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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블랙프라이데이에 담긴 덤핑

덤핑의 이중성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덤핑(Dumping)’은 과연 나쁜 것인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면 바람직한 경제적 활동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런데 무역에 있어서 덤핑은 얘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무역은 각기 다른 주권이 있는 나라간 상거래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선 국제교역에서 말하는 덤핑이란 수출기업이 수입국 시장에 적정한 시장가격, 보통 수출국의 시장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를 의미한다.1)

 

1) 우리 관세법에서는 수입가격이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되는 것을 ‘덤핑’이라고 하며, 또한 정상가격은 ‘당해 물품의 공급국에서 소비되는 동종물품의 통상거래가격이라고 함. 단, 동종물품이 거래되지 아니하거나 특수한 시장상황 등으로 인하여 통상거래가격을 적용할 수 없는 때에는 당해 국가에서 제3국으로 수출되는 수출가격 중 대표적인 가격으로서 비교 가능한 가격 또는 원산지국에서의 제조원가에 합리적인 수준의 관리비 및 판매비와 이윤을 합한 가격’으로 정의하고 있음.

 

자유롭게 무역을 하는 궁극적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고루고루 잘살게 하기 위해서다. 국경을 초월한 개념으로 각 지역의 특색과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자원의 낭비 없이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역이다.

 

자유로운 교역과정 속에서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이것이 글로벌 경쟁이다. 이러한 경쟁은 공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한다. 공정한 경쟁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결국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효율적 자원 배분은 왜곡되고 따라서 경제적 이익은 그만큼 감소한다.

 

기업의 덤핑 행위, 단순히 마케팅 전략일까

 

무역에 있어 공정한 시장 거래를 방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가격의 왜곡이다. 가격의 왜곡은 정부가 할 수도 있고 민간인기업이 할 수도 있다. 전자의 정부 주도의 가격 왜곡이 보조금(Subsidy) 정책이고 후자의 기업 주도의 가격 왜곡이 덤핑(Dumping)이다. 이 두 가지는 무역의 효율성과 세계 전체의 이익을 확장시키는 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A국의 ‘가’기업에서 판매하는 가방의 국내 판매가격이 100달러이고 이윤이 20달러라고 해보자. 이를 시행 관세율 20%인 B국이 수입한다고 가정할 때 B국에서의 가방 판매가격은 120달러(=$100 + $100 × 20%)2)가 된다. B국에서의 가방 판매가격은 A국에서의 가방 판매가격에 비해 20달러가 비싸기 때문에 B국의 가방 생산(판매)업체 ‘나’는 ‘가’기업보다 기업경쟁력이 높게 된다.

 

2) 엄격히 말해 관세법 제30조(과세가격 결정의 원칙) 등에서의 정하고 있는 관세평가방법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한 후 이에 관세율을 적용하여야 하나, 본 글에서는 독자들의 덤핑의 이해를 돕고자 예시를 단순화하여 국제운송비 등은 생략하였음

 

‘가’기업은 B국으로의 진출 방안을 놓고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가격이 굉장히 비싸도 어느 누구라도 사고 싶은 매력적인 명품 브랜드로 만들고자 하나 이는 하루 이틀 만에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평생을 걸고 해도 될까 말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접근법으로 생산비 절감을 이루기 위한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은 쉬운 일인가. 지금과 같이 비교적 높은 인건비와 비탄력적 근무시간은 생산비 절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기술혁신은 단기간에 이루어 내기 힘들다.

 

그럼 비교적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가’기업이 유혹적으로 취할 수 있는 B국 진출의 선택지는 국내에서 파는 가격보다 수출가격을 낮게 하여 B국에 파는 방법이다.

 

즉, 100달러인 가방에 녹아있는 이윤 20달러를 포기하고, 원가 80달러에 B국에 수출하면 B국에서의 판매가격은 96달러(=$80 + $80 × 20%)가 되어 정상적으로 수출할 때보다 24달러나 되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B국 소비자들은 앞 다투어 ‘가’기업의 가방을 살 것이다. 경제적 동물로서 현명한 소비자라면 말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기업의 점유율은 빠르게 올라가는 반면, ‘나’기업의 실적은 급격히 나락으로 빠지게 되고 결국 도산까지 이르는 상황까지 벌어질 것이다. 동시에 ‘가’기업은 독점(Monopoly)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덤핑을 통해 독점의 지위에 오른 ‘가’기업은 경쟁 상대가 없으니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극대화된 이윤을 반영한 판매가로 가격을 책정할 것이다.

 

소비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일방적 독점시장의 폭력적 가격을 치루거나 아니면 사고는 싶지만 사지 못하고 이전에 사뒀던 가방을 아끼면서 닳도록 쓰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신상’은 포기해야 한다.

 

정부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태가 올 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20%의 관세율을 한층 더 높은 세율로 인상하는 것을 모색하거나, 수량제한 등 비관세장벽이라는 무역장벽을 높게 드리워 자유무역을 역진(逆進)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덤핑 행위는 단순히 그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매우 단세포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WTO에서는 기업이 행한 덤핑 행위이지만 수입국 정부차원에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덤핑관세(우리 관세법에서는 ‘덤핑방지관세’라고 칭한다.)가 그것이다.

 

다만 과도하게 사용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부과되는 반덤핑관세율은 적정시장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이(이를 ‘덤핑마진율’이라고 한다)를 상쇄할 만큼만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3)

 

3) 이를 최소부과의 원칙(Lesser Duty Rule)이라고 한다.

 

미국의 덤핑계산 방식, 제로잉과 표적덤핑

 

이렇듯 덤핑은 개인 기업의 문제에 한정지어 생각하기에는 자유무역에 심각한 폐해를 주고, 경제의 왜곡을 불러일으켜, 결국 전체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인해 인류 후생(厚生)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WTO에서 수출국이 덤핑을 했고 그 결과로 수입국 산업에 피해를 준 것으로 판정을 하면4), 수입국은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반덤핑조치를 취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피해를 회복하게 된다.

 

4) 덤핑으로 수출한 국가와 그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① 덤핑 수입(정상가격 이하로 수출) 존재 여부, ② 동종 산업의 실질적인 피해 및 피해 우려 여부, ③ 덤핑 수입과 동종 산업 피해간의 인과관계가 성립 여부’이다. 원칙적으로 특정 기간 동안의 해당 제품 거래에 대한 가격을 바탕으로 덤핑마진율을 계산하고 그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 식은 ‘(정상 가격-수출 가격)/수출 가격×100’과 같다. 여기서 나온 덤핑마진율이 2% 이하인 경우에는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조치는 자유무역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규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덤핑을 계산하는 방식이 워낙 자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힘이 센 미국과 같은 나라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자기들만의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상대국은 무시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 나라에 대한 수출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용하는 덤핑계산 방식 중 ‘제로잉(Zeroing)’이라는 것이 있다.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마진 계산에 반영하지 않고 0으로 처리해 전체덤핑마진을 부풀리는(자국 산업의 피해를 부풀리는) 것이다.

 

예컨대 LG가 국내에서 20만원에 파는 A모델 세탁기를 미국에 수출할 때 한 대는 15만원에 팔고, 다른 한 대는 25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하자. 이에 대해 덤핑마진을 계산해 보면 15만원에 판 것은 –5만원, 25만원에 판 것은 +5만원이므로 최종 0원이 된다. 결국 LG는 덤핑 수출한 게 아니라 20만 원짜리 두 대 판 것과 동일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덤핑 계산 방식은 다르다. 국내보다 비싼 25만원에 판 것은 덤핑마진이 +5만원인데 불구하고 이를 0원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이를 ‘제로잉(Zeroing)’이라고 부른다. 15만원에 판 것은 덤핑마진이 -5만원이다.

 

미국이 이익을 본 5만원은 이익이 없는 0으로 계산하고, 손해 본 5만원만 고스란히 손해로 모두 계산한다. 결국 5만원 손해봤다는 것이다.

 

‘제로잉’이 문제가 되자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에 관세를 매길 때 ‘표적덤핑(Targeted Dumping)’이라는 방식을 적용해 제로잉과 결합하는 권모술수를 썼다. 2012년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판매된 한국산 세탁기를 문제 삼은 게 대표적이다.

 

표적덤핑 방식이란 덤핑여부를 조사할 때에 수입된 전체 물량 대신에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수입 판매된 물량만 대상으로 덤핑마진을 선정하여 표적으로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특정 시기를 겨냥해 덤핑 여부를 판단하고 마진을 계산하기 때문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시즌이 시작되는 날. 이때의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고, 매출이 1년 중 가장 많은 약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기간에 외국 업체가 미국 업체와 비슷한 할인율을 적용해 물건을 판매해도 덤핑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덤핑 악용행위 엄단하여 근절시켜야

 

이와 더불어 ‘특정시장상황’(PMS, Particular Market Situation)이란 계산법이 있다. 이는 특정 국가의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이므로 해당 국가의 기업이 제출한 제조원가를 신뢰할 수 없고, 따라서 미국이 재량껏 가격을 산정한 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약 3억 5000만 달러, 우리 돈 4100억원 어치에 이르는 미국에 수출된 한국산 송유관 철강제품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최고 3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59%에 달했던 지난 2월 예비 판정보단 낮아졌지만 기존 관세보다 최고 2배 넘게 오른 수치에 해당한다. 덤핑여부를 판정할 때에는 기술한 바와 같이 자국 내 판매 가격과 미국으로의 수출 가격을 비교하여 결정하는 데, 이 케이스는 ‘특정시장상황’을 적용하였다. 즉 가격을 기업이 제출한 회계 자료가 아닌 상무부 재량으로 산정하고 말았다.

 

WTO도 이에 대해 협정 위반의 판정을 내렸지만 미국은 1년 넘도록 덤핑률을 다시 계산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우리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추진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대상 품목은 추후에 밝힌다고 했다.

 

그러나 대상이 미국 트럼프이기에 여하한 움직임이 조심스러워 보임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덤핑이라는 불공정 무역거래 행위는 단연코 엄단하여 근절시켜야 한다. 더불어 덤핑의 근원적 모호성, 즉 가격이라는 것이 태생적 불확정성의 문제에서 야기되는 악용의 문제 또한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가격이 자국에서 조차도 지역에 따라 그리고 상점에 따라 다르고, 시간에 따라 매일 매일 변하기도 하니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를 해야 하는 게 타당한지 합의가 필요하다.

 

2012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판매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제로잉 및 표적덤핑을 당했던 사건은 WTO에 제소하여, 2016년 최종 승소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최강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전히 이러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필요에 따라 언제든 쓸 준비가 되어 있다. 덤핑에 대한 합법적 무역구제 조치의 자의적 해석과 악용은 자유무역에 대한 커다란 도전으로 창피함을 알아야 한다.

 

1. 나희랑, ≪쉽게 읽는 무역과 WTO 이야기≫

2. 박형래, ≪국제통상환경론≫

3. 박정준, ‘미국 국내 통상법의 주요 현안: 301조부터 PMS까지’, ≪함께하는 FTA≫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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