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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억만장자세와 시가평가과세

(조세금융신문=오종문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의회에서 극단적 부자를 대상으로 추진했던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가 보류되고 다른 방식의 세수 증대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억만장자세는 소득이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소득이 10억 달러 이상인 개인이 대상이다. 약 700명의 극소수만 해당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 등의 미실현이득에 과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가치증가로 발생한 ‘경제적 이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재산’에 과세하는 부유세나 재산세와도 다르다.

 

억만장자세가 담고 있는 시가평가과세(mark-to-market taxation)는 오늘날 지배적인 실현주의에 기초한 자본이득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실현주의에서 동결효과와 갱신규칙으로 인한 혜택

 

자본이득세제는 자산을 처분해 이익이 실현되었을 때 과세한다. 실현된 이익은 일반소득과 구분해 단일세율(또는 누진도가 낮은 단계세율)로 분류과세됨으로써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일반소득에 비해 우대된다. 미국처럼 장기자본이득만 우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금융투자소득세)를 비롯한 독일·일본·영국·프랑스 등은 장단기자본이득을 구분하지 않고 차등없이 우대한다.

 

실현주의 과세에서는 소위 동결효과(lock-in effect)가 발생한다. 단일세율이 적용되면 투자자는 자산 처분을 가능한 뒤로 미루어 세금혜택을 볼 수 있다. 단일세율 구조에서 처분을 늦추면 과세이연효과로 유효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 자본이득세율이 20%일 때, 세전수익률 연 10%인 주식을 10년 간 운용한다고 하자. 이익을 근로소득처럼 매년 과세한다면 세후수익률은 당연히 연 8%이다. 그러나 10년 후 이익을 실현하여 과세하면 이익에 20%의 세금을 납부하고 연 8.567%의 세후수익률을 얻게 된다. 표면상 세율은 20%이지만 과세이연효과로 경제적으로는 14.33%의 유효세율이 적용된 셈이다. 이른바 복리효과이다. 유효세율은 보유기간이 길수록 더 낮아진다.

 

여기에 더하여, 재산의 처분을 미루어 과세를 이연하다 투자자가 사망하면 자본이득세는 영구 누락된다. 미국세법도 우리세법과 마찬가지로 상속인의 취득원가는 상속시점의 시장가치로 과세 없이 갱신(stepped-up basis)되기 때문이다.

 

소득세가 없었던 테슬라의 창업자 머스크

 

실현주의 과세의 문제점을 극적으로 드러낸 것은 올해 6월 프로퍼블리카(ProPublica)가 보도한 미국 억만장자의 납세내역이다. 일례로 테슬라의 창업자 머스크는 2018년 소득세가 없었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2007년과 2011년에 소득세가 없었다고 한다.

 

막대한 재산증가에도 불구하고 미실현이익에 해당하므로 과세대상이 아니고, 임금소득은 매우 적고, 이자나 배당금 수령액 등 투자소득은 이자비용 등으로 모두 공제되어 과세소득이 없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종합과세하는 투자소득의 계산에서는 이자비용을 세무상 경비로 공제할 수 있다. 분류과세하는 적격배당소득이나 장기자본이득은 이자비용을 공제할 수 없으나 종합과세를 선택하면 가능하다.)

 

실현주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

 

실현주의과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서 논의된 자본이득세제 개혁방안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속시 상속인의 취득원가를 상속 당시의 시가로 갱신시키지 않고 피상속인의 취득원가를 그대로 이월(carry-over basis)하여 승계하도록 개정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피상속인이 실현하지 않고 상속한 미실현이익은 상속인이 자산을 처분할 때 과세될 수 있다. 미국세법은 증여의 경우에는 상속에서와 달리 증여자의 취득원가가 수증자에게 그대로 이월되는데, 상속에서도 증여와 동일하게 이월규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둘째, 사망을 계기로 상속자산이 이전될 때 사망자의 자본이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고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상속세가 폐지된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사망자의 미실현 자본이득에 원칙적으로 이와 같이 과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시가평가를 기준으로 소득을 측정해 실현여부를 가리지 않고 과세하는 방법이다. 억만장자세는 이러한 아이디어에 기초한다. 미실현이익의 과세의 위헌성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지만 미실현이익 과세 자체가 헌법상 문제는 되지 않는다.

 

판례는, 실현주의 과세원칙은 가치평가와 납세자의 유동성을 고려한 조세정책의 문제이고 헌법상의 요청은 아닌 것으로 대체로 정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유사하다. 또한 미국세법에는 평가이익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한 몇 가지 조항이 이미 실행되고 있다.

 

넷째, 실현이익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되, 보유기간이 길수록 유효세율이 낮아지는 점을 고려해 납부시 추가 징수로 동결효과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두 번째나 세 번째 방안에서 문제되는 재산가치 평가의 어려움이나 납세자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세법에서는 과세이연 도구로 활용되는 역외펀드 지분의 과세에 대해 이미 이와 유사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IRC §1291(a)(2). 납세자가 ‘excess distribution rule’을 선택하면 처분시까지 세금은 이연되나 처분이득은 일반소득으로 과세되고 납세액에 이자가 추가된다).

 

우리나라 세제 논의에서의 시사점

 

이상은 최근 우리나라 지면에 등장하는 여러 세제 문제와 크든 작든, 직간접으로 관련되어 있다. 입체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나 단지 세제 설계 측면에서 논평 없이 열거한다.

 

(1) ‘과도한 금융화’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배당을 억제하는 세제는 적절한가? (2) 이미 분류과세로 세제우대 받고 있는 장기투자에 추가 우대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한가? (3) 상속증여세의 면세한도 등을 경제성장에 맞게 현실화할 때 자본이득과세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고려는 얼마만큼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

 

 

[프로필] 오종문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

• 전) 보다투자자문 대표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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