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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수출 재건의 새로운 희망, 방위산업과 절충무역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무역의 흐름이 요새 이상하다. 수출은 8월 기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고 9월도 연속해서 역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려 12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내린 데 따른 영향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면서 8월 기준 무역 흑자는 이어졌지만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구조’다.

 

최근 석유물가가 다시 오르고 있어서 ‘불황형이지만 흑자’였던 구조마저도 위태롭다. 수출과 수입의 무역 규모가 모두 성장하면서 적자를 보이는 것이 수출과 수입 모두 쪼그라들며 흑자를 보이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좋다. 경제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경제의 역동성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부가가치가 크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입의 비율이 가히 압도적인 나라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GNI1) 대비 수출입 비율은 72.3%이다. 미국의 31.4%, 일본의 37.5%, 프랑스의 66.1%에 비해 상당히 높다. 즉 수출이 많지 않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경고등이다.

 

1) GNI(1인당 국민총소득)는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동안 생산활동에 참가하여 받은 소득의 합계임. 국내총생산(GDP)에 자국민(거주자)이 국외로부터 받은 소득(국외수취요소소득)은 포함하고 외국인(비거주자)에게 지급한 소득(국외지급요소소득)은 제외하여 구함.

 

 

 

 

2) - GDP 대비 수출입비율 = {(수출 총액 + 수입 총액 + 국외수취요소소득 + 국외지급요소소득) ÷ 명목GDP} × 100.

- 2015년 기준년 국민계정 자료임.

- 최근 연도는 잠정치임.

 

이런 원인에는 한국 수출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의 8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 줄어든 것을 꼽을 수 있다. 증가율이 무려 13개월째 마이너스다. 반도체의 주요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부동산시장의 위기로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까지 상기시키는 대단히 좋지 않은 경기가 한몫했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하며 국내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그러면 우리는 그대로 중국만 바라보고 주저앉아 있어야 할까. 중국 부동산시장 위기로 인한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가능한 경기의 빠른 회복을 위해 이미 축적된 기술과 구축된 마케팅으로 즉시 써먹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면 좋을 것이다. 이에 부합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에 방위산업물자가 있다.3)

 

3) 참조: ‘약일까, 독일까. 방위산업의 한-미 FTA, RDP(상호국방조달협정)’(고태진, 월간조세금융, 2022.0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신냉전체제’의 악령을 불러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주의국가로 편을 가르는 형국이다. 이와 동시에 패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미국은 차기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고급기술을 넘기지 않게 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작금의 과정에서 여러 군소 국가들은 자주 국방을 위해 기존의 녹슨 무기체계를 새로운 것으로 변환하는 강한 유인이 생겼고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면서 기꺼이 신무기 체계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지금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는 세계 유일 휴전국으로서 한국은, 그동안 방산시장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았고 또한 그 기회를 잘 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에 무기를 팔게 되면 동남아시아 국가 등 무기 구입에 관심 있던 국가에 그 홍보 효과가 대단했다.

 

그래서 유수의 기술을 갖고 있던 세계의 방산기업으로선 한국이 어떻게든 뚫고 싶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선진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는데, 이때 사용한 교역방식이 절충무역(상쇄무역, offset trade)이다.

 

절충교역은 국내생산이 불가능한 물품을 수입할 경우 물품을 수입하는 대신 해당 물품의 부속품은 국내에서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을 받는 거래방식으로 방위산업용 물품이나 항공기산업의 거래에 사용된다.

 

이러한 절충교역은 국제무기거래에서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구입하는 나라에 기술이전이나 부품발주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으로 연계무역의 하나인 구상무역의 일종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서독 주둔 미군 비용을 ‘상쇄(offset)’하기 위해 서독군에게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구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서유럽의 NATO 회원국이 미국 무기를 구매할 때 물물교환 형태로 절충교역을 요구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20여 개 나라에서 보편적인 무기구매 제도로 정착했으며, 한국은 1983년 국방부에서 채택해 제도화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에 무기를 수출하면 그 파급이 크기 때문에 해외 방산업체는 어떻게든 진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이때 한국에 무기를 판매한 해외 방산업체는 판매한 무기의 가치만큼 반드시 절충교역을 이행해야 했다.

 

이행하지 못하면 방산업체는 이행하지 못한 금액의 10%를 페널티로 상대국 정부에게 현금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국내 업체는 한국에 판매한 무기 부품 제조 기술에 대해 기술전수를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무기를 쓰고 있는 약 30년이라는 꽤 긴 기간 동안 유지보수업체로 함께 참여하며 각종의 기술을 익히고 또한 자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 사이 만약 해외업체가 그 무기를 다른 나라에 추가적으로 판매하게 된다면 이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방산업체는 협력업체로서 부품의 동반 수출도 가능했다. 절충교역에 참가해 기술을 이전받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선진 방산업체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즉 고도로 발달된 방산업체의 국방기술을 무료4)로 전수받고 동시에, 해외와 한국군에게도 지속해서 납품할 수 있는 제도가 절충교역이다.

 

4) 물론 완성된 무기를 구매하면서 기술료도 포함된 가격을 지불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무료는 아니다.

 

이때 절충은 꼭 무기 관련 지식이나 기술이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실제 1983년 당시 선진국 캐나다가 개도국인 한국산 자동차 현대 ‘포니Ⅱ’를 대량 수입한 이유는 한국에 판매한 무기에 대한 절충으로 한국 자동차를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군수품이 아닌 민간품목으로 상쇄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15년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한국은 절충교역 이행을 위해 AESA 레이더 같은 미국의 첨단 핵심기술의 이전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쟁업체에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꼴이라, 절충교역 이행을 위한 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방산 수출 4대 강국의 자격을 갖게 된 한국도 과거와 반대 입장으로 곤란에 처해 있다. 관련 연구기관에 의하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지생산 및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고, 호주와 인도의 경우 무기체계 구매 시 현지생산 및 자국산 부품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까지 자국 기업의 참여와 현지생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본인들이 2~30년 동안 투자 개발한 핵심기술을 이전하는데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적으로 기술이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가 기술한 미국이다.

 

현재의 수출경쟁력의 위기 상황에서 방산시장은 막대한 국부를 창출해줄 준비된 산업군이지만, 반대로 상대방에게 필요로 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 준비를 매우 잘 해야 한다. 절충무역에 대한 고도의 전문가를 육성해야 할 이유다. 당장의 계약 성사를 위해 절충의 대상을 핵심기술이전으로 했다간 차후에 시장을 빼앗기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무기 생산기술은 물론이려니와 상대국 경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절충교역 대상이 반드시 군수품목만이 아니므로 민감한 기술에 대해서는 그들이 필요할 만한 민간품목이 무엇인지 함께 고려해 무역 협상에 임해야 할 일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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