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채무자가 채권 소멸시효가 지난 뒤 빚을 일부 갚았다 해도 민법상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획일적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소멸시효가 지나면 그에 따른 이익을 누리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통념과 달리 채무를 갚았다고 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포기했다고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고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어업에 종사하는 상인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며 이같이 판결했다. 시효 이익의 포기란 민법상 규정된 것으로, 시효가 지나는(완성되는) 때 그 '시효완성의 이익'을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시효란 일정한 사실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하는가에 관계없이 사실 상태를 존중해 일정한 효과를 생기게 하는 법률 요건을 말한다. 특히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실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 그 권리가 소멸하는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다. 시효 제도는 장기간 계속된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해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다. 한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행정법원이 '스스로 필로폰을 투약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치과의사에게 내려진 의사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최근 치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필로폰을 매매해 스스로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복지부는 A씨가 마약류 관리법을 위반해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마약을 투약한 행위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4년 8월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료법에 따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타인에 대한 진료행위만을 의미하고, 마약류관리법 역시 타인에게 마약 등을 투약 또는 투약을 위해 제공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필로폰을 구매해 자신에게 투여한 행위는 타인에 대한 것도 아니고 진료행위와도 무관해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치과의사가 필로폰을 자가 투약한 것은 의료행위"라며 "사회 통념상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행정법원이 '출근길에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했다고 해도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사적인 감정에 의한 범행이라면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살인 피해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A씨는 2023년 7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오던 중 과거 연인이자 같은 직장 동료였던 B씨의 칼에 찔려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사적인 관계에 기인한 재해이고, 통상적인 출근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될 수 있는 범위 내의 사고는 아니므로 업무상 재해 또는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A씨의 유족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두 사람이 같은 직장에서 근무해 연인 관계이기보다 상하관계에 따른 업무적 압박으로 많은 다툼이 있었고, 회사의 미온적 대처로 사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사적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계약서에 어떠한 내용이나 문구가 들어간 이후에는 그 내용이나 문구와 달리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즉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는 계약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계약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여 계약내용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사안의 경우 계약서에 문구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음에도 그 해석을 두고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판단을 달리했다는 점에서, 사건 내용이나 법원의 관점이 흥미로워 소개하고자 한다. 부동산 거래에서 종종 등장하는 문구 중 하나가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한다’라는 특약이다. 이러한 특약이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도소득세는 모두 매수인이 부담해야 할까. 문제가 된 사안은 매도인과 매수인은 농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라는 특약사항을 기재하였다. 또한 당시 매도인이 농지소재지 등에서 8년 동안 거주하면서 자경하였다면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 제1항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었지만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매도인이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거주요건 8년이 충족되지 않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주주 간 약정은 약정 당사자들 사이에는 유효하므로, 이를 위반한 당사자는 위반 내용을 되돌리기 위한 안건에 찬성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화장품 회사 합작투자 계약을 맺은 B사를 상대로 "주주총회에서 B사가 지명한 이사 5명 중 3명의 해임 안건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씨와 B사는 회사 설립에 관한 합작투자 계약을 맺으면서 이사 수를 4명으로 하되 A씨와 B사가 2명씩 지정하기로 하는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B사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2명 외에 3명을 추가로 선임했고, A씨는 약정 위반을 들어 B사를 상대로 B사가 지명한 이사 5명 중 3명에 대한 해임 안건에 찬성하는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청구했다. A씨는 또 B사가 법원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할 때까지 1일에 1천만원을 지급하도록 명하는 간접강제도 함께 신청했다. 1심은 "B사가 주총에서 이사 5명 중 3명을 해임하는 내용의 안건에 찬성하는 의사표시를 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에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한약사가 전화로 한약을 주문받고 이를 택배로 배송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약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한약국을 방문한 B씨에게 문진을 진행한 뒤 다이어트 한약을 판매하고 이를 택배로 배송했다. 두 달 뒤인 11월 B씨가 전화로 추가 구매 의사를 밝히자 A씨는 앞서 판매한 것과 동일한 한약을 다시 택배로 보냈다. 검찰은 이에 대해 A씨가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약사법을 위반했다며 기소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이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판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약 20년 간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한 코리안리재보험에 대해 정부가 과징금 부과 등 제재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5일 코리안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2018년 말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코리안리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78억6천500만 원을 부과했다. 1963년 대한손해재보험공사에서 시작해 1978년 민영화된 코리안리는 국내 대표 재보험사로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2013∼2017년 평균 점유율 88%를 차지하는 등 독점사업자 지위를 가진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이러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1999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모든 손해보험사가 자사와만 거래하도록 했다고 봤다. 일반항공보험은 헬리콥터나 소형항공기가 드는 보험으로, 이 분
(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휴대폰 앱을 통해 보유자산, 부채정보 등을 속이고 카드론 대출을 받은 경우, 카드회사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A씨는 하루 동안 앱을 통해 8개의 카드 회사에서 1억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특별한 재산이 없었으며, 이미 거래처 및 지인에 대한 채무, 사채 채무로 수억원을 부담하던 채무초과 상태였다. 이러한 채무초과 상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또 추가 대출을 신청한 것이다.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카드 회사끼리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다수의 카드 회사로부터 동시에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대출을 신청할 당시, 정해진 기간 내에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이 없었고, 실제로 1회차 상환금도 납부하지 못해 연체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개인회생신청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은 카드 회사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것으로 생각된다. 보통의 경우, 돈을 빌릴 당시 대출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대출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해서 대출금을 받으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347조(사기)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실제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이 적힌 계약서를 근거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경우 허위계약에 해당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신한은행이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채무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17년 8월 전세보증금이 2억6천400만원으로 기재된 전세계약서를 근거로 임차인 A씨에게 2억1천만원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줬다. 당시 보증공사는 신한은행과 체결한 보증업무위탁 협약에 따라 대출채무를 보증했다. 약관에는 보증의 전액 면책사유로 '특약 주채무자가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계약으로 보증부 대출을 받은 경우'가 포함돼 있었다. 이후 A씨는 은행에 제출했던 계약서 내용과 다르게 임대인에게 총 2억3천만원만 보증금으로 지급한 뒤 주택에 입주해 주민등록을 마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문제는 2019년 11월 대출금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A씨가 신한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않으며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대출 채무를 보증했던 보증공사에 대출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는데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대마초의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 등 이른바 '대마 제외 부분'을 활용해 추출·제조한 칸나비디올(CBD) 등 대마 주요 성분이 그 자체로 마약류인 대마에 해당한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A씨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을 상대로 낸 표준통관예정보고 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대마초의 종자, 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는 대마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해당 부분에서 추출한 성분이 마약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선 논란이 일어왔는데, 대법원이 이 역시 대마에 해당한다는 첫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화장품 원료를 수입해 화장품 제조회사에 납품하는 사업을 하는 A씨는 2020년 12월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CBD에 대한 표준통관예정보고를 신청했다. 협회는 이듬해 8월 A씨에게 대마의 성숙한 줄기에서 분리 정제한 CBD는 대마에 해당해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표준통관예정보고 발급이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이에 A씨는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CBD가 대마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협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