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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확산되는 FTA속, 관세환급일병 구하기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관세는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 부과한다1). 수출이나 반송2)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관세가 소비세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 관세법 제14조

2) 관세법에서의 ‘반송’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것과 차이가 있다. 관세법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이 수입 통관되지 않고 우리나라 보세구역에 머물다 이내 외국으로 다시 나가는 것을 반송이라고 한다. 즉, 수입 통관된 물건을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수출자한테 보내는 것은 관세법상 반송이 아니다.

 

그렇다면 직접 물건을 소비하는 자에게 세금을 내게 하면 되지만, 시중의 그 수많은 다양한 물품에 대해 일일이 소비자에게 관세를 계산해서 신고하고 납부하라 하면 아마도 범법자들 투성이에 유통도 어지러워질 것이 뻔하다. 그래서 수입된 물건이 수입국에서 그 어떤 소비자에게 사용될 것으로 일단 보고, 수입자로부터 선제적으로 수입통관 때 관세 등 세금을 납부케 하는 방법으로 세금의 누수를 막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소비되고 사용될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여 세금을 거뒀는데, 막상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고 해외로 다시 수출되었을 땐 어떻게 될까.

 

한국은 무역으로 절대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의 물건보다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R&D를 기본으로, 완성재를 만들 때 들어가는 부분품, 중간재, 원재료들도 함께 뛰어난 품질과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쟁력을 갖춘 소재 등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면 고민이 덜할 수 있겠지만 불가능하다.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 최고의 물건을 모두 만들 수 있다손 치더라도 무역을 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으로 설명해줬다.

 

하물며 쓸모 있는 자원이 거의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는 더욱 원재료 등을 수입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결론적으로 수출하기 위해 만든 제품에 들어간 관세를 내고 수입된 수많은 원재료에 대해서는 관세를 잘못 거둬들인 셈이 된다. 따라서 잘못 거둬들인 세금은 납세자에게 돌려줘야 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관세환급제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 같은 회사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이차전지를 만들 때 원재료로, 음극재 원료인 비흑연성 탄소(HSK2803.00-9090)를 수입하고 관세를 낸다. 완성된 이차전지는 전기차를 만드는 미국의 현대차 공장으로 수출한다.

 

이때 이차전지를 만들 때 들어간 수입 비흑연성 탄소에 대해 과세했던 세금은 다시 돌려받게 된다3). 동일한 과정으로 제조된 이차전지가 이번엔 미국이 아닌 국내 아산 현대차 공장으로 납품됐다면 어떨까.

 

3) 물론 정부에서 알아서 계산된 금액을 돌려주면 좋겠으나, 수많은 케이스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납세자가 스스로 계산해서 세관에 신청하는 방법으로로 환급을 받는다.

 

국내에서 제조 판매되어 국내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 전기차는 국내에서 소비된 것이므로 당연히 관세 환급의 과정은 언급할 가치가 없고 관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소비될 것이다.

 

FTA에서는 말썽이 될 수 있는 관세환급제도

 

이렇듯 관세환급제도는 관세의 소비세적 특성을 사실로 구현한 것뿐만 아니라, 눈치챘을 수 있지만 국내 수출회사가 생산원가 측면에서 다른 경쟁국 회사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수출지원정책이기도 하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한 관세라는 장벽을 수출의 경우에는 제거시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환급제도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닌 일본, 중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WTO에서도 인정한 보편적 이중과세 방지제도이다. 그런데 과거 한-EU FTA 협상 당시에 이렇듯 당연해 보이는 관세환급제도가 심각한 문제로 불거져 조약체결의 최대 걸림돌이 된 바 있다. 관세환급은 FTA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중국에서 이차전지 원료인 흑연을 수입하면서 관세 5.5%를 물고 수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완성된 이차전지는 국내에서도 팔고 FTA 체결국인 미국 시장에도 수출판매한다고 할 때, 만약 관세환급제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한국과 미국에서의 판매가는 관세비용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관세가 함입된 ‘똑같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다.

 

불공정을 야기하는 FTA환경에서의 관세환급

 

그런데 관세 환급을 허용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즉 한-미 FTA에 의해 미국에 수출되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미국 수입관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료인 흑연을 중국에서 수입할 때 한국 세관에 납부했던 관세까지 돌려받게 된다.

 

그러나 국내 판매되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흑연 수입관세를 돌려받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이차전지는 국내 판매 분에 비해 관세환급분만큼 싸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불공정한 결과가 나온다. 이는 한국에서 생산된 이차전지를 미국에 수출한 뒤 다시 ‘역(逆)수입’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다만 이는 두 나라간 거리가 지리적으로 가까울 때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단순하게 관세적 측면만을 보면 역수입이 이론적으로 싸다. 하지만 무역 현실에서는 중간에 물류비가 껴있어 이 비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비가 관세환급 분보다 작을 때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FTA 환경에서 관세환급을 인정하게 되면 자국(自國)에서 수출한 물품이 오히려 다시 수입될 수 있다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3국의 무임승차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제3국의 무임승차 가능성이다. FTA는 협정 체결국의 최우선 이익을 전제로 하는 조약이다. 그런데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FTA 당사자가 아닌 제3자 즉, 중국에 그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수입되어 관세가 지불된 원료를 갖고 완성된 이차전지를 수출하고 관세환급까지 받는다면, 이차전지의 수출이 많이 되면 될수록 그 뒤에서 중국이 조용히 웃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굳이 국산원료나 미국원료를 쓸 유인이 없게 된다. 결국 FTA를 통해 많은 경제적 이득은 협정 체결 당사국인 한국과 미국이 아닌 제3국에 돌아가게 된다.

 

EU가 우리나라와 FTA 협상 당시 이러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제3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간재를 이용해 EU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한 관세환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FTA의 완결을 간절히 원했던 한국과 EU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일정 상황’에서 환급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4)을 달아 협상타결에 이르긴 했다.

 

4) 한-EU FTA 협정문 ‘제14조 관세의 환급 또는 면제’

 

지금 세계 무역은 ‘안보’와 ‘패권전쟁’으로 인한 글로벌공급망 재편의 과도기, 격전지에 자리하고 있다. 교과서적인 순수히 싸고 질 좋은 물자의 자유로운 교역으로 발생하는 무역의 이익이 다가 아닌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술한 바와 같이 한-EU FTA에서 당장은 우리의 관세환급제도를 그대로 인정해 주긴 하였다.

 

그러나 FTA 세이프가드 이행규정을 도입하면서 협정 발효 후 5년이 경과되는 시점부터는 역외산 원자재 사용이 급증하고, 그 밖의 규정된 조건을 충족하게 되면 환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세계가 사이좋을 때는 별문제 없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신냉전체제로의 뉴노멀 시대에 있어서는 중국산 부품을 주로 많이 사용하는 한국의 산업구조 상 결정적인 순간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서둘러 글로벌공급망 재편, 그리고 산업생산구조의 변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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