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해외자회사 배당에 대해 95%를 익금불산입하는 현행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가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는 이중과세 조정 장치라는 평가 속에서도, 저율과세국·조세피난처를 경유한 구조에서 조세회피 유인이 생기지 않도록 CFC(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과세)와의 정합성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도 도입 이후 배당 유입이 증가했다는 정부 평가와 별개로, 국내 배당과의 형평성·실질사업 요건의 예측가능성·GloBE(글로벌최저한세) 체계와의 결합 등 “운영 디테일”이 향후 쟁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금융조세포럼과 법무법인 율촌이 17일 개최한 ‘배당 관련 세제의 현황과 전망’ 세미나(2부)에서 설미현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 평가 및 추가 논의 사항’ 발표를 통해 “해외에서 과세된 이익을 국내에서 중복 과세하지 않기 위한 이중과세 조정의 한 방식으로서 제도 정당성은 충분하다”면서도, “면제 방식(Participation Exemption)의 정당성 자체보다 국내 세제 구조 전체와 어떤 균형을 이루는지가 논의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설 변호사는 제도 도입 배경으로 ▲글로벌 경쟁 심화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환류 필요성 ▲기존 외국납부세액공제 방식의 한계를 들었다.
그는 “외국납부세액공제는 공제 한도 등 구조상 한계가 있고, 환류 유인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익금불산입은 자본이 국내로 유입될 때의 ‘경쟁 중립성’을 추구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배당 유입 증가 평가 vs 효과 집중·세수 영향 논쟁”
성과 평가와 관련해 설 변호사는 “도입 시점이 2023년(2023년 1월 1일 이후 배당분 적용)이라 단정적 평가는 이르다”면서도,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직접투자 일반 배당수입이 2020년 55.1억 달러에서 2023년 434.5억 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해외자회사 배당 수준과 모기업 지분율이 증가했다는 실증 분석이 다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시민단체·전문가 일각의 비판도 함께 언급했다. 설 변호사는 “제도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고, 기대했던 국내 투자 활성화보다 세수 감소·다른 목적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며 “제도 운영 결과가 국내 실질 투자·고용으로 연계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배당과 형평성…같은 해 ‘서로 다른 정책 방향’ 문제”
설 변호사는 특히 해외배당(지분율 10% 이상이면 일률 95%)과 국내배당(지분율 구간에 따라 100%·80%·30%)의 구조가 2022년 같은 해에 각각 개정 논의가 이뤄지며 “정책 방향이 달랐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10% 이상 50% 미만 구간에서는 국내자회사 배당이 상대적으로 불리해 ‘역차별’ 논의가 나올 수 있다”며 “국내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할 세법상 유인이 약화될 수 있고, 국내 투자 대신 해외 지분 투자를 확대하거나 구조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상 모자회사 지분 규제 강화 흐름이 세법 개편 방향에 일부 반영된 측면이 보이지만, 조세의 효율성·형평성 관점에서는 충분한 정책 조율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저율과세국 확대 논의…CFC와 ‘투트랙’으로 조세회피 차단”
최근(2025년 10월) 논의된 세법 개정안 흐름과 관련해 설 변호사는 “저율과세국·조세피난처 자회사 배당에도 익금불산입을 확대 적용하자는 취지의 발의가 있었다”며 “이 경우에도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CFC 제도와 익금불산입이 상충이 아니라 보완 관계로 작동하는 ‘투트랙’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율과세국에 특수관계법인을 두고 이익을 쌓아두며 배당을 미루는 구조는 배당 여부와 무관하게 유보소득을 모회사 소득으로 간주해 조기 과세하는 CFC가 핵심 차단 장치가 될 수 있다”며 “문제는 CFC의 실질사업 요건이 존재하더라도 시행령·해석에서 기준이 포괄적으로 제시돼 기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고, CFC로 먼저 과세된 뒤 실제 배당이 이뤄질 때 익금불산입 적용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이중과세 위험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QDMTT 반영·15% 기준·자본준비금 감액배당…실무 불확실성 해소해야”
첫 토론자인 정현 회계사(법무법인 율촌)는 “OECD 다수 국가는 배당뿐 아니라 지분양도소득까지도 전부 또는 일부 익금불산입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우리 제도처럼 배당은 95% 익금불산입, 지분양도는 외국납부세액공제 방식이 유지되면 투자이익 회수 방식에 따라 실효부담이 달라져 조세중립성·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최저한세(GloBE) 체계와의 접점으로 “익금불산입 적용 배제 요건 중 하나로 저율과세(15% 기준)가 문제되는데, 이때 분자(실제 부담세액)에 QDMTT(국내추가세)가 반영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익금불산입 적용 여부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며 “불필요한 이중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해석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율과세국 자회사 관련 규정에서 CFC의 적용 배제 요건(예: 실질사업활동 등)과 익금불산입 배제 요건(15% 기준)의 관계가 문언상 명확하지 않아 기업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준비금(유사) 감액배당과 관련해서도 정 회계사는 “해외 자회사에서 자본잉여금 성격의 분배가 있을 때 국내 규정(상법 기준 표현)과의 연결, 장부가액 한도 적용 여부 등에서 혼란이 있다”며 “국세청·기재부 해석이 엇갈렸던 사례도 있었던 만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이경근 교수(서울과학종합대학원·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는 “CFC 제도는 간주배당 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실제 배당 시 원천세에 대한 직접외국납부세액공제 등 이중과세 배제 장치가 작동하는 구조”라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CFC 과세 후 실제 배당 시 이중과세 위험’이 남는다는 표현의 의미가 무엇인지, 실무에서 실제배당 단계에서 익금불산입을 적용하면 원천세 공제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등 작동방식이 더 명확히 설명·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확대는 정합성 정리 후…QDMTT 등은 해석·시행령 정비 필요”
설 변호사는 토론에 대한 답변에서 “해외자회사 지분양도소득 비과세 확대는 기업 경쟁력·투자 유연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배당 제도 자체도 다른 세법과의 정합성 검토가 충분치 않았던 측면이 있는 만큼 국내 세법 체계 정리를 먼저 한 뒤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QDMTT 반영 등 글로벌최저한세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현행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국세청 유권해석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FC·익금불산입·외국납부세액공제의 관계에서도 “기업 실무자 관점에서 중첩·순서 문제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심도 깊은 논의와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외배당 익금불산입 제도가 국제적 표준에 가까운 이중과세 조정 방식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국내 배당과의 형평성 ▲저율과세국·CFC와의 경계 설계 ▲GloBE(QDMTT) 체계와의 결합 ▲자본준비금 감액배당 등 세부 쟁점에서 “정교한 운영 규칙”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제도 확대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기업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령·해석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는 1·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변혜정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1부에서는 이상엽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기업 밸류업과 배당 분리과세’ 등을 주제로 발제했고, 2부에서는 설 변호사가 해외자회사 배당 익금불산입 제도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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