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최근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한류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조류에 흐름을 같이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아이템 중에 ‘김’이 있다.
김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만 상업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국산 김은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제품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현지에서의 긍정적인 이미지 평가에 힘입어 오히려 그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호기를 맞아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 등 아세안 시장에 집중 공략을 하고자 했으나 가격경쟁력에 있어 일본산 제품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여 수출에 성공한 지렛대가 바로 ‘한-아세안 FTA’다.
FTA를 활용하기 전의 베트남 김의 관세율은 20%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FTA를 활용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 순간 0%로 관세가 없어져 버린다. 품질경쟁력에 자신이 있었던 우리 기업은 20%의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었고 이는 충분히 일본기업을 제압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렇듯 아세안과의 FTA는 우리 기업으로서 매우 큰 경쟁력이자 새로운 기회의 보고로 작동되고 있다.
한-아세안 FTA 발효 10년
지난 6월 1일은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간의 자유무역 협정이 발효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1967년 8월 설립된 아세안은 창설 당시 필리핀·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타이 등 5개국으로 시작해 1984년에 브루나이, 1995년 베트남, 1997년 라오스·미얀마, 1999년 캄보 디아가 차례로 가입하면서 현재 10개 회원국이 되었다.
이렇게 이루어진 아세안은 현재 우리나라의 5대 교역시장일 뿐만 아니라 인구 6억3200만명, GDP 2조4000억 달러, GDP 경제성장률 4.7%, 수출입 교역량은 2조2700억 달러의 거대시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표로만 보더라도 그 시장의 잠재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 한-아세안 FTA 를 한번 되짚어 본다는 것은 앞으로의 우리 삶과 경제를 미리 예측해 보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세안으로의 수출은 FTA 발효 후 연평균 7.5% 증가했다.
이는 대(對) 세계 수출 증가율 3.3%보다 4.2%포인트 높은 것이다. 또한 아세안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도 2007년 10.4%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5% 수준까지 높아졌다.
연평균 5.7% 증가된 교역량, 무역수지 20.5% 증가해
반면 아세안으로부터의 수입은 10년간 증감을 반복하면서 연평균 3.3% 증가했다. 이는 대(對) 세계 수입 증가율 1.4%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치다. 아세안의 수입 비중도 2007년 9.4%에서 2016년 10.9%로 증가해 한국의 주요 수입 지역으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로서 수출과 수입을 합한 전체 교역 증가량은 FTA 발효 후 연평균 5.7%로 대 세계 증가율 2.4%보다 3.3%포인트 높았다.
전체 교역 가운데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9.9%에서 작년에는 13.2%로 증가했다. 이는 아세안이 중국에 이어 우리의 제2의 교역 지역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의 수출과 수입 수치를 보아도 대략 눈치챌 수 있듯이, 대(對) 아세안 무역수지는 FTA 발효 후 흑자 규모가 연평균 20.5% 증가해 지난해에는 3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수지에 있어서도 2012년 이후 흑자로 돌아서 2015년에는 8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체 아세안 수출에서 FTA를 활용한 수출의 비율은 52.3%(2016년 기준)로 최근 발효한 FTA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수입 활용률은 그나마 나은 73.5%를 기록하였다. 이는 평균 69.6%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아쉬운 FTA 수출 활용률
이런 결과는 아세안 구성 국가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FTA 관련 정보 접근성과 이해도가 낙후된 곳이 많다. 심지어 세관 담당 공무원조차도 협정에서 규정한 원산지증명서(FORM AK)를 제출해도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협정과 다른 이유를 들면서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또한 수입허가제한, 식품 등 인증의 과도한 절차와 비용 등 비관세장벽으로 인해 수출에 FTA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HS(Harmonized System, 국제통일상품분류제도)도 아세안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상이한 품목분류의 결과로 우리가 발급한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한쪽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 답답한 부분이 있다. 또한 개인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아세안 개별국가와 해결하여야 한다.
최근 들어 다른 어느 때보다 우리 주위의 열강들은 한국을 배제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무역 부분에 있어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사 드’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과 미국은 교역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문화 등 다방면으로 의미 있는 국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그들과의 향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만 놓고 따져 본다면 이들과의 관계가 좋아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아세안은 중국, 인도 다음의 인구수를 갖고 있는 거대시장이다. 인구 구성비를 보아도 소비의 중심축인 중산층이 탄탄하고 30세 미만의 젊은 인구가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성과 생산기지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다.
아세안은 가히 아시아의 EU로서, 답답한 보호무역의 장막을 거둬낼 새로운 돌파구로써 그 역할을 기대해 보아도 되지 않을까.
[프로필]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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