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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새롭게 발효된 또 하나의 지역무역협정, RCEP

우리나라가 일본과 FTA를 체결했다고?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지난 2월 1일 설날, RCEP1)이 발효됐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제통상사(史)에 중요한 획을 긋는 일이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라 해석하고 ‘알셉’으로 읽히는 이 협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참여하고 있는 나라 수와 그 경제 규모가 현존하는 다른 그 어떤 지역무역협정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1)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 경제블록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총 15개국을 포함하고 있어 WTO 다자체재가 연상된다. 이는 기존 양자 즉, 주로 두 나라나 연합체와 체결되는 FTA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메가(Mega) FTA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여국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30%, 무역규모로는 28.7%, 인구 29.9%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문화, 인구, 경제 수준이 다른 여러 나라가 접점을 찾으려 하니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과연 조약이 체결되고 발효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 정도로 협상은 지지부진했지만, 결국 마무리지었다. 다만 발효 시점은 각 나라의 사정을 고려했다.

 

사실 RCEP 체결국들을 살펴보면, 한국은 한 곳을 빼고는 모두 우리나라와 이미 FTA가 체결된 나라들이다. RCEP을 통해 한국과 새로이 FTA가 체결된 효과를 보는 나라는 ‘일본’ 하나다. 그래서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신규 추가 FTA국가를 굳이 따진다면 일본뿐이다.

 

우리 새해 첫날이라 할 수 있는 설날에 발효돼 느낌이 더 남다른 세계 최대 FTA, RCEP이 무언지 우리 국민과 기업은 대략이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생활과 먹거리에 바로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RCEP의 관세양허 수준

 

우선 RCEP에서 정한 양허율은 어떤지 살펴보자. 국제통상에서 ‘양허’란 국가 간 관세·무역협상에서 협상 당사국이 특정품목의 관세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부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말한다. 양허율이 높으면 그만큼 미래 예상되는 무역장벽이 낮아졌다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 기업이 RCEP 상대국에 수출할 때 적용되는 RCEP 양허율은 86~100% 수준이다. 이미 체결된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 중국과의 FTA 양허율이 91~100%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화끈하지 못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상황이 다른 많은 나라가 한꺼번에 참여해 체결된 협정이라는 점에서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2)

 

2) 참조: RCEP, 한국 경제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고태진, 2019.12, 월간조세금융)

 

그렇지만 같은 품목이라 하더라도 기발효 FTA와 RCEP의 양허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자사에 유리한 협정을 선택해 적용한다면 FTA를 100%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기업들은 1국(國) 다(多)협정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APTA(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 한-중 FTA 그리고 RCEP의 3가지 무역협정이 있다. 수출입 기업은 이 3개의 협정 중 유리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만약 한국산 소주를 중국에 수출하는 경우 중국 내 적용가능 관세율 4가지, 즉 기본 관세율 10%, APTA 8.8%, FTA 3%, RCEP 9% 중 가장 관세율이 낮은 한-중 FTA를 활용하여 수출전략을 짜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존 FTA까지 활용한다면 86%가 아닌 91.1% 이상의 품목에 대해 특혜관세를 적용하여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답안지가 하나 더 늘어 한결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 협상에 유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일시수입 물품 등의 관세면제 규정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어떤 특정 목적으로 인해 잠시 동안 사용하기 위해 반입하고 사용 후 이내 다시 수출하는 물품들이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BTS 공연을 베트남 방송국에서 실황중계를 하기 위해 방송 촬영 장비를 일시 들여왔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도 반입하는 방송 장비에 대한 원산지를 따지고 그에 따라 세금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원산지를 따지지 않고 관세를 면제시켜 주고 있다.(협정문 제2.10조)

 

제2.10조

상품의 일시 반입

 

1. 각 당사자는 자신의 법과 규정에 규정된 대로 다음의 상품의 경우, 그러한 상품이 수입관세 및 조세의 전부 또는 일부의 납부를 조건부로 면제받고 자신의 관세영역으로 반입되는 것을 허용한다.

 

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관세영역에 반입되는 경우

나. 명시된 기간 내에 재수출될 의도인 경우, 그리고

다. 그 상품의 사용으로 인한 통상적인 감가상각 및 손실을 제외한 어떠한 변화도 거치지 않은 경우

 

특히 RCEP 회원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용견품도 원산지가 어디냐에 상관없이 관세를 면제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견품이라 수입하고 이내 견물생심 또는 부지불식간에 세금을 내지 않은 이 견품을 되팔아 탈세범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방지하고자, 수입 때에는 판매나 사용되기에 적합하지 않게 천공, 절단 등의 처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는 물품의 과세가격이 미화 250달러 이하인 물품으로서 견본품으로 사용될 것으로 인정되면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RCEP의 원산지 규정

 

본격적으로 RCEP을 수출입 기업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타의 FTA처럼 원산지 규정을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해야 뒤탈이 없다. RCEP의 원산지 규정은 협정문 제3장[Chapter 3 (Annex 3A, 3B)]에서 다루고 있는데,

 

①당사국에서 완전하게 획득되거나 생산된 상품[완전생산(WO)],

②하나 이상의 당사국으로부터의 원산지 재료로만 당사국에서 생산된 상품[원산지 재료로만 생산(PE)]

그리고, ③비원산지 재료를 사용해 당사국에서 생산되고 품목별 원산지 규정 (부속서 3-가)의 요건을 충족하는 상품[품목별 원산지기준 충족(PSR)]이 RCEP 특혜 대상이 된다.

 

다만, 유의할 점은 완전생산(WO) 상품과 원산지 재료로만 생산(PE)된 상품은 해당 상품의 품목별 원산지기준과 상관없이 원산지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발효시킨 FTA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기존에 FTA를 활용하는 기업이라면 자신을 갖고 RCEP을 활용해도 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존 FTA와 똑같이 생각해 겁 없이 덤비면 안 된다. 세계화된 오늘날 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 사슬을 위한 ‘누적기준’이라든지, 특히 다른 협정에서는 보이지 않는 ‘관세차별’ 규정 등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규정은 다음에 다뤄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들이 겁먹지 말고 자신을 갖고 RCEP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도입하라는 것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무역학과 겸임교수
• (현)관세청 공익관세사
• (현)「원산지관리사」및「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전)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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