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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문화재 해외반출의 딜레마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지난 2023년 10월, 서산 부석사 고려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불교계는 물론 국민들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비운의 불상은 금동관음보살좌상으로 14세기 초반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다. 하지만 왜구에 의해 약탈당했고 이후 일본 쓰시마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서 보관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한국인 절도범들에 의해 다시 국내로 들어온 이 불상은 과연 다시 일본에 돌려보내야 하는지, 아니면 원래 자리인 한국의 부석사로 가야 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불법적으로 강탈당해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므로 원인 무효로서 당연히 한국 원래의 자리에 봉안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온 국민은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결론은 일본의 승. 불법‧부당성이 명명백백한데도 원산국인 한국으로의 귀환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60년간 평온‧공연하게 불상을 점유해온 사실이 인정돼 소유권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인의 상식과 정의(正義)와는 동떨어졌다.

 

40만 점 이상으로 추정되는 해외 소재 문화재가 이와 유사한 처지다. 지리적 특성상 위아래 양쪽으로부터 쉼 없이 침략받은 역사의 결과물이다. 내외국인에 의한 우리 문화재의 밀반출 시도는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재일교포를 포함한 일본인, 중국인, 독일인과 베트남인 등이 관광객으로 입국해 서울 인사동 등 전국 고미술품 판매점에서 문화재를 구입한 후 해외 밀반출을 시도하다 정부에 적발된 바 있다.

 

사람이든 국가든 경험하고 겪은 바에 더 민감하고 특화해서 발전하기 마련이다. 우리 문화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고려 불상 사례와 같이 한번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다시 반환받는 것은 매우 힘들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문화재가 아예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문화재일 것 같이 보이는 모든 물품은 해외로 반출되기 전에 반드시 문화재인지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즉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등과 같이 지정받거나 등록된 문화재만 수출하거나 반출할 수 없는 게 아니란 뜻이다. 등록 등이 되지 않은 문화재도 국외 반출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렇게 지정 혹은 등록되지 ‘않은’ 문화재를 ‘일반동산문화재’라고 한다. 여기서 ‘동산문화재’는 이동이 가능한 모든 문화재를 말한다.

 

건물과 같이 땅 위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문화재’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국보나 보물 같은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예술‧학술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여기에 해당되며, 국외전시와 같은 국제적 문화교류 등 한정된 목적으로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해외반출이 허용된다1).

 

1) 문화재보호법 제60조(일반동산문화재 수출 등의 금지)

 

문화재청 허가를 위한 사전절차로써 감정 방법은 다음의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출국 예정일 3일 전까지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에서 온라인으로 사전예약감정을 신청하는 간편 감정법이다. 만약 사전예약감정을 통해 문화재로 판단된다는 1차 감정 결과가 나온다면 물품을 감정관실로 들고 가 재감정의 절차를 받아야 한다. 여행자의 경우에는 이 사전예약 감정제를 이용하면 시간도 단축하고 출국 시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어 유용하다.

 

또 다른 방법으로 출국하는 공항만의 문화재감정관실을 당일 직접 방문하여 감정을 받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법이다. 방문을 통해 문화재 여부를 감정받고 문화재가 아님을 확인하는 '문화재 감정확인서'와 '감정 필증'을 발급받아 출국하면 된다.

 

 

 

문화재보호법의 두 얼굴?…“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가로 막는다”

 

이렇듯 국가나 시‧도의 지정․등록된 국보만이 아닌,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의 해외 유출까지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까다로운 문화재 해외반출이 우리 K 미술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외국 정부가 인증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전시’ 목적으로 구입할 경우엔 ‘예외’적으로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반출될 수 있다. 국외로의 영구적 반출은 금지가 원칙이다. 다시 말해 민간 갤러리나 개인 소장자에겐 판매될 수 없다.

 

미술계 한쪽에서는 이러한 문화재보호법이 한국 미술의 확장,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K 팝, K 무비, K 문학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 비해 K 미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을 비(非)지정 문화재에 대한 규제가 없는 일본 수준으로 완화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규제가 없어져야 외국 시장에서 한국의 예술작품의 가치도 인정받고, K 미술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약탈국과 피탈국의 처지가 같은가. 사람이든 나라이든 ‘경험한 만큼 안다’ 했다. 정서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또한, 고미술 시장에선 여전히 도굴되거나 도난된 문화재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엄중한 현실이다. 비지정 문화재 전체에 대한 ‘국외 반출 금지’ 규제를 없앤다면, 도굴․도난된 중요 문화재의 해외 무단 반출 방지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규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이다.

 

문화재를 지키지 못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규제 일변도만을 고집하다간 K 미술의 세계적 확산이 요원할 수 있다.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문화재 약탈의 역사를 겪은 이탈리아가 좋은 참조 사례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도 처음에는 우리와 같이 엄격한 규제로 문화재 이탈을 막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이 규제를 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

 

즉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화재의 범위를 만들어진 지 50년에서 70년이 넘은 것으로 고쳤다. 또 금전적 가치가 1만 3500유로(약 1915만원) 이하이면 제작 시기와 무관하게 허가를 받지 않고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벤치마킹해봄 직하다. 잠재 에너지가 충분한 K 미술의 세계화와 문화재의 불법적 유출의 예방,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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