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무사회 규정에 일제강점기 ‘임검(臨檢)’제도의 유물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40대 이하의 젊은 층은 생소하겠지만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화관 등 공연장에는 ‘임검석(臨檢席)’이라는 특별한 자리가 있었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극장 등에 단속 순사가 착석하는 특별석으로서 영화나 공연을 현장에서 검열하기 위한 장소이다. 만약 공연내용이 독립을 상징한다든지 압박받는 민족의 설움을 표현하여 임석 순사의 비위에 거슬리면 호루라기를 불었고, 세 번 불면 공연이 중단되었다. 놀랍게도 이 제도는 광복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권위주의적 독재정권 시절에는 공연물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다가 민주화 이후 개인의 자유와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1990년대에야 폐지되었다. 좋지 않은 옛날 기억을 끄집어낸 것은 이 ‘임검(臨檢)’과 비슷한 제도가 전문자격사단체인 한국세무사회에서 그것도 21세기에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무사회의 뿌리이자 지역회원들의 결집체인 지역세무사회와 지방세무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임석(臨席)’ 규정이다. 지방세무사회설치운영규정 33조(본회임원의 임석)규정은 “본회 회장은 지방세무사회·분회·지역세무사회의 총회 및 임원회 등의 회의에 본회 임원으로 하여금 임석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 임채룡 전 서울지방세무사회장
- 2021-01-28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