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루나(LUNC) 폭락 사태' 수사에 나선 검찰이 20일 가상자산거래소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지만 몸통인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의 신병 확보가 관건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 검사)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7개 등 총 15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루나와 테라USD(UST)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관계사 차이코퍼레이션과 사실상 테라폼랩스의 한국지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K사', 테라 프로젝트에 투자한 일부 벤처캐피탈(VC)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 프로젝트 공동창립자인 신현성 티몬 의장이 대표이사를 지낸 곳으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자산 테라KRW(KRT)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한 간편결제업체다. K사의 대표 김모씨는 테라폼랩스 기술 파트 부사장을 지냈다. 권 대표가 루나 폭락 직후 '테라 부활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핵심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회사로 직접 언급한 곳이기도 하다.
수사 초기만 해도 테라폼랩스 한국법인이 지난 4월 한국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압수수색할 곳이 마땅치 않아 실체 확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 합수단이 전방위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사실상 국내의 테라·루나와 관련된 모든 대상이 검찰 사정권 아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수단은 루나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약 2개월간 UST-루나로 작동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개발 자체를 사기로 볼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진행해왔다. 또 전직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형법상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라 이번 사건에선 사기죄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테라폼랩스 전직 직원들의 진술대로 권 대표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붕괴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개발을 강행한 점, 투자자들에게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 등을 기망 행위로 보더라도, 권 대표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직접 연결 짓기는 쉽지 않은 터라 검찰로선 정교한 법리와 세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대거 발부한 점을 볼 때 합수단이 권 대표 등의 사기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합수단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코인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정확한 피해 규모도 산정할 계획이다. 권 대표 등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코인 일부를 현금화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자금흐름 추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혹의 몸통인 권 대표가 현재 해외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에 대한 직접 조사까진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권 대표가 자진 귀국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인터폴 수배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그의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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