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금융당국이 보다 혁신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 92차 금융조세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고영미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영국이나 호주, 싱가포르 등의 나라에 비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다소 늦었다”며 “그나마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샌드박스를 도입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타 산업에 비해 금융위원회의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당국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혁신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에 따르면 규제샌드박스의 국내 도입은 ▲행정규제기본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 개정·입법을 통해 이뤄졌다.
행정규제기본법을 개정해 현행 포지티브 규제(열거된 것만 허용하는 방식)에서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항목 이외에는 우선 허용)로 전환하고 각 특별법으로 ▲규제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증특례 등 절차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 절차에 따라 신기술을 보유한 혁신기업들은 우선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에 신기술의 규제 적용여부를 문의할 수 있다. 규제 확인은 30일 이내 회신이 돼야 하며 ‘규제 미적용’ 판단이 내려질 경우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규제가 적용되는 기술은 실증특례와 임시허가 두 가지 경우로 나눠진다. 시장에 미칠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없는 기술은 최대 4년(기본 2년, 2년 연장 가능) 임시허가를 받은 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당국과 입법기관은 임시허가 기간 동안 관련 법령을 의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반면 시장에 미치는 위험성이 불확실해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 기간 등을 제한하는 실증 특례(2년+α)가 부여된다. 시장 출시는 안전성 검증과 법령정비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안전성 검증 후 이뤄지는 법령정비는 임시허가와 마찬가지로 의무적이다.
다만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근거가 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실증특례 후 법령정비가 의무화되지 않는다. 금융위원장이 권고할 수 있는 정도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금융위 판단 여부에 따라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고영미 교수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나라인 만큼 금융위는 현재 영국이나 미국 등에 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다소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부처 간 협업이나 적극적인 기업 컨설팅 등으로 안정성과 혁신성의 간격을 좁히고 여러 유형의 신기술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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