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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칼럼] 신자유주의 광풍에 내몰린 민생경제

(조세금융신문=송두한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자본의 자유’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거세지면서 민생경제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관치에 깊게 뿌리내린 신자유주의 이념이 윤석열정부에 올라타 친기업∙친자본 편향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의 공통점은 기업에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국민경제에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안 협의과정에서도 대기업 감세 공세에 밀려 민생재정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밑둥이 잘려 나간 공공임대주택 예산이나 지역화폐 예산 등 민생예산에 대한 논의는 그저 주변 변수에 불과했다. 기울어진 정책 저울에 기업과 가계를 올려놓으면, 민생경제의 무게는 항상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정부 정책이 극단적인 친기업∙친자본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민생경제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되어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물론, 정책의 기업친화성은 마땅히 장려되어야 하나, 그것이 지나쳐 기업 편향으로 흐른다면, 중산층과 서민 경제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금리충격에 노출된 가계부채 문제가 그렇고, 부동산경기 충격에 취약한 임대주택시장이 그렇다. 내수를 지탱하는 두 축은 기업투자와 가계소비인데, 기업만 끌고 가려 한다면 시장실패를 경험하는 한계가구나 적자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철지난 신자유주의가 실패한 이유다.

 

경제가 어려울 때 복지나 민생분야마저 전가의 보도인 시장 원리에 맡기려 한다면, 중산층과 서민들은 각자도생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 특히, 시장실패 영역에 존재하는 양극화 문제는 정권이나 이념을 넘어서는 시대정신과도 같다.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보편적 복지와 민생재정을 확대해 소득격차, 고용격차, 주거격차, 지역격차 등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경제운영 기조가 바뀐 적은 있어도 지금처럼 복지를 축소하거나 민생재정에 인색했던 기억은 없다.

 

윤석열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의 자유를, 포플리즘은 복지 축소를 의미할 뿐이다. 다주택자와 기업에 한없이 관대한 정책이 그렇고, 복지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발상이 그렇고, 있는 약자 놔두고 새 약자 발굴하는 대책이 그렇다. 관치에 뿌리내린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민생경제를 집중 타격할 채비를 마친 것이다.

 

▍무능한 경제정책에 밑장 빠지는 민생경제

 

먼저, 복지 분야를 살펴보자. 민생경제를 지탱해온 보편복지 정책이 순식간에 포플리즘으로 전락해버렸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 복지정책은 오히려 더 촘촘해지고 있다. 즉, 보편복지의 근간이 뿌리째 뽑힐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의미다. 고물가 충격, 부채충격, 부동산경기 충격 등으로 이미 약자인 자가 차고 넘친다. 중위소득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생계급여나 주거급여를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많다. 약자를 발굴하기보다는 이들부터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면 될 일이다.

 

재정파탄의 주범으로 몰린 “文케어”(비급여의 급여화) 역시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文케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덧칠해 의료복지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공적 영역에 존재하는 의료복지를 시장 원리가 작동하도록 개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퇴행적이고 시대 역행적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다. 우리나라의 의료보장률은 고작 65%에 불과하며, OECD 평균에 견줘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文케어”를 방치하면 재정이 파탄 난다는 주장은 가짜뉴스에 가깝다. 연도별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보면, 2020년 17.4조원 흑자에서 2021년 20.2조원 흑자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건보 재정이 견고하기만 한데 재정파탄을 운운하는 것은 선동적 주장에 불과하다.

 

만약, 건강보험이 “비급여의 급여화”에서 “급여화의 비급여”로 역주행 한다면 건강보험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의료체제에 시장 기능을 수혈하려는 시도는 빈대(도덕적 해이)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윤석열정부의 친기업∙친자본 편향은 경제정책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조세제도 개혁이 자리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첫째, 민생을 챙긴다는 조세 저울은 그 위에 기업과 자본만 올라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재정운영 방향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기업을 위한 선별적 확장재정을 추진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국민감세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이다. 위기의 강도로 따지면 기업이나 가계나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특히, 소득세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 세율구간이 막혀 세율이 오르지 않아도 자연증세가 이루어지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고물가 시대에 물가도 반영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소득세를 가지고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직면한 민생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대기업 감세가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감세보다 가계의 소득세 감세가 덜 중요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증권과세 체제 역시 친자본 편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주식양도세 비과세 100억원 상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상위 1%를 위한 ‘친자본 정책’이다. 개인투자자의 세수 기여도가 높은 증권거래세는 그대로 두고, 대주주와 초고액투자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중과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농특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액을 보면, 2019년 6.1조원, 2020년 12.4조원, 2021년 15조원으로 급증 추세를 보인다. 이 중 65%가 1,300만 개인투자자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주식시장이 어렵다면 당연히 개미독박 과세인 증권거래세를 대폭 낮추거나 폐지해 일반투자자의 참여 유인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개미가 어려우니 상위 1%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발상은 논리도 맥락도 없는 친자본 정책에 불과하다.

 

둘째, 정부의 다주택 장려 정책은 대단히 잘못된, 주거 양극화 촉진 정책에 가깝다.

 

부동산 세제개편의 초점은 다주택자 중과폐지에 맞춰져 있으며, 이로 인한 규제차익은 대부분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실임대, 실거주 목적의 2주택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며, 무주택자가 넘어야 할 내집마련 문턱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기만 하다. 즉,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다주택 투기 수요에 적합한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임대시장의 특성상,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합리화는 필요하다. 문제는 다주택자의 범주가 너무 포괄적이다 보니 그 안에 3주택 이상의 투기적 수요가 2주택자 시장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을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투기적 목적이 아닌 2주택자를 실수요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규제이원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10%도 안 되는 공공임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면, 2주택자가 공급하는 임대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물론, 3주택 이상의 다주택 투기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바람직한 부동산정책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주거격차를 해소하는 사상과 철학이 깃들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강력한 규제완화를 통해 내집마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2주택자에게는 실수요로 간주해 합리적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는 시장퇴출에 준하는 중과를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임대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어떠한가? 임대시장을 전전하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은 냉혹하기만 하다. 정부가 다주택자 편향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해 버렸다. 부동산경기 충격시 전세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난민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 예산을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믿기 어렵겠지만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올해 20.7조원에서 15.1조원으로 무려 5.6조원 삭감한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 5.6조원 삭감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 확인해 보자. 삭감된 5.6조원을 원상복귀만 해도 전월세 청년 200만명에게 1년간 매달 23만원씩 주거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또는, 이 돈을 매입임대에 투입하면 전체 미분양 물량인 4만 6천호의 40%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돈이다.

 

셋째, 시장실패 영역에 진입한 코로나부채는 부채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코로나부채를 위한 민생재정은 금투세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민생위기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800조원의 코로나 민생부채는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시장에 던져진 상태다. 코로나부채가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죽은 채권의 채무조정을 적극 지원한다 해도 살아 있는 채권의 잠재부실을 방치하면, 백약이 무효인 부채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에 발생한 코로나부채는 민간 분야(가계대출, 중소기업대출, 자영업자대출 등)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자영업자대출이 309조원, 중소기업대출이 209조원, 가계대출이 253조원이나 증가했다. 부채폭탄이 터지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가 대출로 임대료를 돌려막는 사이 자영업자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9년 685조원에서 2022년 상반기 994조원으로 309조원 증가했다. 즉, 한계 상황으로 내몰린 코로나대출만 309조원이 넘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라고 해봤자 5차례에 걸친 이자유예 및 만기연장 조치가 전부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미친 대출금리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결국 부실채권으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유례없는 민생부채 폭탄을 뒤에 남겨두고, 다주택자 중과폐지, 대주주 양도세 완화 등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모습이 한심하기만 하다. 몰라서 그리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방임일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에 특단의 부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넷째,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표면적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노동을 이윤의 수단으로 보는 후진적인 노동관을 담고 있다.

 

골자는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으로 늘려 기업이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노동을 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노동을 이윤의 수단으로 보는 기업의 관점이다. 경직된 고용시장에서 노동만 유연하라 하면 그냥 일만하다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기업의 관점에서 시장 효율만 강조하는 노동개혁은 해고 위험을 높여 결국 비정규직 양산을 촉진시킬 뿐이다. 여기에, 일과 삶의 균형이 공존할 리 만무하다.

 

노동개혁의 본질은 고질적인 고용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지향점을 정규직의 해고 유연화에 둘 게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데 두어야 한다. 정책으로 녹여내야 할 시대정신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 해소에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를 만큼 비정규직 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다. 10명 중 4명, 즉 800만명이 반값에 노동을 제공하는 비정규직 전성시대에 진입했다. 올해 6~8월 평균 임금을 보면, 비정규직이 188만원으로 정규직(348만원)의 54%에 불과하다.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가치가 반값인 것은 시장 효율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고용시장 양극화, 즉 시장실패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무너져버린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복원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적정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의 양을 늘리는 후진적인 정책을 폐기하고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가 기업과 자본을 위한 호위무사를 자처하면 중산층과 서민은 각자도생의 바다에서 표류하게 된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버린 800조원의 코로나부채 문제, 44%의 무주택 가구, 800만 비정규직 등을 방치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부채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프로필] 송두한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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