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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더 큰 비용으로 다가온 국제물류와 국제통상의 위기

가성비에서 시성비로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가성비(價性比)’는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뜻으로 ‘가격 대비 성능’(價格對比性能)의 줄임말이다. 이런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패턴이 종합생활용품점 ‘다이소’의 화장품 매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전 다이소의 화장품 판매는 화장솜이나 쿠션퍼프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내놓은 상품이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매출을 끌고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딱 맞는 소비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가성비에서 시성비(時性比)의 시대로 변화

 

이런 추세에 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이전에는 무조건 최저가 상품을 찾기 위해 발품, 손품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최근에는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피곤해,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유의미한 경험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무관하지 않다. 이전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출퇴근과 회의에 소요된 긴 시간이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를 통해 허비되는 시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명품(일명 ‘신상’)을 사기 위해 밤새 매장 앞에 진을 치거나, 마찬가지로 유명 맛집을 경험하기 위한 줄서기는 당연히 내가 직접 해야만 했던 것으로 인식했었다. 그러나 이를 대신해 주는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시간을 아껴주는 대행 업무이다. 돈을 절약하는 것보다 시간을 더 소중하게 다루는 세태를 엿볼 수 있는 단면들이다. 과거에는 돈이 시간보다 중요해 몸으로 때우면서 돈을 아꼈다면, 요즘에는 돈을 쓰더라도 내 시간을 버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새로운 해의 동향를 정리해 대비할 수 있는 서적들이 나온다. ‘트렌드코리아2024’는 청룡의 해인 2024년의 소비트렌드의 특징으로 ‘분초(分秒)사회’를 첫 번째 키워드로 선정했다.1) 즉 가성비에서 시성비(時性比)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 시대다.

 

1) 트렌드코리아 2024(김난도 외. 미래의창)

 

해외직구한 물건을 반품할 때 과거에는 PC에서만 납부한 세금에 대해 환급 신청할 수 있었다. 개인이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세금을 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든 휴대가 가능한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히 환급도 신청(모바일 관세환급 서비스)하고 세금도 납부(모바일 관세납부 서비스)할 수 있다. 세금 납부 알림 메시지(카카오톡 또는 문자)가 오면, 알림 메시지의 ‘열람하기’를 클릭하여 납부할 세금명세를 조회할 수 있고, 조회 후 ‘납부하기’를 클릭하면 바로 납부하는 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개선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이용 건수로는 납부 3만 3492건, 환급 3610건으로 각각 25분(30분→5분), 15분(30분→15분) 단축됐고, 약 4만 명이 이용해 1만 5000시간을 절약했다고 한다. 정부도 시성비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현장에 적용한 애로 개선사례이다.

 

‘시성비’ 측면으로 봤을 때 정초부터 우리나라 무역경제에 매우 우려스런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환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히 이 전쟁은 종교 간 갈등이 커, 단순히 하마스 뿐만 아니라 중동 여러 나라와 서방국가 간 대결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암울한 국제물류 상황

 

과거 냉전체제의 종식과 발전하는 운송 및 IT 과학기술은 세계화를 앞당겼고 이는 곧 생산의 세계화 즉, 국제 분업과 자유무역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의 글로벌 자유화 교역이 확장일로의 평화로웠던 국제교역을 시샘하듯 이윽고 미-중 무역분쟁을 필두로 인위적 관리가 어려운 코로나19 전염병 팬데믹, 가뭄과 전쟁의 원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나아가 세계화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유럽과 아시아의 물류를 잇는 해상운송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는 예멘의 후티반군은 이스라엘로부터 공격받는 하마스 가자지구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국제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홍해를 통과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하는 것이 그것이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글로벌 상품 교역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원유 등 에너지의 벌크선 물동량의 10~15%가 이 해상로를 통과하는 핵심 교역로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항로이기 때문이다.

 

 

 

후티반군의 목적대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해운사로서는 안전을 이유로 수에즈 운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멀리 우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운송 거리는 약 6500km 길어지고 그 기간은 8일에서 한 달가량 추가로 소요되는 결과를 낳았다. 길어진 시간과 추가로 소요되는 기름값 등의 운송 절대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최종 소비자에게 제시되는 교역 물품 가격은 같이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비용에 따른 운임의 자연상승분 뿐만 아니라 뚝딱하고 금세 만들 수 없는 선박의 특성상 국제운송에 빠르게 추가 투입할 수 없다. 따라서 정해진 선박으로만 물류를 온전히 감당해야 해 운송은 더욱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와 동시에 지연된 선박에 짐을 싣고자 하는 수출입자는 더욱 많아져 공급과 수요 경제원칙에 따라 운임은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마치 지하철이 연착되면 이후 승차 승객이 더 많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과적으로 배송 지연과 운송비의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됐고,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분초사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성비 ‘제로’의 순간이다.

 

우리나라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추정치)로, IMF 등 큰 위기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광복 이후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우리 경제성장률의 밑거름인 수출입 무역실적2)이 형편없었던 영향이 크다. 새해도 만약 암울했던 지난해와 같이 2.0%를 하회한다면 국제사회는 저성장 국가로 분류하게 된다. 한국의 성장 역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큰 성장동력 하나도 잃을 위기다. 사실 객관적 긍정적 신호는 AI 발전으로 반도체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이외에는 별로 없어 보인다.

 

2) 2023년 우리 수출은 전년 대비 7.8% 감소한 6,300억 달러, 수입은 11.8% 감소한 6,450억 달러, 무역수지는 150억 달러 적자였다.

 

물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국제물류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국제복합운송을 활용하자고 한다. 즉 일차적으로 선박운송을 하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나 중국횡단철도를 이용해 철도 운송을 하자는 거다. 교과서적인 얘기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신북방정책을 펼쳐 북쪽 대륙의 육로(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짐을 실어 나르는 방안을 고민한 바 있다.

 

그러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관계가 나빠진 지금은 어떻겠는가. 또한 북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중국도 마찬가지다. 말 잔치뿐인 대안이다. 지정학적으로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나라는 근본적으로 우리와 뿌리가 다르다. 결정적인 순간엔 언제든 우리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국제복합운송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물건을 수출해야만 하는 숙명의 우리로서는 안타깝지만 작금의 암울한 국제물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전쟁의 종식이다.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어 난감하다. 청룡의 기운이 하루빨리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종식하길 바랄 뿐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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