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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TRS를 이용한 조세회피거래

(조세금융신문=오종문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국내 증권사의 TRS거래와 실질과세원칙

 

국내 증권사들이 TRS(Total Return Swap)를 이용해 외국인의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를 회피한 거래로 심판청구가 진행 중이다.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TRS계약을 통해 주가변동분과 배당상당액을 증권사로부터 지급받으면 국내주식에 투자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리면서 배당금에 대한 원천징수를 피해갈 수 있다.

 

국세청이 이 거래를 조세회피 목적으로 보고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처분 한 것이다. 과세관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거래의 법적 형식을 세법의 눈으로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재구성하여 과세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과세형평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과용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나 경제주체의 예측가능성을 해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과거 여러 판결에서 법적 형식을 존중하여 경제적 실질을 적용한 과세당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로담코 판결’ 이후, 과거에 비해서는 경제적 실질을 많이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어떤 결론이 내려질 것인지 주목된다.

 

원론적이지만, 모든 사실과 사정(all facts and circumstances)을 종합해서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설계된 거래임이 입증되면 국세청의 입장대로 과세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조세회피 목적 이외의 다른 경제적 의미도 충분한데 조세절감은 단지 거래결과에 수반하여 발생한 것이라면 국세청의 과세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과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이는 사실 3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TRS 고유의 거래 동기는?

 

첫째, TRS가 현물주식 보유와 경제적 효과가 같다고는 하지만 현물주식 보유로는 얻을 수 없는 TRS의 고유한 기능이 있다는 점을 증권사는 강조할 수 있다. 예컨대 외국인이 현물주식 대신 TRS를 거래하면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고, 일부 종목은 외국인의 지분비율 제한을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원론은 그러하지만 실제 동기는 구체적인 거래에서 따질 수밖에 없다. 사실, TRS 같은 장외파생상품이 레버리지 효과를 얻는 데 있어 그리 우월한 수단은 아니다. 레버리지 획득 측면에서 거래에 더 효율적인 개별주식선물 같은 장내파생상품을 놔두고 굳이 신용리스크와 담보제공 등의 부담이 있고 수수료 부담도 큰 편인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것에는 조세효과가 당연히 고려됐을 수 있다. (참고로 개별주식선물 같은 장내파생상품은 배당금은 빼고 결제되며 그만큼 가격이 낮게 조정되어 거래된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장내파생상품이나 외국인의 자체적인 차입 같은 더 경제적인 레버리지 수단을 뒤로하고 굳이 국내증권사와의 TRS 거래로 레버리지를 획득한 이유, 그런 레버리지가 왜 하필이면 배당금 지급 전후에 집중되는가를 물어서 조세차익이 TRS거래의 주된 목적임을 입증하려 할 것이다.

 

운용자의 입장에서 조세효과를 고려하는 것이 허물일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세효과를 고려해 거래한 것이 입증됐다고 해서 국세청이 과세할 충분조건이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세금효과와 무관하게 TRS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우연히 조세차익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새끼줄을 끌고 왔는데 어쩌다 보니 소가 따라왔다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거래 외국인의 과세 거주지와 법적 형태?

 

두 번째로, TRS를 거래한 외국인의 거주지(tax residence)와 법적 형태가 사실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외국인의 거주지가 우리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약이 있는 국가라면 원천징수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조세절감이 되지 않으므로 조세회피가 주된 동기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거주지가 조세피난처라든가 또는 국제적 이중과세조정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펀드 등에 의한 거래라면 그만큼 조세회피 동기를 주장하기 용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례를 겪은 미국의 경우에는 조세피난처에 있는 헤지펀드와의 TRS거래가 주로 문제가 됐다. 독일에서도 주식대차거래를 통한 배당소득의 조세회피가 문제가 된 바 있다. 독일 금융기관이 외국인으로부터 주식을 차입하여 배당금을 대신 받고 외국인에 대체배당금을 지급해줌으로써 배당금에 대한 원천징수를 회피한 거래였다. 이 거래에서 주식을 대여한 외국인은 이름을 대면 거의 누구나 알만한 국제적인 펀드사의 펀드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배당금상당액 자체의 소득성격은 문제 삼을 수 있는가?

 

세 번째로 TRS에서 증권사가 지급하는 배당금 상당액의 소득성격 자체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증권사에서는 TRS의 배당금 상당액이 주식대차거래에서의 대체배당금처럼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배당소득 자체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거래 형식을 경제적 실질로 재구성해서 과세할 것인지를 따지는 이번 다툼에서 크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배당금 보상액이든 대체배당금이든 그 자체의 법적 형식이 주주의 권리에 기초한 배당금이 아님은 이미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 법적 형식에 대해서는 누구나 그렇게 인정하고 있으니 국세청에서도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해 과세하고자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미국, 독일,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주식대차거래에 의한 대체배당금을 ‘진짜 배당금(actual dividend)’과 동일하게 과세 취급하지는 않는다. ‘진짜 배당금’은 지급자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는 대신 수령인에게 법인세와의 이중과세조정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체배당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서 대체배당금을 배당소득으로 과세한다 함은 원천징수 목적 또는 소득의 국내외 원천을 구분하는 목적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지 그 자체를 ‘진짜 배당금’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ELS 등의 과세 취급이나 다른 판례(대법원 2008두19628)에서 보듯 ‘진짜 배당금’이 아닌 것을 배당소득으로 구분하여 과세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거니와, 그런 것을 따질 필요도 없이 이번 사건의 쟁점은 TRS에서 지급한 배당금보상액의 법적인 성격을 묻는 것이 아니다.

 

맺음말

 

앞으로 이번 사건과 같은 다툼은 더 많아질 수 있다. 각종 금융기법은 발달하고, 납세자의 권리의식은 높아져 과세관청의 처분에 일단 접고 들어가는 시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세법에 구체적인 과세조항이 미리 마련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온갖 조세차익거래를 예상해 모두 법에 담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세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그동안 다소 일관성이 없게 느껴졌던 실질과세원칙 적용에 대한 법리가 좀 더 예측가능하도록 잘 다듬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프로필] 오종문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

• 전) 보다투자자문 대표 
•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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