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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칼럼] 궤도에 진입한 “부채발 금융위기” (중)

“금리-부동산” 정점 이후 자산버블 붕괴 발현
“부동산PF,” 금융∙실물 동반 부실 트리거
위기의 본질은 “코로나부채 디레버리징”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의 위기대응 필요

(조세금융신문=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상편에 이어>

 

2. 한국경제가 부채발 금융위기에 취약한 이유

 

◾ 내수공백 메울 수출경제의 기초체력은 이미 소진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해 내수를 지탱하는 수출기반 경제이기에, 수출 엔진이 멈추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수출 페달을 밟아야 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여, 일시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기는 해도 불황형 적자 기조가 지금처럼 2년 가까이 지속된 적은 없다. 외부 충격이나 내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호막이 제거되고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도 아닌, 불황형 경상수지 적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수출경제가 절대적 위기 상황임이 분명하다. 일견, 우리나라 수출이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분쟁 등 외부적 요인으로 부진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주변 변수에 불과하다.

 

수출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대중국 수출 충격이다. 수출의 근간을 이루는 대중국 수출이 무너지면서 모든 무역지표가 흘러내리고 있다. 정부의 “반중” 정책 기조가 표면화하면서 주력 교역 상대국인 중국 수출의 양과 질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아무리 미국 수출을 늘린다 해도 IRA 벽에 막혀 대중국 수출충격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중국 수출비중은 2021년 25.3%, 2021년 20.4%, 2023년 3월 18.9%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무역흑자의 원천인 중국이 눈 깜작할 사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정치가 경제 영역을 침범하면서 그동안 이어온 미국·중국간 균형무역 질서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결과다.

 

금융위기가 발현할 경우 실물경제를 통한 충격흡수 여력이 거의 소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초경제 여건이 부실해 외부 충격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일단 충격이 발생하면 금융부실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융과 실물이 동시에 부실해지는 복합위기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국내 무역수지 및 대중국 수출비중 변화 추이>

       * 통계청

 

◾ 부채발 금융위기는 채권과 코로나부채를 타고 넘어온다.

 

미국발 버블붕괴가 발현한다면, 부채충격에 취약한 고리를 타고 국내 경제로 전이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심에 채권과 부채가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지난 10년간 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유례없는 채권버블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최근 미친 금리인상으로 인해 채권가격이 폭락하며 채권의 신용사이클이 붕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미국의 SVB 파산 등도 엄밀히 따지면 은행위기가 아니라 채권운용 손실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문제는 금리주기가 하락 전환한다 해도 이미 채권에 편입된 잠재부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0년간 채권발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채권발행 잔액은 2008년 900조원에서 2022년 2,600조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본시장에서 채권 쏠림이 발생하면 고금리충격이 채권의 버블붕괴 트리거로 작용하게 된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역시 부동산 경기충격이 모기지채권 부실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로 진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채권시장의 부실화는 금융기관과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을 집중 타격하게 된다. 국내 은행들 역시 채권운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채권버블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고, 기업들은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인해 부도 및 파산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채권발행 잔액(좌) 및 2019년 이후 코로나대출(우) 증가 추이>

 

       * 한국은행

 

두 번째 금융위기 트리거는 코로나부채다. 코로나부채는 2019년 이후 발생한 가계대출, 자영업자대출, 중소기업대출의 합으로 규정할 수 있다. 펜데믹 구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코로나대출은 대부분 과잉대출 리스크에 노출된 악성 부채에 가깝다. 금리가 내려간다 해도 시장 기능을 통해 부채건전성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대출은 2019년 2,889조원에서 2022년 3분기 3,803조원으로 증가했는데, GDP에 견줘 177%에 이를 정도로 양적 팽창 문제가 심각하다. 사실상 시장실패 영역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고리는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대출 증분인데, 2020년 350조원, 2021년 716조원, 2022년 3분기 914조원으로 급증했다. 먼저, 가계부문 코로나대출(253조원)은 주택가격 충격시 잠재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경기하강시 고강도 가계디레버리징(주택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을 통해 부채를 덜어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담대매입 임대전환” 등을 통해 코로나부실을 흡수하지 않는 한, 가계부채 경착륙을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 코로나대출(가계대출을 뺀 순 자영업자대출)은 금리충격과 동시에 소비충격에 취약한 악성부채라는 점에서, 사실상 잠재부실로 보는 것이 맞다. 자영업자 코로나대출은 2019년 449조원에서 2022년 665조원으로 216조원 증가했다. 이게 악성인 이유는 빚으로 임대료를 돌려막는 사이 코로나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상환 여력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설령, 내수업종의 매출이 코로나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간다 해도 한번 망가진 부채건전성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 법이다.

 

정부의 대책이라고 해봤자 4차례에 걸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가 전부인데, 이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부실대책에 불과하다. 코로나부채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이자감면”이나 취약 및 한계 차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의 “저리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해야만 한다. 보편 위험에 보편으로 대응하는 특단에 특단의 대책이 아니고서는 결코 자영업발 부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400조원이 넘는 중소기업 코로나대출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코로나대출은 2019년 936조원에서 2022년 1,391조원으로 445조원이나 증가했는데, 전체 코로나대출의 절반이 중소기업대출인 셈이다.

 

분명한 것은 보편적 부채위기에 선별로 접근하는 협소한 대책으로는 부채발 금융위기의 불길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코로나부채를 시장실패 영역으로 간주하고, 보편위험에 보편으로 대응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부동산은 조정에서 붕괴로의 국면 전환 시도

 

부동산경기는 2022년 이후 본격적인 하강 사이클에 진입했으며, 조정과 붕괴 사이에서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혹자는 주택가격이 합리적 버블 수준이라 조정사이클을 거치며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누구는 투기적 버블 수준이기 때문에 거품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선험적으로, 부동산 바닥은 금리 바닥인데, 정책금리는 아직 산 정상에서 내려오지도 않은 상태다. 금리 바닥인 2024년까지는 주택가격이 지속 하락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버블붕괴를 수반하는 2차 충격이 발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그렇게 보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국내 아파트 실거래가격 및 미분양 장기 추이>

 

 

첫째, 투기적 수요가 견인한 비이성적인 가격 상승은 반드시 되돌림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복잡한 분석이나 통계를 들이대지 않아도 주택가격 상승은 투기적 버블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2008년 이후 다주택 투기와 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100% 이상 급등했는데, 이는 직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부채로 쏘아 올린 버블은 반드시 고강도 “부채디레버리징” 사이클을 거친다는 점이다. 거품이 꺼지고 나면 그 자리에 생선 가시처럼 부채만 남게 될 것이다. 가계의 부채건전성이 훼손되면 민생경제가 신용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둘째, 미분양 지표는 이미 부동산 경기충격이 발현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부동산 조기경보 지표인 미분양은 2021년 1.4만호에서 최근 7.5만호로 불과 1년 여만에 4배 이상 폭등했다. 이미 금융위기에 준하는 부동산 경기충격이 발현했다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버블의 크기로 볼 때, 적어도 직전 위기 수준인 16만호까지는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다.

 

셋째, 레고랜드발 PF부실 사태가 금리 뇌관을 제거해 부동산 경착륙 위험을 극단적으로 높여버렸다. 수면에 잠겨 있던 버블붕괴 사이클(수요 충격 ▶PF 부실 ▶미분양 적체 ▶건설사 줄도산”)이 신용대란을 매개로 내수경제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금융과 실물의 동반 부실을 초래한 “2010년 PF부실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다. 물론, 부실의 단초를 제공한 주범은 레고랜드발 신용대란 사태다. 부동산PF 뇌관을 제거해 예열 기간 없이 발화할 수 있는 경착륙 환경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충격의 강도와 속도를 배가시켜 놓은 상태다.

 

부동산 경기충격은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험한데, 그 중심에 PF대출의 양적 팽창∙질적 저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작년 기준 PF 대출잔액은 130조원으로 2008년 위기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으며, 증권사 우발채무 등을 포함하면 200조원을 상회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체 PF대출의 75%가 제2 금융권대출이라는 점이다. 금리 수준이 높아 부채충격에 취약하고, 금융기관의 부실흡수 여력도 은행권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2010년 PF부실 사태는 대부분 은행대출이라는 점에서, 상대적 충격이나 부실의 확산성이 제한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더욱이 PF부실이 발현하면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동산PF 부실은 단순히 건설경기 침체로 끝나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민생경제의 부채위기, 즉 부채발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넷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세사기 문제는 “역전세 사이클”이 보내는 금융위기 전조이다. 최근 무주택자를 집중 타격하는 전세보증금 문제를 전세사기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접근하면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세 사기를 선별 타격하는 접근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다. 주택가격 하락이 더 급격한 전세가격 하락을 견인하는 역전세 구간에서는 집주인의 보증금 상환여력이 소진되면서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급증하게 된다. 전세보증금 사태는 전세사기와 구분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단위의 역전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보편 위험을 선별로 대응하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백약이 무효인 전세보증금 사태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편이 이어집니다>

 

 

[프로필] 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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