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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日경제보복, 사즉생 정신과 담판외교가 필요한 지금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무역 전쟁이 벌어졌다.

일본은 선전포고를 하고 한국의 핵심 주요산업인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아미드, 리지스트 그리고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아베 정부의 수출 제재 ‘경제보복’ 공식화

 

일본은 한국에 대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정하기까지 많은 시뮬레이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자국 경제에는 최대한 영향이 적은 반면 한국 기업에는 치명타를 주는 3개 품목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해당 핵심소재 3종은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70∼90%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 반도체 D램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그 품질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 거래선은 그 어디에도 없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시장 점유율이 90%인 레지스트는 지난해 1011t(2억 9889만 달러)가 한국으로 수입됐다. 일본 점유율 70%인 에칭가스는 같은 기간 3만 8339t(6685만 달러)가 국내로 들어왔다. 두 소재의 작년 수입 합계금액은 3억6574만 달러이다.

 

반면 두 소재를 활용하여 제조한 한국 반도체 1267억 달러를 수출하였다. 약 400배의 부가가치를 얻은 것으로, 반대로 말하면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이 일본의 그것보다 400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이 얼마만큼 치밀하게 자국 경제의 파급에는 최소화 하면서 우리 경제에는 최악의 고통을 안겨줄 품목을 찾아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일본 정부는 안전 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되는 ‘백색 국가’에 대해서 해당 전략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당국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를 면제 시켜 주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국가는 대부분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으로 이루어져있고, 한국도 2004년에 지정되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한국을 이 명단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한다. 따라서 이 조치가 시행되면 우리 기업이 수출할 때마다 관련 서류를 만들고 비용도 들여야 하며, 90일 정도의 기간 동안 허가를 노심초사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된다. 그렇다고 이렇게 기다렸던 허가가 모두 이루어지라는 법도 없다. 실질적인 금수(禁輸)조치다.

 

대단히 용의주도하고 교활하기까지 할 정도로 준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본 아베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정부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한국 압박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관세 인상, 송금 규제, 비자 발급의 엄격화가 그것이다. 품목도 100개를 이미 뽑아 놓았다고 한다.

 

2차 공격 대상으로는 ‘공작기계’와 ‘탄소 섬유’를 언급하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알려진 공작기계는 자동차, 중공업 등 제조업 전반에 핵심적이고, 탄소섬유는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의 연료탱크를 만드는 데 핵심 소재이다. 일본의 전략은 앞선 에칭가스 등 3가지 품목을 선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산업에는 치명적이면서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것들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우리의 산업은 그야말로 큰 위기로 몰릴 것은 자명하다.

 

물고기 잡는 방법의 하나로 낚시꾼들이 가마우지라는 새의 목 부분을 묶어 새가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게 하여 물고기를 가져가는 좀 잔인해 보이는 낚시법이 있다. 우리 경제가 딱 이 모습과 같아 한국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도 부른다. 즉,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뒤에 조용히 앉아 있는 일본이 그 이득을 가져간다는 말이다.

 

잠깐 재미없는 경제이론을 얘기해보자. 나라와 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물자의 교류는 자국에 풍부히 존재하는 생산요소1)를 사용하는 제품을 수출하는 반면, 희소한 생산요소를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수입하여 이루어진다2). 그래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생산요소의 낭비 없이 최대한 최적화하여 효율적으로 물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생산 요소란 생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자본과 서비스를 말한다.

2) 헥셔-올린정리 제1명제(요소부존이론)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무역이 이루어지게 되면 비교우위상품에 대한 생산이 증가하게 되고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가는 자국의 기존 풍부한 생산요소는 많이 쓰이게 된다. 수요가 많아지게 되니 상대적으로 풍부하여 저렴하였던 생산요소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비교열위 상품에 대한 생산은 감소하여 상대적으로 희소한 생산요소는 덜 쓰이게 되고, 그에 따라 가격도 하락하게 되는 구조가 성립한다.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풍부한 생산요소의 가격은 상승하고 희소한 생산요소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3).

 

3) 헥셔-올린정리 제2명제(요소가격균등화정리) : 이와 같이 무역이 이루어지게 되면 각국에서는 무역 이전에 상대적으로 희소하여 비쌌던 생산요소의 가격이 하락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국가 간 생산요소의 가격이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같아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면 희소한 생산요소의 공급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되므로 이를 제한하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희소한 생산요소에 유리하게 재분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근대무역이론에서 ‘스톨프-사무엘슨의 정리’라고 한다.

 

韓 경제 끌어들여 정치판에 이용하는 아베 속셈

 

이 이론대로라면 희소한 생산요소를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 자국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유무역이 불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급사슬이 글로벌하게 얽혀있는 현재의 산업구조에서는 우리가 그들의 소재로 만든 (반)제품이 다시 자국에서 필요로 하는 (반)제품 생산 또는 소비에 재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이론대로 움직이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보이는 이러한 조치들은 위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단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법원의 징용군 손해배상 판결 문제가 표면에 있지만 사실 일본 우익 정치인은 자기들이 불리할 때 항상 한반도 이슈를 끌고 와 그 위기를 모면하였다.

 

2017년 사학 스캔들 터졌을 때도 한반도 위기설을 부각시켰고 2018년 12월에도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로 여론이 나빠지니까 그때 또 초계기 문제 갈등을 부각시켰다. 일본 아베정권은 러시아에게 점령당했던 섬 4개를 돌려받겠다는 공약의 진척이 안 되고 있어 지지기반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해있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수산물에 대한 WTO 최종패소로 궁지에 몰린 그들이 곧 있을 참의원 선거에 또다시 한국 이슈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북한 등에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에 전용되는 물질이 흘러들어갔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한국이 무역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위험국가이기 때문에 엄격한 수출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日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미흡한 대비

 

일본 우익정권이 불리하기만 하면 내세우는 한반도 이슈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취한 조치는 이전의 국내정치에 머물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긴급히 대응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일본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WTO제소라고 한다. 이는 사실 기업에는 큰 실익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일단 제소를 하고 그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3~4년이 걸린다.

 

일본 수산물 금수조치에 대한 일본의 제소를 보더라도 2015년 5월에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제소를 하였고 상소 최종결과는 4년이 걸린 올해 4월이었다. 하루가 급박한 기업에는 사실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 건에 대한 정부의 WTO 제소는 상징적 의미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WTO에서 우리 뜻대로 받아들여질지도 만무하다. 왜냐하면 일본이 주던 특혜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우리에게 꼭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다.

 

또 다른 정부의 대책으로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반도체 중간재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내년부터 매년 1조원씩 총 6조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해서 중간재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대책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2018년 한 해 동안 연구개발비로 투자한 금액이 19조원이다. 한 개 기업이 한해 투자한 예산이 정부투자예산의 19배이다. 그럼에도 이 소재 부분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입선 다변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수입처를 알고 있었다면 기업의 생리상 한곳으로만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의 품질이 따라와 주지 못하고 그만큼의 양을 생산할 수 없으니 그런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을 계기로 소재산업을 육성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시가 급한 기업 입장에서는 명쾌한 해법이 되지 않는다.

 

다른 측면으로도 정부의 발표는 위험성이 있다. 대놓고 총6조원을 보조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WTO 보조금 지급의 위반대상임을 스스로 만천하에 밝히는 것이다. 추후 보조금이 실제 집행되면 일본 등 다른 경쟁국으로부터 WTO에 역으로 제소되어 상계관세라는 보복관세의 부과대상이 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에겐 아프지만 불편한 진실을 정확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계은행(WB)에서 전세계 국가의 GDP를 발표했다. 여기서 한국은 1조 6194억달러로 전 세계 205개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상당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일본이겠다.

 

일본의 GDP는 4조 9709억달러로서 우리보다 3배 이상 되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국토면적은 또 어떤가? 3779만 7100㏊로 한국(1002만 9536㏊)의 3.8배이며, 인구 또한 1억 2685만명으로 한국(5171만명)의 2.5배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국가경쟁력 순위도 한국은 15위인데 반해 일본은 5위로 10계단이나 앞선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난 만행을 외면한 채 ‘정상국가’라고 부르짖으며 공격적인 군사태세까지 갖춰나가고 있다. 여러모로 아직까지 한국은 일본에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국내외 상황 파악해 ‘급소’ 찾아야

 

그러면 우리의 국력이 그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더 큰 위기로 내몰리기 전에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백기 투항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 결단코 그리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영국의 사상가 이사야 벌린이 쓴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우화가 있다. 꾀가 많고 교활한 여우가 등장하고 이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고슴도치는 막강한 가시방패 갑옷 하나로 무장하고 과묵하게 삶을 영위한다.

 

꾀가 많은 여우와 우직한 고슴도치가 대결을 하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여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여우는 고슴도치가 방심한 틈을 타서 단번에 치명상을 입힐 지략을 세워 공격하지만, 위험을 느낀 고슴도치가 여우의 기습을 감지하고 순간적으로 몸을 말아 방어망을 친다.

 

여우는 고슴도치에 코를 찔려 혼비백산 도망가기 바쁘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항상 지혜와 전략이 무궁무진한 여우가 이기리라 생각하지만 실상 승리는 언제나 고슴도치의 차지가 된다. 이 우화에서와 같이 우리는 고슴도치 전략으로 여우에 비유되는 일본의 교활한 공략을 막아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이 그리 충분하지 않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집중적으로 받아 일본의 국내외 상황을 총망라하여 최대 약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들은 우리 몇 배의 강국이지만 누구든 치명적 약점은 없을 수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그러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건드리면 숨 쉴 수조차 없는 위력의 급소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급소 카드는 양국 모두에게 결코 좋을 리 만무하지만 졸렬한 방식으로 싸움을 걸어온 그들에게 그냥 물러설 수만은 없다.

 

상대가 우리에 대한 1000개의 급소 카드를 갖고 있더라도 상관없다.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단 하나의 급소 카드만 있으면 된다. 지략이 많은 여우가 고슴도치 가시에 찔려 혼비백산으로 달아나게 하는 고슴도치 전략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길 수 있는 훌륭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절대 열세의 군력(軍力)에서도 일본을 완벽히 압도한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卽生) 정신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더불어 전쟁 없이 거란의 침입을 막고 나라의 땅을 넓힌 고려 서희의 후손으로서 싸움 없이 원하는 바를 얻은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것이 외교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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