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월)

  • 구름조금동두천 19.5℃
기상청 제공

[송두한 칼럼] 궤도에 진입한 “부채발 금융위기” (하)

(조세금융신문=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중편에 이어>

 

3.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그렇다면, 주택가격 충격은 언제까지 얼마나 더 지속될까? 선험적으로, 일단 버블붕괴가 발현하면, 기준금리가 고점에서 바닥에 도달할 때까지 떨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2008년 위기 때도 기준금리가 저점을 완성한 2011년 전후까지 주택가격 충격이 지속된 바 있다. 물론,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때도 이와 유사한 충격 경로를 밟은 바 있다. 주택가격은 산 정상에 있는 기준금리가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올 때까지 빠지게 된다. 아마도 부동산 경착륙은 2024년 즈음에야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비상경제 상황에 준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다가오는 충격을 조기에 흡수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시장 차원의 대책이나 위기대응 조치는 이미 소진된 거나 마찬가지다. 시장 기능을 통해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간 지 이미 오래다. 국가 단위의 위기대응 체제를 통해 시장과 민생경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근본 대책으로 대응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첫째, “PF정상화 뱅크”를 조기에 가동해 PF 사업장이 부실화되는 불길을 사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배드뱅크가 은행의 부실관리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드뱅크의 출자구조가 은행보다 부실의 원천인 제2 금융권의 부실을 흡수하는 데 적합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10년 PF부실 사태처럼 은행이나 은행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비은행권발 PF부실을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미분양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공공주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분양 적체나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공공이 대규모로 매입해 임대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위기 때 정부가 부실 위험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이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위기 때 미분양 주택을 원가로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면 10%도 안 되는 공공주택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공공매입을 통해 부동산 경착륙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그 규모가 미분양의 절반 이상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공공이 매입해 임대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면, 가계부채의 양을 줄이고 질을 개선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이보다 더 확실한 민생부채 대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자영업자를 위한 코로나대출 이자감면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보편적 위험은 보편적 정책으로 대응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코로나대출은 보편적 위험에 속한다. 4차례에 걸친 이자감면∙만기연장 조치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대출은 사실상 잠재부실로 보는 것이 맞다. 대규모 부실로 번지는 불길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자부담을 현저하게 덜어줄 수 있는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취약 차주 선별지원에 연연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대출 이자를 덜어주면 은행이 추가 금리인하로 매칭해 주는 이자감면 프로그램도 방안이 될 수 있고, 대규모의 코로나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례없는 민생물가 충격을 맨몸으로 받아낸 국민에게 “물가지원금”을 지급해 민생회복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실질소득은 감소했지만, 고물가 충격으로 소비부담은 크게 늘었고 고금리로 인해 이자부담은 2배로 늘어났다. 여기에, 전기, 가스, 수도 등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공공 주도 물가상승은 공공의 부담을 국민에게 가격으로 전가하며 민생경제에 2차 충격을 가하고 있다. 건전재정과 분리해 민생재정을 확대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일례로, 전체 가구가 난방비 충격에 노출되었는데, 100만여의 취약 가구를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지금의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물가지원금 형태로 물가상승분의 일정 부분이라도 보전해 준다면, 민생경제가 금리, 물가, 소득 및 소비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생재정 확대를 통해 보편적 위험을 보편으로 대응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정부는 국민이 어려울 때 과감하게 재정을 확대해 민생을 지원하고, 경제를 살려내 다시 곳간을 채우는 재정운영 역량을 보여야 할 때다.

 

 

[프로필] 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경근 칼럼] 미국 보호무역주의 파고, 현명한 통상 전략 구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조세금융신문=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25년,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보호무역주의라는 거센 파고를 마주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하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 쌓으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등 자국법을 근거로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최근 미국은 당초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25%의 상호 관세율을 제안했으나, 우선 10%의 기본 관세를 유지하되 상호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2025년 4월 10일 결정)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90일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영국, 호주, 인도 등 우선협상 대상국들과 개별적으로 관세를 포함한 포괄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장관은 각국의 방위비 분담금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맞춤형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중국 제품에 대해서는 145%라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125%의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