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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체코 원전 수출의 허상과 실상

-실속있는 성과가 나오길 기원하며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최근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체코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수출에 대해 대중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원전 수출 강국’으로의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 ‘쾌거’의 이면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여러 가지 측면들이 있다. 원전 수출의 실상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국가 이익에 무엇이 더 부합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플랜트 수출의 정의와 실제

 

먼저 ‘플랜트 수출’의 정의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플랜트 수출이란 발전소, 정유소, 화학공장 등 대규모 산업 시설을 일괄적으로 설계, 조달, 시공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원전 수출도 이러한 플랜트 수출의 한 형태로,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이 요구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부산엑스포 유치, 동해유전 발표와 같이 한 번에 큰 베팅을 즐기는 현 정부와 그 성격이 잘 맞아떨어지는 수출형태이기도 하다.

 

정부는 24조 원의 체코 원전 수출이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진욱 의원은 “체코 원전 조달자금 24조 원 중 체코가 조달하겠다는 9조 원을 뺀 나머지 15조 원은 한국의 금융기관이 장기 저금리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체코 원전 수출의 이익은 통상대출금리와 체코에 지원할 장기저리금리의 차이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체코제품 현지화 60% 및 미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 명목으로 최소 10%를 뜯길 가능성 등”을 제기하였다. 미국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는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안이라며 미국 내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체코의 반독점규제기관에도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얘기와는 전혀 다른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러한 과장된 홍보는 국민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줄 수 있으며, 향후 실제 성과와의 괴리로 인해 신뢰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원전 수출은 단순한 상품 판매와는 달리, 수십 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다. 초기 설계와 건설에서부터 운영, 유지보수, 최종적으로 폐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와 책임이 요구된다. 단기적인 수출 실적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와 이익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이유다.

 

정부의 원전 수출 드라이브, 그 이면은?

 

정부가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정부가 원전 수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파급효과’와 ‘장기적 수익 창출’에 있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설 수 있는 고부가가치 창출과 국제적 신뢰도 제고에 이바지한다.

 

체코와의 원전 계약은 약 24조 원 규모이며, 한국이 유럽 시장에 원전을 처음 수출하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출은 한국에 큰 경제적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한국이 세계적인 원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은 KWe당 약 3600달러의 비용으로 프랑스보다 경제적인 원전 건설 능력을 자랑한다.

 

둘째, 국내 원전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국내 원전 산업을 살리고, 관련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요가 필요한데, 수출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셋째, 에너지 안보다. 최근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수출은 경제적 이익과 함께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는 위험도 따른다. 원전 산업은 국제 정세와 각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템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국가가 탈원전 정책을 선택했던 것처럼,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와 원전: 양립 가능한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정부는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부각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세계 각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정책은 이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이러한 맥락에서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서의 장점이 주목받고 있다.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기후 변화 대응에 유리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고밀도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원자력은 소량의 연료로 대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자원 효율성이 높다. 이는 특히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예를 들어 전기 먹는 하마와 같은 AI 데이터 센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원자력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이 완전히 친환경으로 분류되기에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원전은 운영 중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점에서 ‘친환경’으로 볼 수 있지만, 우라늄 채굴부터 방사성 폐기물 처리까지의 전 과정을 고려하면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 저장 및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EU 택소노미(환경 분류체계)에서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EU 내에서도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으며, 환경단체들도 이를 ‘그린워싱’1)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기업이나 단체가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게 보이도록 허위적인 환경 보호 홍보를 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환경적으로 유해한 활동을 감추거나 과장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더욱이 ESG는 환경(E)뿐만 아니라 사회(S)와 지배구조(G) 측면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원전 산업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안전 관리 체계,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 등도 ESG 평가의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단순히 온실가스 저감 효과만을 근거로 원전을 ESG 친화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원전 수출의 허와 실

 

정부가 선전하는 원전 수출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우려사항이 있다.

 

1. 과장된 수출 규모: 실질 수익액과 정부 발표 간의 괴리가 클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단순히 숫자의 차이를 넘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 리스크 관리: 해외 원전 사업의 높은 리스크와 그에 따른 잠재적 손실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튀르키예 시누프 원전 사업의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지질학적 문제나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모두 추가적 비용이 된다.

 

3. 기술 라이센스: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원자로 설계 기술이나 핵심 부품 제조 기술 등에서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에 건설하려는) APR 1000 원자로 원천 기술의 지식재산권은 웨스팅하우스에 있고, 자사의 허가 없이 제3자에게 해당 기술을 이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한국 원전기술 수출에 중대한 걸림돌임에는 분명하다.

 

4. 환경적 책임: 원전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 환경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수출국에서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 없이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5. 국제 정세의 변화: 세계적인 탈원전 추세와 재생에너지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원전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6. 체코의 특별 조건: 체코 정부가 원전 수출계약에 앞서 몇 가지 특별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체코 기업들의 원전 건설 참여 보장과 기술 이전 요구다.2) 구체적으로, 체코는 전체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약 30% 이상을 자국 기업들이 담당하기를 원하며, 이는 곧 주요 기술의 이전과 직결된다. 이러한 조건은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협력 강화와 기술 공유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2)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국제 입찰을 통해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된다. 또한, 핵심 기술 이전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다. 더욱이 이러한 조건은 프로젝트의 복잡성을 높이고, 잠재적인 갈등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코 기업들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공사 지연이나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별 조건의 수용 여부와 그 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단기적인 수주 성공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국익과 기술 경쟁력 유지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을 고려할 때, 원전 수출이 단순히 경제적 성과나 기술력의 과시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는 장기적인 국가 전략, 기술 정책, 그리고 국제 관계의 맥락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복합적인 사안이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원전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원전설치(유지) 기술뿐만 아니라 우주로 방출하여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을 포함한 좀 더 근본적인 방사성 폐기물 처리기술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의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하여

 

국민은 원전 수출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 행정부나 정치권의 발표를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출 규모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주장은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분석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2.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환경, 안전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원전 수출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함께, 잠재적인 리스크와 책임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

 

3. 원전 외의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대안들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 속도와 경제성 개선 추이를 지켜보며, 에너지 믹스의 다각화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매우 위험하다.

 

4. 국제 에너지 시장의 동향과 각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특히 주요 원전 수입국들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에너지 정책 변화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5. 원전기술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정부나 원전 산업계의 주장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연구 기관이나 국제기구의 보고서 등을 참고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원전 수출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이다. 우리는 경제적 이익, 환경적 영향, 안전성, 그리고 국제 관계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원전 수출 정책이 장기적으로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지, 숨겨있는 위험성은 없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월드클래스플러스사업 선정평가 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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