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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사 칼럼] '아웃사이더' 트럼프 시대를 준비하며

'첩첩산중'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제언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한국은 여러 폭탄과 지뢰가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자칫 잘못 발을 디뎠다가는 목숨과 바꿀 수도 있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되곤 한다. 올해도 곧 2016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가 나올테지만, 지난해의 사자성어인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그대로 가져와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여기에 ‘오리무중(五里霧中)’과 ‘첩첩산중(疊疊山中)’을 더한다면 지금의 우리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관세청이 발표한 ‘2016년 10월 수출입 현황 잠정치’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누적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 감소한 4051억 달러, 수입액은 10.1% 감소한 3301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6% 증가한 7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불황형흑자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얼마 전 미국의 대통령으로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확정되었다. 기존의 정치 세력에 신물이 난 미국인들의 매우 특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전세계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언행으로 보았을 때 트럼프는 매우 사업가적이고, 그리고 매우 비정치적이다.


우리 앞으로의 먹거리와 직결될 수 있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요약해 본다면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대폭적으로 인하시키고 동시에 1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을 쏟아부어 기반시설 등 인프라를 재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사업 규제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등의 친기업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별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정책에는 그동안의 오바마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대단한 불신과 불만이 담겨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가장큰 라이벌로 대두된 중국은 대표적인 환율 조작국일 뿐만 아니라 불공정 교역국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는 그런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서 7만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상품 수출도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바로 잡는 방법으로 우선 현재 35%인 미국 법인세도 15%로 내려 중국으로 간 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끔 유도하는 한편,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에 대하여는 45%의 고(高)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재원으로 미국 채권 수익률을 더 올리고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채권 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로서는 자본 유출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가 상당히 주목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이 한·미 FTA의 재협상 부분이다. 대미 무역 흑자는 한·미 FTA 발효 이전 2010년 94억 달러에서 지난해 258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결과적으로 발효전과 후를 비교해 볼 때 실질 지표가 2~3배 흑자폭이 증가한 것이다. 우리와 체결된 FTA 중에서도 가장 실적이 좋은 협정 중의 하나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생산하여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이 한국산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것으로는 자동차, 철강 및 휴대폰과 같은 전자제품 등의 굴뚝산업군(群)이 주요하게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통해 창출하는 수익은 대부분 금융이나 서비스를 통해 창출된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트럼프에게 무한 지지를 보인 사람들은 지금의 사회에서 밀려났다고 생각되는 백인 실직자들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풍부한 일자리를 안겨주길 바라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아마 표를 던졌을지 모른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트럼프는 무리수를 두더라도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하는 지상과제를 떠안고 있다. 아니, 그러한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정상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그가 이들에게 조차도 외면 받아 굉장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일자리라는 것이 속성상 스타벅스와 같은 서비스 산업보다는 우리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굴뚝산업에서 대부분 창출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즉 트럼프의 숙원과 우리의 이해가 충돌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수지를 따질 땐(물론 정치역학적으로도 함께 보면 더 복잡해지지만) 트럼프는 거시적으로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단순히 무역상품수지 수치로만 따지게 된다면 한·미 FTA의 재협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트럼프가 미국의 동맹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정치·군사적인 부분을 완전히 도외시 한채 치명적인 보호무역주의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미국 자국민 주의의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은 일시적으로는 그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는 이미 각국의 경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화되어 있는 경제구조를 간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가 만약 극단적 경제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이로서 전(全)세계 경제산업에는 당연히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결국 미국 경제도 부메랑이되어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처럼 남북이 나뉘어져 있고 부존자원이 없으며, 남한 인구만으로는 판매와 소비가 충분하지 않은 국가 경제의 특성상, 구조적으로 무역은 우리 국부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동시대의 방향성(?)이라고도 보여지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 기업이 좀 더 치밀하게 준비에 준비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결과이기도 한 보호무역주의의 향후 전개를 또한 예의 주시해야 하며, 정부는 세계 경제의 동향을 발빠르게 기업이 하기 힘든 부분을 앞서 진행하거나 보충해 주어야 한다.


한국은 여러 폭탄과 지뢰가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자칫 잘못 발을 디뎠다가는 목숨과 바꿀 수 도 있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이전 세계 역사에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BREXIT로 불리우는 영국의 EU 탈퇴, 사방으로 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예측불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계속되는 우리나라의 수출입 하락, 투자와 소비의 축소 등등 이러한 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현명한 컨트롤 타워 부재. ‘오리무중(五里霧中)’과 ‘첩첩산중(疊疊山中)’이 작금의 세태를 가장 잘 아우르는 말이 아니지 않는가.


[고태진 프로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위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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