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건물이 붕괴되었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있을 법한 일이다.
인위적으로 힘을 가하지 않더라도 낡았거나 부실공사의 이유에서나 건물은 무너질 수 있다. 건물이 무너지게 되면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며 엄청난 굉음의 소리에너지가 발생한다. 또 서로 부딪칠 때 나는 열에너지로도 변환된다.
이같이 빌딩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과 같이 에너지의 비가역적인 변화를 ‘엔트로피’라고 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는 쉽게 일어날 수 있지만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반응은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
잘 정돈된 아이들의 방이 이내 어지럽혀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액체가 증발하여 기체가 되며, 설탕이나 소금이 물에 용해되는 것, 사람이 늙는 것 등의 변화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변화들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은 자연의 재료를 채취하여 인간의 필요에 맞게 가공하여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그 물건들은 언젠가는 그 효용을 다하고 버려지게 된다.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때 버려진 물건을 쓰레기나 폐기물이라고 부른다. 우주의 모든 물건들은 자연에서 엔트로피가 증가되어 결국 쓰레기로 변환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쓰레기가 그냥 없어져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결국 태우거나 매립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또 태울 때 나오는 독성물질과 매립하여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은 어떠한가. 이로 인해 지역마다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런 골칫덩어리를 다른 나라로 떠넘기는 것이었다. 이런 쓰레기더미를 수입한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었다. 하지만 2017년 갑자기 수입을 금지시키면서 쓰레기가 갈 곳을 잃었다.
이를 악용한 폐기물 수출업자가 싼값에 처리해 준다고 접근하여 필리핀, 베트남 현지에 폐기물 수입업체를 세우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생활쓰레기며 의료폐기물까지 모두 수출 처리를 했다. 이후 필리핀 정부는 축구장 6개 크기의 야적장에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다시 가져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섰고 우리 정부는 재반입 절차를 취하고 있으나 그 어마어마한 양을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 수집1)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를 넘겨서도 가져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1) 보도에 따르면 200개 안팎의 컨테이너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 애초에 이런 폐기물이 불법으로 해외에 반출되는 것을 정부가 적절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환경부와 관세청간의 소통과 정보교류가 아쉬울 따름이다. 쓰레기 문제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전에 말이다.
국내 자원이 없어 전통적으로 수출장려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어 수출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었고, 수출 통관도 매우 간소하게 하여 수출 진흥에 일조한 것이 우리 정부의 수출 정책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출물품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본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밝혀진 부분은 과감히 규제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규제 철폐만이 능사가 아니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부터 컨테이너에 적입하여 수출하는 생활 폐기물 및 플라스틱 폐기물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세구역에 컨테이너를 반입 후 수출신고를 하는 폐기물 ‘보세구역 반입 후 수출신고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벌크나 팰릿(Pallet) 등 적재화물은 외부에서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여 세관의 관리감독이 가능함에 비해, 컨테이너에 적입하여 수출하는 물품의 경우는 높은 우범성에 비해 현품을 확인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컨테이너만이 제도의 대상인 이유이다.
원칙적으로 수입하고자 하는 물품에 대해선 반드시 보세구역에 반입한 후 수입신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수출은 보세구역 반입의무 없이 수출하고자 하는 물건이 있는 소재지를 관할하는 세관에 자유로이 수출신고할 수 있다.
수출자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폐기물 등의 수출에 대해서는 수출자에게 신고의 편의를 주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러한 물품의 수출 통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이 제도이다.
그런데 문제의 ‘보세구역 반입 후 수출신고 제도’가 폐기물 수출로 국제 망신을 당한 후 처음 생긴 제도는 아니다. 한때 간소화된 통관절차를 악용하여 수출신고와 다른 수출물품을 허위로 신고하고 불법물품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도난중고차를 정상화물로 불법수출 행위가 잦았는데 정부가 이를 필터링하지 못해 대대적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생긴 제도이다. 그러니까 중고차에 더해 폐기물2)종목을 추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2) 구체적으로 HS 제3915호에 해당하는 파손되거나 마멸된 플라스틱의 웨이스트(waste), 페어링(paring), 스크랩(scrap)과 HS 제3825호의 생활폐기물, 하수 찌꺼기, 폐유기용제, 금속세정액·유압액·브레이크액·부동액 폐기물 및 기타 화학공업이나 연관공업에서 발생한 폐기물 등이 대상이다.
그런데 쓰레기의 불법 수출을 이런 제도를 통해 막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은 아닐 것이다.
쓰레기 불법 수출 제도, 근본적 해결책인가
미국 CNN에서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만 알고 있었던 경북 의성에 쌓여 있는 수만 톤의 쓰레기 산의 모습을 전 세계에 송출했다. 이뿐이겠는가?
2020년부터는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에 대한 수도권매립지 반입총량제가 실시되었다. 수도권 발생 생활폐기물을 10% 이상 감축해야 한다.
그 이상의 폐기물은 받아주지 않는다. 예상보다 사용종료 기간이 앞당겨질 것으로 계상되는 수도권 매립지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키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만물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상도 헌상이 된다. 문제는 그 헌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이다. 국민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도망칠 데가 없는 곳까지 왔다. 쓰레기가 순간순간 치워지지 않고 쌓여 있다면 그 도시는 이미 종말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를 최소화 하는 생활습관과 쓰레기가 또 다른 자원으로 재활용, 재사용을 반복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연구하여야 한다. 전 세계가 쓰레기로 근심하고 있을 때 이를 활용한 기술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굉장히 괜찮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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