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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우주가 새로운 경제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상업적 우주탐사의 현실화, 민간기업의 달 탐사 계획, 소행성 자원 채굴 프로젝트들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 공간에서의 상업활동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인류는 또 다른 경제적 과제에 직면했다.
바로 ‘우주 관세’다. 최근 2025년 1월 스페이스X의 일곱 번째 ‘스타십’ 시험 발사에서 상단부가 이륙 8분여 만에 공중 분해‧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멕시코만 항로가 일시 폐쇄되면서 최소 20편 이상의 항공편이 우회‧지연1)됐고, 항공사들이 약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1)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FlightRadar24’
스타십 개발에는 지금까지 연구‧개발비만 5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으며, 발사 기지 ‘스타베이스’ 건설 비용만도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단 한 번의 실패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리스크로 직결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일론 머스크는 “다음 달 발사는 예정대로”라며 연내 12회 시험 발사 목표를 고수하고 있어, 거대한 손실조차 민간 우주산업의 전진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우주자원 반입과 새로운 과세 영역
2024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약 5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이 시장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딥스페이스인더스트리 같은 민간기업들은 이미 달 탐사와 소행성 채굴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에서 채취한 자원이 지구로 반입될 경우 적용할 세금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어떤 국가도 우주 천체에 대해 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했고 채취된 자원의 소유권과 관세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미국은 2015년 ‘상업적 우주 발사 경쟁력법(Commercial Space Launch Competitiveness Act)’을 제정해, 자국민이 우주에서 채취한 자원에 대해 민간 소유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룩셈부르크, 일본 등도 유사한 법률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구상의 무역은 국가 간 경계를 기반으로 관세가 부과되지만, 국경이 없는 우주에서 채취한 자원에 대해 어떤 국가가 과세권을 주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아직 없다. 이로 인해 향후 실제 자원 반입이 본격화되면, 관세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FTA에도 명시된 ‘우주산 자원’ 규정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이미 우주산 자원에 대한 규정을 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호주 FTA다. 이 협정에서는 원산지판정 기준에 ‘우주 공간에서 수확하거나 채취된 자원’을 포함시켜, 우주에서 채취한 물질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산지 제품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상징적 문구가 아니다. 실제로 향후 소행성 광물, 달에서 채취한 희귀금속 등 우주 기원 자원이 무역의 대상이 되었을 때,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또한 EU-영국 무역협정(EU-UK TCA)에서도 비슷한 규정을 두어, 우주 기원 상품이 무역 시스템에 편입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이는 우주 무역이 단순한 상상이 아닌, 실제 경제 질서에 편입될 미래 시나리오임을 방증한다.
한국 역시 향후 우주 무역이 본격화될 경우, FTA 원산지증명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우주산 제품의 관세 특혜 적용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우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
선진국들이 우주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우주 공간은 희귀금속, 헬륨-3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의 보고다. 지구상의 자원 고갈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우주는 새로운 경제적 돌파구로 주목받는다.
특히 소행성 하나에서 채굴할 수 있는 백금류 금속은 지구 전체 연간 생산량을 초과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 군사적, 전략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통신, 정찰, 항법 시스템은 이미 우주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향후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는 지구상의 정치‧군사적 주도권도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위성 인터넷, 우주 관광, 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은 국가 우주 프로그램과 민간기업 지원을 병행해, 이른바 ‘우주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주 개발은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력, 경제력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분야이기에, 사실상 국가 역량의 총체적 경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우주 개발과 우주 무역 대비
한국 역시 우주 경제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1년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탐사를 목표로 국가 우주 개발 로드맵을 수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 등 민간기업들도 독자적 발사체 개발과 위성사업에 뛰어들며 우주산업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경남 사천과 전남 고흥에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민간 중심의 상업 우주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약정’에도 가입해, 향후 달 자원 채굴 및 우주 무역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이 체결한 FTA에서도 우주자원을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포함함으로써, 미래 무역질서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며, 민간 투자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우주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흐름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인 투자 확대와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우주 관세 협약의 필요성과 국제 규범 논의
우주 무역이 본격화되면, 국가 간 관세 협약은 필연적이다. 기존 세계관세기구(WCO)나 세계무역기구(WTO) 체계는 지구 내 무역에 한정되어 있으며, 우주산 자원과 상품을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향후 등장할 수 있는 모델은 ‘우주 관세 협약’이다.
소행성 채굴 자원, 달 광물, 우주공장 제조 제품 등에 일정한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국제 기구를 통해 관리하거나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가 새로운 무역 규범과 통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 선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견은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중심의 우주 상업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개발도상국들은 공동자산 원칙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는 다자협약보다는 양자 혹은 지역 블록별 협약이 먼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우주 무역에 맞춘 새로운 품목분류 체계와 원산지 규정도 필요하다. 현재 통용되는 HS 코드 체계로는 소행성 광물이나 달에서 제조된 제품을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 WCO 차원의 새로운 코드 신설 논의가 시급하다.
무역질서의 새로운 경계, 우주
우주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연구대상이 아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사업,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 프로젝트, 중국 CNSA의 우주정거장 건설 등은 모두 상업적‧경제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우주 무역은 국가 주권, 기술 패권, 경제 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직결되어 있다. 관세는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넘어, 글로벌 규범과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치열한 협상의 도구가 될 것이다. 우주 무역과 관세 문제를 선제적으로 고민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미래 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
아직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은 이 새로운 시장에서,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부터라도 우주 관세 체계 수립에 대비해야 한다. 법적 공백을 메우고, 경제적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준비하지 않는다면, 다가올 우주 경제 질서에서 주변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경제 질서는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무역 규칙을 지구에만 한정할 것인가, 우주를 포괄하는 새로운 질서를 창출할 것인가. 선택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월드클래스 300, NCS워킹그룹 심의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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