에는 베트남에서 발행하는 원산지증명서에 특정 문구를 삽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원산지신고문언이 들어가는 상업서류에 “Application of Article 3(7)of Protocol 1 to the Viet Nam - EU FTA(EU-베트남 FTA원산지 규정 제3조7항의 적용)”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한-EU FTA 교차누적 EV FTA 원산지증명서 작성 예시

 

마지막으로 강도는 다르지만 거의 모든 FTA가 그렇듯이 EV FTA도 ‘직접운송원칙’을 채택하고 있어 베트남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화물이 원칙적으로 3국을 거치지 않고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직접 운송되어야 한다.8) 결론적으로 기업실무상 키포인트는 ① 한국산 직물이 베트남산으로 원산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EU FTA 원산지규정을 충족하고 ② 한국산 직물이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경우 베트남, 한국 이외 제3국의 경우 없이 직접 운송되어야 하며, ③ 한국산 직물을 교차 누적한 경우 해당 사실을 EU에 통보되어야 하며, 베트남에서 발행된 원산지증명서상 "Application of Article 3(7) of Protocol 1 to the Viet Nam - EU FTA"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8) 제2장 제3조 9항

 

지금까지 타국인 EU와 베트남이 체결한 협정을 한국이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아무쪼록 녹록지 않은 섬유산업계에 새로운 바람으로 EV FTA가 적극 활용되길 바라며, 관련 당국은 본 협정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된 교차누적(유사누적)기준을 이참에 탄력을 받아 기타의 공동 체결 FTA 국가와도 추가적으로 개정 협상해 볼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본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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