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시장주의 이념에 무너진 증권과세 체제
정부가 단행한 주식양도세의 대주주 기준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는 친기업 편향이 규제의 틀을 망가뜨린 대표적인 사례다. 대주주 보유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 원으로 올리면, 과세대상 대주주가 1만 3000명에서 4000명으로 대폭 줄어드는데, 투자자에 견주면 그 범주가 0.1%에서 0.03%로 좁혀지게 된다. 이 정도면 사실상 대주주 비과세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시행령 정치를 통해 밀어붙일 정도로 부자감세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친자본 편향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대선공약으로 이미 검증받았기 때문에 좌고우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태도다. 그리하여, 세수펑크 충격과 재정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개인투자자를 위해 2조원 정도의 양도 세수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주주 기준 상향의 목적이 증시 수급 안정이든 대주주 감세든 부자감세임은 틀림없다.
먼저, 대주주 감세가 얼마나 확고한 대선공약인지 살펴보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선별 감세(세수의 원천은 대주주)인 ‘주식양도세 폐지’를 증권과세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보편감세(세수의 원천은 개인투자자)인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했다가 막판에 다시 주식양도세 폐지로 급선회한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정부가 작전하듯이 대주주 감세를 단행함에 따라, 부자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대주주 기준 상향이 주식시장 과세체제의 전체 틀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는 2025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와 정면충돌
주식시장은 크게 3가지 갈래의 과세제도가 얽히고설켜 있다. 첫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주식양도세의 대주주 기준 상향이고, 그다음은 진로가 불투명한 금투세, 즉 주식양도세 전면 과세 도입이다.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발표했지만. 이는 법 개정 사안이라 사실상 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투세 문제는 2022년에 여야 원내대표가 관련 세법개정안을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합의해 처리한 내용이다. 즉, 대주주 기준은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되, 금투세 시행은 2년간 유예해 2025년부터 정상화하기로 한 것이다. 금투세는 주식 양도차액 5000만원 이상에 대하여 20~25%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과세다. 만약, 2025년부터 금투세가 합의대로 시행된다면, 사실상 주식양도세 범주가 대주주에서 일반 투자자 전반으로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주식양도세는 병립하기 어려운 두 제도가 층계가 다른 형태로 혼재해 있는 상태다.
주식양도세의 대주주 비과세 기준이 악법인 이유를 살펴보자. 주식양도세 전면 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제도다. 그럼에도, 여야 합의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정치권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공매도 혁신을 요구할 때보다 더 큰 조세저항에 부딪힐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금투세를 폐기하고 대주주 비과세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일이다. 정리하자면, 주식양도세 문제는 대주주 선별 과세든 일반 투자자 보편과세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총체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여기에, 3중 과세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증권거래세 문제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무질서하기가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증권거래세는 투자자의 손익과 관계 없이 누구나 주식을 팔기만 하면 세금(2024년 0.18%, 2025년 0.15%)을 내야 한다. 일종의 통행세인 증권거래세는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세수의 원천도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가 그 대상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둘 중 하나를 포기해 중복과세를 해소해야 한다면, 2조원 안팎의 대주주 양도세를 포기하고, 매년 10조원 안팎의 거래세를 거둬들이는 것이 남는 장사다.
증권거래세 폐지하고 금투세 취지 살려야
그렇다면, 제대로 된 증권과세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당연히, 유례를 찾기 어려운 다중과세 체제를 해소해 시장 참여 유인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외인 단타 시장으로 국내 증시를 장기투자하기 좋은 시장으로 체질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즉, 좋은 주식을 오래 들고만 있어도 돈이 되는 증시 환경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첫째, 큰 틀에서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 중 하나만 선택해 다중 과세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면, 통행세인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 국내 증시가 만성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이유는 공매도 등 투기성 외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해 1400만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내국인 투자자의 시장 지배력을 한 차원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곳간지기가 매년 10조원 안팎의 거래 세수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거래세에 포함된 농어촌특별세(0.15%)를 빼면 사실상 증권거래세는 폐지된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눈으로 보면, 이게 농특세든 거래세든 개인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세법 개정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즉, 증권거래세는 폐지하고, 농특세 문제는 농특세 사업계정에 주식양도세를 포함하면 된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한다 해도 이로 인한 세수 충격은 주식양도세를 통해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둘째, 주식양도세는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고, 금투세(주식양도세 보편과세) 체제로 통합해야 한다. 이 경우 모든 대주주가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금투세의 비과세 기준인 “양도차액 5000만원 이상”을 상향해 일반 투자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연 10%의 수익을 올리는 시장에서 금투세의 양도차액 기준을 양도세의 보유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셈이다.
물론, 이 경우 연말 대주주 물량 폭탄으로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주주 봐주기 감세가 아니라 장기투자 유인책을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 오래 들고만 있어도 세금을 줄어드는 데 굳이 물량을 던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주식투자의 경우에도 부동산처럼 ‘장기보유 특별공제’ 제도를 도입해 보유 기간에 따라 세금이 내려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끝으로, 금융위기에 준하는 민생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 주도, 시장 중심”만 외치는 것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다. 목전의 위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결국 시장도 죽고 재정도 망가지는 대참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시장 실패를 조기에 감지하고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화력을 집중할 때다. 글로벌 자산버블 붕괴 우려에, 부동산발 경기충격, 자영업발 부채위기 등 정부가 맨발로 나서 진화해야 할 중대 위험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프로필] 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