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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부부간 소득격차 클수록 세금 많이 내는 나라는?

(조세금융신문=오종문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한 언론은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간 소득격차가 클수록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하게는, 장관 후보자의 주장은 아니고 해외의 어느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의 제안을 소개한 것이었다.

 

잘 따져 보면 부부간 소득격차가 클수록 가구당 세금부담이 더 큰 나라는 이미 있다. 어느 나라일까? 이 제안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독일에서는 남편과 아내의 소득을 합해 둘로 나누어 소득세를 낼 수 있다(2분2승제). 남편소득이 1억 원이고 아내가 전업주부라면, 선택에 의해 둘이 5000만원씩 번 것으로 소득을 신고하는 것이다. 그러면 세율의 누진도가 완화되어 가구의 소득세가 줄어들 수 있다. 미국도 2분2승제와 꼭 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방식의 부부단위신고(married filing jointly)가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는 심지어 자녀수까지 분모에 고려하여 자녀가 많으면 누진도가 더 크게 완화된다.

 

본래 독일에서는 가족단위로 소득을 합해 하나로 과세했었다. 그러면 아내의 소득은 남편 소득의 일부로 편입되어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1921년에 세법을 바꾸어 남편의 사업과 독립하여 번 아내의 근로소득은 남편소득과 별개로 과세하기도 했으나, 1930년대 나치 시대에는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다시 가족단위 합산비분할로 돌아갔다. (2차대전 중 여성의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잠시 1921년의 소득세법이 부활하기도 했다.)

 

누진세율제도에서 부부의 소득을 하나로 과세하면 부부 각자 개인단위로 과세하는 것보다 세부담이 늘어난다. 이것이 결혼한 여성을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세율로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 1957년 독일 헌법재판소가 위헌판단을 내렸다. 이후 도입된 것이 현재의 방식이다. 즉 과거의 부부합산비분할 방식이 폐지되고, 부부가 각자 개인단위로 신고하든가 합산해서 둘로 나누어 신고하는 2분2승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득세제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오랫동안 아내의 소득은 당연히 남편소득으로 간주하여 과세했다. 아내의 근로소득을 남편소득과 분리해서 따로 과세할 수 있게 된 것은 1972년. 여성의 사회진출 추세가 세법에 반영된 것이다. 다만 자산소득만은 여전히 가족단위로 과세하다가 1990년에 이르러 비로소 자산소득도 따로 과세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각국세제는 대체로는 여성의 독립적인 사회진출 추세를 반영하거나 또는 이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비되어왔을 것이다.

 

근대적 소득세제 후발국인 우리나라는 가족단위과세 방식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개인단위로 과세했다. 이자, 배당, 부동산임대소득 등의 자산소득만은 과세회피를 위한 인위적 소득분산을 막기 위해 가족단위로 과세한 적이 있으나 2002년 위헌판결로 현재와 같이 개인단위로 과세로 바뀌었다.

 

서두의 언론보도가 인용한 보고서를 보니, 해외 여성계 일각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반영하거나 장려하는 세제에 더하여 남성을 더 적극적으로 가정으로 끌어들여 양성평등한 돌봄사회를 구현하려는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듯하다.

 

예를 들자. 미국이나 독일이라면 남편이 아내보다 고소득일 때 부부단위신고나 2분2승제를 적용하여 남편의 고소득에 적용되는 한계세율을 낮출 수 있다. 부부합산으로 1억원의 소득을 번다면 남편의 소득을 아내에게 덜어내 각각 5000만원씩 번 것과 같은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부단위신고나 2분2승제를 없애 개인단위로 과세하면 남편소득에 적용되는 한계세율이 높아지므로 남편의 노동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소득세제에서 부양가족 공제 등 가족단위 과세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유사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양성평등한 돌봄사회를 추구하는 해외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의 제안 중 하나인 듯한데, 결과적으로 "(가구소득이 같다면) 남편과 부인의 소득격차가 클수록 그 가구에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미국과 같은 2분2승제나 부부단위신고가 없으므로 가구소득이 같다면 남편과 부인의 소득차이가 클수록 가구당 세금부담이 더 크다. 예를 들어 가구소득이 동일한 1억원이라도, ① 남편이 1억을 벌고 아내가 전업주부인 가구가 ② 남편이 7000만원, 아내가 3000만원을 버는 가구나 ③ 남편과 아내가 각각 5000만원씩 버는 가구보다 세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세율이 누진적이므로 당연히 그렇게 된다.

 

서두의 질문에 대답하자. 누진세제에서 부부간 소득격차가 클수록 가구당 세금부담이 더 큰 나라는 개인단위과세를 적용하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해당한다. 부부단위로 신고할 수 있는 독일이나 미국, 더 나아가 자녀수까지 고려해 누진도를 완화하는 프랑스와 비교해 보라.

 

 

[프로필] 오종문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

• 전) 보다투자자문 대표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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