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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감염병에 더 도드라지는 K-Food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해가 시작되는 연초는 늘 그렇듯이 새해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시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2020년이 마무리되는 지금까지 종식이 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도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전 세계 경보’를 선포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에서 800명가량을 죽게 만든 사스 바이러스와 같이 어느 정도 지속되다 이내 사그라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스 바이러스의 일종이라 비슷한 전개로 나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WHO는 결국 3월 11일 팬데믹을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11월 14일 현재 확진환자 53,740,550명, 사망자 1,309,459명을 누적기록하고 있으며, 전 세계 국가·영토 245개 중 89%에 해당하는 218개국에서 창궐하는, 말 그대로 대혼란 상태다. 백신 개발과 대량생산이 서둘러지지 않는한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대조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우리나라와 전세계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와 발생자 추이다. 한국은 3월 1일 1062명을 기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을 선두로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신규 확진자 수는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위 K방역이라고 부르는 정부의 뛰어난 대응 태세와 함께 무엇보다 성숙된 국민의식이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뛰어난 의학기술과 선진 문화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생각한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코로나19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오히려 후진적이라고까지 보이는 그들의 민낯은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우월감까지 안겨주는 듯하여 한편 씁쓸하다.

 

의학적 예방이 힘든 상황에서 세계 대부분 사람들이 질병에 노출된 지금,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이 무엇을 먹어 코로나에 감염이 덜 되고 있는지, 식(食)문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스(SARS) 감염병 유행 때도 한국의 K-Food가 조명을 받았다.

 

이유는 지금과 같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후원한 김치전과 막걸리 소개 유튜브 영상이 조회수 178,648회(2020. 10. 11 현재)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한류로 물꼬를 트고 코로나 19로 날개를 단 듯한 형국이다.

 

 

과학적으로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감염병에 강한 면역력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유산균 식품으로 김치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K-Food가 있지만 김치는 그 위상이 남다르다. 마치 한국을 얘기하면 김치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외국인이 많듯이 말이다. 

 

우리의 김치는 스페인의 올리브,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틸콩, 일본의 낫토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출처 : 미국 건강 전문지 “헬스”]

 

이런 우호적 환경에 발맞추어 김치는 전 세계 68개국 진출에 이어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최대 유통사 월마트에도 입점 되어 미국민들에게 매우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식품으로 발전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품목에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일본과의 교역이지만 김치에서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김치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며, 무역수지 흑자 규모에 있어서도 2위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 최대 무역 흑자국인 중국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과 다르게 김치의 주요 원재료인 배추와 각종 야채, 고춧가루, 그리고 인건비가 싼 중국산에 밀려 김치 교역에 큰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김치는 2019년 29,628.4톤을 수출한 반면 30,6049.5톤을 수입하여 약 2,600만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중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심지어는 2012년 이후 김치는 중국의 절임채소인 ‘파오차이(泡菜)’에 적용하는 위생기준을 김치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수출 자체가 아예 막히기도 했다. 김치에서 대장균 군이 검출된다는 이유로 수입을 막은 것이다.

 

김치의 대장균은 유해균이 아닌데도 자국의 파오차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방적 SPS 조치를 취하며 무역장벽을 드리웠다. 2015년 이후 정부의 노력으로 수출 길은 다시 열렸지만 1/3 가격이라는 가격 경쟁력에 밀려 여전히 수지는 좋지 못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올 4∼5월 들어 수출이 급증했다. 원조 한국산 김치에 대한 구매력이 급상승한 것이다. 그에 따라 김치의 무역수지는 점차 개선하여 순간적이기는 하지만 흑자로 돌아서기도 하였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세계적 위기 속에서 우리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바로 우리 전통 음식에서 말이다. 문제는 이 절대 기회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는 만약 주먹구구식으로 김치산업을 운영해 왔다면, 지금부터는 김치원료 생산에서부터 다양한 김치의 레시피를 통한 생산과 유통, 수출 전반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육성·관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더 발전시켜 김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인 ‘김장’이 대표적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기까지 한 김장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유인책을 만들고 상품화를 고민해야 한다. 국립김치박물관과 김치관리 전문 정부기관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부당한 위생기준의 적용으로 김치의 수출이 한동안 멈춰야만 했던 것을 교훈 삼아 김치 등 전통식품에 대한 통상 대응 팀을 마련해야 한다. 전통기술·문화와 정부의 통상지원 등의 콜라보레이션과 하모니는 강한 시너지를 일으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위기에 강한 우리 민족성을 다시금 목도하는 요즘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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